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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청군, ‘항노화바이오헬스산업체험박람회’ 참가산청군은 오는 4일까지 창원컨벤션센터(CECO) 제1·2전시장에서 열리는 ‘항노화바이오헬스산업체험박람회’에 참가한다. 국내·외 100개사 400부스가 참가한 이번 박람회는 항노화바이오헬스케어 관련 전시를 중점으로 바이어 상담회 등으로 구성됐다. 산청군은 행사장을 찾는 관람객들에게 산청군의 항노화·바이오헬스산업정책 및 웰니스·헬스케어 등을 소개하면서 △한방 약첩싸기 체험 △웰니스헬스투어 홍보 △항노화 가공제품 전시 등으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대형약탕기 포토존 △한방항노화 픽토그램 △한방항노화 산업 홍보사진 등의 부스 전시와 △한방항노화 포토존 SNS업로드 이벤트를 연계해 관람객 참여도를 높이고, 효과적으로 산청을 알릴 계획이다. 산청군 관계자는 “2023 산청세계전통의약항노화엑스포의 성공적인 개최와 더불어 산청을 새로운 성장동력인 한방항노화산업의 중심지로 육성하기 위해 홍보에 만전을 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
보산진, 오는 16·17일 ‘2023 국제입찰 컨퍼런스’ 개최한국보건산업진흥원(원장 차순도·이하 진흥원)이 국내기업의 해외조달시장 진출 활성화를 위한 ‘2023 국제입찰 컨퍼런스 및 비즈니스 상담회’를 개최, 관련 국제기구 전문가들과 6개국 해외조달시장 정부관계자 및 민간 조달/바이어 관련자를 초청해 전문가 상담과 국가 조달을 위한 On&Off 비즈니스 미팅을 진행한다. 이번 행사는 COEX에서 오는 16·17일 이틀간 진행되며, △해외조달시장 동향, 최신 트렌드 △보건의료산업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방안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 조달시장 소개 등 총 3개의 세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세션은 ADB(Asian Development Bank)에서 보건의료 조달현황 및 한국 보건의료 조달 참여 방안 및 전략을 발표할 예정이며, ‘18∼‘22년 5개년 국제입찰 보건의료 분야 공고 분석과 함께 낙찰 상위국가 사례 공유 등 해외조달시장 동향 최신 트렌드 주제로 진행한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보건의료산업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방안이라는 주제로 캐나다 퀘벡투자공사에서 캐나다 시장 진출을 위한 기회와 사업 제언을 시작으로 KAIST 글로벌공공조달연구센터장으로 있는 김만기 교수의 선진국 수주 사례(실패·성공) 공유 및 한국 기업의 필요사항 제언, 글로벌 지멘스 코리아 서화석 상무의 글로벌 브랜드 연계 국내 보건 산업체 해외진출 사례 등의 강연이 진행될 예정이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등 총 4개국 동남아시아 주요 국가 조달시장 소개를 통해 국내보건산업체의 동남아시아 진출을 위한 제안이 발표된다. 또한 발표에 참여한 동남아시아 연사들은 17일에 기업들을 직접 만나 해외조달시장 참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상담의 시간을 가질 계획이다. 특히 이번 행사 2일차에는 실제적으로 기업들이 해외조달 전문가들과 상담을 하거나 참가한 일부 국가의 희망 조달품목 거래를 위한 핀포인트 비즈니스 상담회를 진행할 수 있도록 구성될 예정이다. 배좌섭 진흥원 국제의료사업단장은 “국내기업이 해외조달시장 진출 활성화를 위한 2023 국제입찰 컨퍼런스 행사에 많은 분들이 참가해주시길 바란다”며 “공공조달 시장에 참여하기 위한 다양한 정보와 상담 그리고 초청인과 바이어들과의 만남을 통해 우리 기업의 성공적인 해외진출 비즈니스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변정환 제한한의원장, 지역 우수인재 양성 장학금 기탁변정환 제한한의원장(사진)이 지난 1일 지역 미래인재 육성과 교육 발전을 위해 수성미래교육재단에 장학금 65만원을 기탁했다. 변 원장은 같은 날 수성구청 대강당에서 공무원을 대상으로 ‘대자연과 건강’을 주제로 특강을 진행하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방법에 대한 강연을 진행했으며, 장학금을 함께 기탁해 훈훈함을 더했다. 한의학·보건학 박사인 변정환 원장은 1980년 대구한의대학교를 설립해 한의학 보급과 인재 양성에 힘써왔으며, 대한한의사협회장을 역임하는 등 한의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노력을 기울여 왔다. 또한 총장직에서 물러난 후, 현재 91세 고령임에도 제한한의원장으로 여러 환자를 보살피며 시민의 건강을 위해 왕성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변정환 원장은 “작은 정성이지만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 지역 학생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성미래교육재단 이사장인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유익한 강의와 더불어 장학금까지 기탁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보내주신 정성은 미래 사회를 이끌어가는 인재 양성을 위해 뜻깊게 쓰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
한약, 중증 2형당뇨 환자 혈당 강하 효과 확인식후 혈당 400mg/dL이상의 중증 2형당뇨 환자에게 경구용 혈당 강하제 또는 인슐린 주사 치료 없이 한약 치료와 식이 제한만으로 식후 혈당을 150mg/dL 내외로 감소시키고 한약 치료 종료 이후에도 약 200일간 추적 관찰한 환자의 증례보고 연구가 SCIE급 국제학술지에 발표됐다.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한의임상중개연구실 임정태 교수 연구팀과 동신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이정민 진료부장 연구팀은 SCIE급 저널 Medicina에 ‘Hypoglycemic Effect of an Herbal Decoction (Modified Gangsimtang) in a Patient with Severe Type 2 Diabetes Mellitus Refusing Oral Anti-Diabetic Medication: A Case Report(경구 당뇨약물 복용을 거부하는 중증 2형 당뇨 환자에 대한 한약(강심탕 가감)의 혈당강하 효과: 증례보고)’ 논문을 게재했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연구의 대상 환자는 당화혈색소(HbA1c) 11.7%, 식후 2시간 혈당 464mg/dL, 고혈당 증상(입마름 등)이 있어 미국 당뇨병 협회(American Diabetes Association)의 임상 진료 지침 상 조기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수준의 중증 2형당뇨 환자였다. 하지만 당뇨약을 복용하면 평생 복용해야 한다는 우려 때문에 한방병원 진료진의 거듭된 당뇨 표준 약물 치료 권유에도 표준치료를 거부하였으며, 2018년에도 한약 치료만으로 호전된 경험이 있어 한의치료를 선호하였다. 이번 연구에서 이 환자는 2022년에 한방병원에서 30일간의 입원치료 기간 동안 한약치료와 식이 제한(하루 1200kcal)을 통해 혈당 강하와 입마름(polydipsia) 등의 고혈당 증상 개선을 이뤄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퇴원 후 한약 치료를 중단한 뒤에도 약 200일간 추적관찰을 하였으며, 이 기간 동안 식이 조절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자가 검사 혈당이 200~250mg/dL 정도를 유지했다. 이번 연구는 조기 인슐린 치료가 필요할 정도의 중증 2형 당뇨 환자가 표준치료를 완강히 거부하여 양약치료 없이 한약치료와 식이조절을 통해 혈당 강하효과를 이뤄냈다는 점을 높게 평가받고 있다. 이전에는 천화분, 맥문동, 인삼 등 각 본초 위주로 항당뇨 효과 연구가 이루어졌으나, ‘동의보감’에 기록된 처방인 강심탕에 대한 첫 임상보고 논문으로 알려졌다. 이번 연구의 1저자인 주성준 한의사(동신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경희대학교 대학원 임상한의학과)는 “해당 환자는 표준치료를 거부하여 고혈당으로 인한 급성 합병증을 확인하기 위해, 매일 4회 이상의 혈당검사와 매주 혈액검사를 시행했기 때문에 안전한 치료가 가능했다”며 “논문 작성 과정에서도 혈당검사 및 혈액검사 결과가 중요한 역할을 했고, 임상과 연구 측면에서 한의의료기관에서도 각종 혈액검사나 연속혈당측정기(Continuous Glucose Monitor, CGM) 등의 의료기기 사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보완대체의학이나 한의학을 주제로 하는 저널이 아닌, 의학 전반(General and Internal Medicine)을 주제로 한 저널에 게재되어 보람을 느꼈다”며 “한약 투약 이전에 반드시 표준치료를 시도해야 한다는 내용을 재차 강조해야 한다는 등의 새로운 치료법에 조심스러운 리뷰어 코멘트도 있었지만, 리뷰어와 에디터 모두 열린 마음으로 평가해주고 자세히 리뷰해 줘 감사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 기념사업단의 동의보감 영역본 덕분에 더욱 정확한 논문을 쓸 수 있었기에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공동교신저자인 이정민 진료부장(동신한방병원)은 “강심탕 외에도 당뇨에 대한 본초 및 한약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변증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자가 야뇨와 불면을 호소한 것도 강심탕 선방 이유 중의 하나인데 한약 투약을 통해 야뇨와 불면도 많이 호전되었으며 수면의 호전과 환자의 관점도 논문에 보고하였다”며 “앞으로도 당뇨에 대한 연구 뿐 아니라, 변증 및 그에 따른 처방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교신저자인 원광대학교 임정태 교수는 “중국에서는 당뇨나 당뇨 합병증에 한약을 많이 활용하고 있고, 내당능장애의 당뇨전환을 예방하는 한약 RCT(무작위 대조군 임상시험) 결과 등도 중국에서는 출판되고 있다”며 “물론 비용 문제나 순응도 및 급성 합병증 우려 때문에 당뇨환자에게 한약 단독 치료를 권하기에는 여러 가지 무리가 따르지만 본 증례처럼 의료진의 충분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표준치료를 거부하거나 표준치료에 반응이 기대보다 낮거나 부작용이 있는 경우 등에는 한약을 병행하여 혈당 관리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고 전했다. 임 교수는 또 “특히 한약을 중단하고 퇴원 후 엄격한 식이조절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내원 당시보다 낮은 혈당을 약 200일간 유지된 점도 향후 당뇨의 한의치료 임상과 연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다”라고 본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 논문 전문은 다음의 링크(https://doi.org/10.3390/medicina59111919)에서 확인할 수 있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508)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1956년 11월10일 東洋醫學同志會에서 『醫源』 제2호를 발간한다. 발행인 朴賢緖에 따르면 東洋醫學同志會는 12인의 한의대 재학생으로 구성된 한의학 학술모임이다. 중간에 기록돼 있는 12인의 명단(이하 존칭 생략)은 吳正根, 黃在鶴, 朴賢緖, 曺黃鉉, 趙容益, 李文宰, 嚴達燮, 洪性善, 朴魯壎, 崔鍾百, 宋炳基, 李尙仁 등이다. 이들은 당시 동양의약대학 2학년생들로 훗날 1958년에 7회로 졸업 예정인 재학생들이었다. ‘續刊에 際하야’라는 글에 따르면, 『醫源』 창간호는 1년 전인 1955년 간행되어 만 1년 지난 시점에서 2호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라고 감회를 밝히고 있다. 이 논문집은 특집, 논단, 설문, 수필, 시, 금언, 회원명단, 남은 잉크로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집’은 동양의약대학의 교수들의 논문을 싣고 있다. 「생약자원과 경제적 가치」(신길구 교수), 「진단학 강의」(안병국 교수), 「풍에 대한 해설」(윤길영 교수) 등이 그것이다. ‘논단’은 회원들의 논문이다. 「소아진찰의 소고」(박노훈), 「張機傷寒과 병리학적 고찰」(송병기), 「邪에 대한 연구」(홍성선), 「부인질환의 침구치료」(이상인), 「약물학편 “南天燭”」(홍성선), 「정신분석학자 대결, 융크 대 프로이드」(박현서), 「행동철학 동양사상의 재음미」(조황현), 「東西醫學是非의 學徒愚見」(송병기) 등이다. ‘설문’에서는 12인의 회원들에게 7가지의 질문을 주어 답을 적은 것이다. 7가지 질문은 1. 당신의 號는? 2. 그 號의 설명 3. 당신의 생년월일 4. 전공과목은? 5. 현재의 고민은? 6. 당신의 취미는? 7. 경험한 임상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수필’은 엄달섭의 「동지들이여 깃발을 들라」라는 제목의 글이 실려 있다. ‘詩’는 李文宰의 詩感, 鐵竹, 가슴이 탄다, 無題 등의 4개의 시와 福地(박현서), 鄕愁(박노훈), 惡夜(조용익), 담배(조용익)이 실려 있다. ‘金言’은 채근담, 중국 격언, 톨스토이, 소크라테스의 격언 등을 적은 것이다. ‘남은 잉크로’에는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苦藥은 逆於口나 利於病이요, 忠言은 逆於耳나 利於事라. 의원 편집을 시작하면서 이호 발행이 너무 지연되었다는 데의 책임을 어찌 느끼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듣기가 거북해도 다음번에 태만과 낙심을 미리 격려해주는 心 잡고 달갑게 받아두겠습니다. 먼저 감사한 것은 오래도록 안 나오는 醫源을 책망하시면서 안 주실줄 알았던 신길구 교수님의 생약자원과 경제적 가치의 원고를 기쁘게 또 다시 주신데 대해 무엇이라고 감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로 분주하신 안병국 선생과 연구에 여념이 없으신 윤길영 선생님 두 분 다 사양치 않으시고 원고를 써주신 것 특별히 감사하였습니다. 조금 유감스러운 것은 기일이 촉박해서 金基澤 선생님 원고를 내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次號에는 꼭 써주시마고 하셔서 흡족히 생각되었지요.” ‘1956년도 현상논문모집’ 란에서는 동양의학동지회 주최로 200자 원고지 50매 이상으로 ①現代科學의 矛盾 ②西洋物質文明의 危機 ③東洋精神文明의 勃興이라는 세 개의 제목을 선택해 작성해서 3등까지 선발해서 시상한다는 공지를 하고 있다. -
한의대에 안부를 묻다-28이경현 경희대학교 한의학과 본과 1학년 이번 여름, 운이 좋게도 제166차 KOMSTA 일반단원으로 선발돼 몽골에서 의료봉사를 하는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몽골에서의 1주일간 봉사가 끝날 때쯤에 봉사를 함께한 한의신문 기자님께서 ‘이번 봉사에서 느낀 점’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간단한 질문이었는 데도 선뜻 답을 하기가 어려워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보람찼다고 대답해야 하나? 아니, 이번 봉사는 보람찼다기보다는 상당히 즐거웠는데? 어? 나 봉사에 보람보다 즐거움을 느끼는 걸 보면 좀 봉사정신에 어긋나는 사람인 거 아냐? 그러고 보니까 나는 왜 봉사를 하는 거지?” 이런 복잡한 생각이 들 뿐, 봉사 소감에 딱 떨어지는 대답을 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돌아보며 내가 봉사를 하는 이유와 내게 봉사가 갖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봤다. 나는 20살 이후로 봉사를 꾸준하게 해왔다. 내가 한 첫 정기적인 봉사는 미혼모 시설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었다. 집 바로 옆에 시설이 있어서 우연히 하게 된 봉사였는데 아이들이 너무 귀여웠고 미혼모의 자립을 돕는 과정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 첫 정기적인 봉사를 통해 봉사의 재미를 맛본 이후 대학병원의 약국조제실 보조 봉사와 한의 의료봉사와 같이 전공과 관련된 봉사뿐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한 이웃들에게 도배, 장판 교체를 해주는 집수리 봉사도 해오고 있다. 이렇게 봉사를 꾸준히 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일단 봉사는 재밌다. 봉사를 하면서 틀에 박힌 일상과는 다른 비일상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즐겁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봉사를 통해 다양한 삶과 생활을 만남으로써 내 세상의 외연이 넓어지는 느낌이 참 재밌다. 이번 몽골 의료봉사에 네 분의 한의사 원장님과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일곱 명의 일반단원이 함께했다. 한의사 원장님들은 네 분 다 진료 스타일이 굉장히 달랐다. 어떤 분은 경락 위주로 자침하셨고, 또 어떤 분은 진료시 사상체질을 적극적으로 쓰셨으며, 해부학적인 구조를 중심으로 접근하시는 분도 있으셨다. 고유한 진료 스타일을 확립하기까지의 과정 또한 원장님마다 달랐기에 한의학과 인생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원장님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지만 다들 봉사에 귀중한 여름휴가를 쓰기로 결정한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라 그런지 쉽게 마음을 열고 진솔한 얘기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봉사 장소인 한몽친선병원에서 만난 KOICA 글로벌 협력의료진 문성호 원장님과의 만남이 기억에 남는다. 문성호 원장님은 KOICA에 소속된 한의사로, 몽골에 파견돼 몇 년째 진료 중이라고 하셨다. 원장님께서는 몽골에서의 진료가 보람 있기에 현재의 생활이 만족스럽다고 하셨다. 보람... 맞다. 보람 때문에 직업을 선택할 수도 있는 거다. 돈, 생활의 안락함 등 세속적인 기준으로 졸업 이후의 진로를 고민하고 있던 내게 문성호 원장님의 말이 울림 있게 다가왔다. 봉사가 아니었다면 어떻게 이런 인연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잘 쓰인 책을 읽을 때 느껴지곤 하는 진한 감명을 봉사하다 보면 빈번하게 느끼곤 한다. 그렇기에 봉사하는 시간이 내게는 상당히 귀하고 재밌을 따름이다. 또한 나 혼자 잘났다고 해서 잘 살아지는 게 아니라는 걸 봉사할 때마다 느낀다. 한때 삶에 대한 깊은 허무가 나를 덮친 적이 있었다. 의미 없게만 느껴지는 내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중독적인 허무함의 감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을 적극적으로 움직였고 사람들을 만났다. 마침내 나는 사랑에서 삶의 의미를 찾았다. 사람이 나를 괴롭게 할 때가 있을지라도 결국은 사람이 보여주는 따뜻함이 나를 행복하게 하고 살아가게 한다. 특히나 봉사를 할 때 사람의 사랑스러움과 따스함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봉사라는 게 대가성 물질로 환원되지 않기에 봉사를 통해서 더욱 사람의 본질에 가깝게 갈 수 있지 않나 싶다. 몽골의 전통의학은 한의학과 궤를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내원한 몽골 환자의 대다수가 한의학의 진맥이나 침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한의학의 치료법이 그들에게는 상당히 낯선 치료법일 텐데도 불구하고 이방인인 의료인들을 믿고 기꺼이 몸을 맡기는 환자들과 본인을 믿고 연약한 몸을 맡긴 환자들을 위해 성심성의껏 진료하시는 원장님들의 모습을 보며 묘한 감동이 느껴졌다. 사람이 서로를 신뢰함에서 나오는 사랑스러움이 몽골 의료 봉사지에 분명히 있었다. 내가 선한 인간이어서 혹은 ‘내가 받은 만큼 남에게 베풀어야 한다!’라는 정언 명령으로서 봉사하는 것은 아니다. 봉사로 도움을 주고받는 사람들의 마음이 좋다. 봉사에 수반되는 행복감이라는 어찌 보면 이기적인 이유에 의해서 계속 봉사하는 것 같다. 내가 봉사를 한다고 말할 때 따라오는 대단하다는 반응이 유독 쑥스러운 이유가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비록 내가 봉사를 하는 이유는 다소 불순할지 몰라도 앞으로도 봉사에서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소중히 하며 봉사를 계속하고 싶다. -
“보건의료의 미래, 2기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준비하자”고령화에 대비하기 위해 방문의료와 일차의료(primary healthcare)를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정책들이 연이어 발표되고 있다. 2019년부터 시작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범사업’이 작년부터 2기에 돌입했고, 2021년부터는 한의과가 포함된 ‘일차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이 2기가 돌입했다. 한의과가 포함되지 않은 일차의료 정책들도 장애인 주치의 시범사업, 일차의료 만성질환관리제 시범사업 등 다양하게 시행 중이며, 지역사회 장애인 재활 사업(CBR), 치매안심센터 사업 등 공공보건의료에서도 일차의료 영역이 강화되고 있고 민간영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러한 방향 속에서 정부는 올해 1월 말부터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이하 재택센터 시범사업)’을 시행했다. 장기요양보험 수급자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 지원(Aging in Place)’을 위해 요양서비스에 방문의료를 연결하는게 주된 내용인 사업이다. 현재 27개 지자체에서 운영 중이며, 이 중 한의원이 포함된 곳은 당진, 전주, 거제 3곳이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8월까지 재택센터 시범사업으로 1781명이 혜택을 받았으며, 현재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한다. 재택센터 시범사업은 독특한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인력기준이 (한)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로 구성돼 있다는 점이다. 일차의료 운영에 필요한 사례관리를 하기 위한 간호사와 지역사회 연계를 하기 위한 사회복지사가 (한)의사와 다학제 팀을 이룰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서비스 내용과 절차도 일차의료 서비스 내용을 비교적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데 포괄평가→사례회의→케어플랜 수립→방문진료 및 방문간호→사례회의→점검 및 평가로 이뤄진다. 이 때문에 이 인력구조를 갖추기 어려운 (한)의원이 불만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일차의료가 오랜 시간 동안 발전해온 해외에서 다학제로 구성된 하나의 팀이 대상자에게 일차의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도 구조를 변화해야 한다는 의지가 정책에 담겨 있다. 이 점 때문에 재택센터 시범사업이 서비스 내용 면에서는 일차의료 정책 중 가장 고도화 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올해 1월 시작됐던 1기 재택센터 시범사업은 연말에 종료되며, 내년에는 2기 시범사업이 시작될 예정이다. 2기는 100개 지자체를 선정할 계획이며 사업 내용은 1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대상기관은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의원급 의료기관과 공공보건의료기관, 보건소, 보건의료원이다. 공단에 문의 결과 우선 선정 기준은 △인력 기준 등 기본 요건 충족 여부 △여러 지역 분포 원칙(한 지역내 1개 의료기관 선정이 원칙이나 신청 정도에 따라 2개 이상 의료기관이 될 가능성도 있음) △관련 실적(해당 의료기관의 방문진료 실적, 장기요양보험 관련 실적 등) △계획서 내용(지역 연계 방안 등) 등이다. 우리는 이번에 100개 지자체를 선정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 공급이 충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에 한의원이 적극적으로 신청한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2기 시범사업은 이달 30일까지 공모기간이며 신청당사자는 지자체이다. 향후 정부가 일차의료를 더욱 강화할 것은 예견되어 있는 일이다. 이번 2기 시범사업에 많은 한의원의 참여로 한의계가 일차의료의 중심이 되길 기대해 본다. -
청혈단의 뇌졸중 재발 억제 연구에 세계 신경학 전문가들 ‘관심’이한결 경희대학교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 전임의 지난달 15일부터 19일까지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제26회 세계신경학회(World Congress of Neurology·WCN)’에 포스터 발표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세계신경학회는 World Federation of Neurology에서 격년으로 주최하는 신경학 분야의 가장 큰 국제학술대회로, 지난 3년간의 팬데믹으로 모든 오프라인 학회가 중단됐다가 작년 하반기부터 오프라인 학회가 재개되기 시작해 올해 본격적인 모든 학회의 re-opening이 진행됐다. 세계신경학회 역시 지난 2021년 학회가 팬데믹으로 인해 온라인 형태로 개최됐으며 올해 4년 만에 다시 오프라인 학회가 온라인과 병행된 hybrid 형태로 다시 열리게 됐다. 필자의 전공 분야인 신경학에서 가장 큰 학회인 만큼 오래 전부터 가고 싶었던 학회였는데, 이번에 포스터 발표가 채택돼 좋은 기회를 참여하게 됐다. 다양한 신경학 관련 연구성과 발표 학회는 △Scientific Session △Plenary Lecture △Teaching Course △Free Paper 등 여러 강연이 서로 다른 신경학 주제에 대해 9개의 강연장에서 동시에 진행되는 방식이었다. 주 강연장에서는 Scientific Session이 열렸는데, 강연자들의 발표 주제에 대한 연구 성과, 리뷰 및 최신 지견 업데이트가 주를 이뤘으며, 보조강의장에서 열린 Teaching Course는 각 주제에 대한 텍스트북 수준의 강의를 하는 방식이었다. 참여자들은 학회 일정표를 보며 원하는 주제의 강의를 찾아다니면서 들을 수 있었다. 강연은 주제별로 90분씩 3명의 연자가 25분 강의 후 15분간의 Q&A 시간이 주어졌다. 그러나 이 시간이 지켜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는데, Q&A 시간에는 질문자들이 줄을 서서 질문과 토론, 때로는 날카로운 비판을 강연자에게 던졌고, 강연자는 매우 진지한 태도로 성의 있게 답변에 임했기 때문이었다. 신경학 첨단(尖端)의 장에서, 나름의 탑을 쌓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던 나는 내가 아직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이며 갈 길이 먼지 다시 한번 겸손해지는 계기가 됐다. 무엇보다 강연을 들으며 인상적이었던 점은 강연자들의 의학에 대한 열린 사고였다. 많은 신경학 분야가 기존의 약물 치료가 한계를 갖거나 유의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강연자들의 다수는 여기에 솔직했으며, 때에 따라서는 기존의 약물 치료에 대해 비판적이거나 비약물요법을 전문으로 하는 의학자도 있었고, 대안적 치료를 탐색하는 의사도 있었다. 예를 들면 치매의 비약물요법에 대해 강의한 Aida Gonzalez UCL 신경학연구소 박사는 치매는 약물을 사용한 ‘치료’의 영역이 아니며, 비약물요법을 사용한 ‘재활’에 의한 장애의 완화가 필요한 질병이라고 역설했다. 편두통의 침 치료 가능성 ‘확인’ 또한 침 치료나 herb요법을 강연 중 다루는 강연자도 있었다. Elizabeth Leroux 몬트리올 신경과 클리닉 의사는 편두통의 비용 효과적 치료에 대해 강연하던 중 침 치료에 대해 언급했는데, 침 치료는 편두통 치료에 기존 약물치료에 준하는, 혹은 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고, 또한 편두통 예방의 가능성을 갖고 있어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으나 현재까지의 근거는 질적 향상이 필요하며 또한 치료가 지속될수록 비용 부담이 존재한다고 했다. 침 치료가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우리나라보다 훨씬 고비용인 캐나다 의료를 감안하면, 이 캐나다 신경과 의사는 침 치료의 편두통에 대한 치료적 가능성을 확인했고 근거의 질 향상을 촉구했다고 할 수 있다. 청혈단의 뇌졸중 재발 억제 포스터 발표 강연과 더불어 채택된 초록들의 포스터 발표가 큰 전시장에서 동시에 진행됐다. 채택된 초록 수가 거의 1000개에 달해 포스터 발표가 이틀씩 두 번으로 나눠 진행될 정도였다. 포스터 발표 주제는 모든 신경학 분야에서 역학조사, 기초실험연구, 증례 보고, 임상연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했다. 우리 교실에서 발표한 연구는 ‘Recur rence prevention effect of herbal prescription Chunghyuldan on ischemic stroke: A retrospective cohort study’였다. 허혈성 뇌졸중 예방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청혈단의 모든 TOAST(Trial of Org 10172 in Acute Stroke Treatment) 분류에 따른 청혈단의 허혈성 뇌졸중 재발 억제 효과를 후향적으로 분석한 연구로, 이 결과가 SCIE 학술지 Medicine지에 채택돼 출판될 예정이며, 이번 세계신경학회에서 선제적으로 성과를 공개했다. 쉽게 찾아보기 힘든 대체의학을 주제로 한 발표여서인지 관람자들의 이목을 끌었고, 그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herbal prescription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청중도 있었다. 필자의 짧은 실력에 말하고자 하는 많은 내용이 잘 전달됐을지 염려가 됐지만, 이 넓은 신경학 바다에 우리의 한의학이 미약하지만 하나의 물결을 일으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맥길대 신경학연구소 참관 학회 일정이 종료돼 가는 18일 저녁에는 몬트리올에 소재한 The Neuro라고 불리는 맥길대학교의 신경학 연구소이자 신경과 병원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모든 병원 내부를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CT 및 MRI 촬영실과 이곳에서 Penfiled 박사가 간질 수술을 위해 직접 사람의 뇌에 전기 자극을 가하며 반응을 관찰했던 수술실, 그리고 The Neuro 연구소에서 개발한 고해상 3D 디지털 뇌 해부 영상인 BigBrain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었다. 특히 BigBrain은 뇌를 20μm(머리카락 굵기 정도) 단위로 얇게 슬라이스한 영상을 3D형태로 재구현한 것으로, 추후 상용화된다면 현재의 MRI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정교한 진단영상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됐고, 추후 우리 병원에서도 이러한 기기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한의학을 세계로 사실 세계신경학회에 참석하기 전 필자와 같은 전통의학 또는 대체의학 발표자나 강연자가 있기를 내심 기대했었다. 하지만 포스터 발표 중 그러한 주제를 담은 발표는 볼 수 없었고, 강연자 중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는 점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학회 일정을 모두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추후 점차 더 많은 한의사 및 한의과학자들이 세계신경학회를 비롯한 여러 유수 해외학회에 강연자로 초청되고, 또 그들의 한의학 연구 성과를 발표하러 참여하는 날이 오기라는 희망을 가득 안으며 귀국했다. 마침 다음 세계신경학회는 2025년 서울에서 개최된다. 2025 WCN은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수많은 신경과학자 및 의사들에게 한국에는 한의학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우수한 의학의 한 갈래라는 것을 알릴 수 있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끝으로 세계신경학회에 참여할 기회를 주시고 지원해 주신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순환신경내과학교실 교수님들께 감사드리며 글을 마친다. -
생의 마지막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김은혜 경희대학교 산단 연구원 (전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임상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경희대 산단 연구원의 글을 소개한다. 임종을 앞둔 환자의 주치의를 몇 개월만 해봐도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마주할 수 있다. 몇 십 년 동안 환자의 간병을 자처하면서도 군말 한 마디 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보호자도 있고, 아들딸 얼굴 한 번 보고 떠나겠다고 문자 그대로 온 영혼을 끌어서 눈 한번 마주치고는 떠나는 환자도 있다. 비단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니더라도 마음으로 깊이 연결된 주위의 누구나 아주 긴 이별을 앞둔 때에는 기대도 못 했던 기적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애틋한 광경을 몇 번 보다 보면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주는 위로의 위력이 느껴지기도 했다. 반면, 누군가에게는 기적을 일으키는 그런 공동체가 거동도 힘든 이들 앞에서 와해되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일 때면(주로 이런 경우는 경제적 문제로 인한 분란이 대부분이다) 환자들은 한없이 초라한 표정을 짓곤 했다. 감동이 오갈 때보다 고성이 오가는 현장에서 오히려 환자들의 초연한 얼굴이 더 눈에 잘 들어왔었다. 때때로는 보호자들의 입장도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기에 가족이라는 공동체가 줄 수 있는 두려움 또한 몸서리치게 만들 때가 종종 있었다. ‘있을 때 잘하자’라는 유명한 말이 있지만 이것 또한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없음을 알고 있다. 다만 우리가 선택의 순간에 있어서 나중에 후회할 일을 최소화할 수 있는 가치관이 각자의 마음속에 세워지기를 바라며 한 가족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한다. “헐, 오빠! 배에 물차면 3개월이래!” 컴퓨터로 병원 전자 차트를 열자 지난밤 동안 쌓인 간호 기록이 쭉 떴다. 그중 하나에 강조 표시가 된 알림이 있었다. ★ OOO 환자 보호자 분들 오후에 면담하러 오신대요. 며칠 전 혼자 병원을 찾아와 “쉬기만 하다 갈렵니다”라고 말하고 1인실로 들어간 말기 대장암 환자의 알림이었다. 일상복을 입고 있을 때는 몰랐는데 환자복으로 갈아입자 불룩 솟아오른 배가 확연히 보였던 환자였다. 그 배 안에는 복수가 가득 차 있었다. 아무리 말기 암이더라도 그 정도 양의 복수는 그냥 두고 볼 수 없어 모른 척 환자에게 다가가 치료 얘기를 꺼냈더니 바로 단호한 거절의 말이 돌아왔었다. “치료는 괜찮습니다. 그냥 편하게 쉴 수만 있게 해주면 좋겠는데…….” 그날 이후로 관리 차원의 치료만 들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전달된 보호자들의 면담 요청이었다. 보호자 분‘들’이라기에 두세 명 정도 올 거라 예상했는데 6명의 어른과 1명의 남자아이까지 찾아와 병원이 북적였다. 서로 간에 오가는 대화를 살짝 들어보니 6명은 아들, 딸, 며느리, 사위들이었고, 아이는 그중 한 쌍의 아들인 듯했다. 면담이 시작되었다. 안 그래도 예상보다 많은 보호자가 스테이션을 꽉 채우고 있어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아이는 그 안에서 자꾸 뛰어다녔고 아이를 말리는 엄마 아빠의 목소리까지 더해져서 대화에 집중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환자의 경과가 전형적인 말기 대장암의 예후를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라 설명하기 어렵지는 않았다. 의무기록지에 적혀 있는 치료 이력을 말하고 가장 최근에 다른 병원에서 찍어온 CT 영상과 우리 병원에서 시행한 검사 결과를 보여주며 면담을 이어갔다. “마지막으로 암 치료를 받으신 지가 1년 넘으신 것치고는 결과가 나쁘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배 둘레가 100cm가 넘을 정도로 복수가 차 있는 게 좀 걱정이 됩니다. 환자분은 추가적인 치료를 원하지 않으시지만 일반적으로 말기 암 환자분에게 복수가 차는 게 보이기 시작하면 평균적인 여명을 3개월 정도로 설명 드리고 있어서…….” “헐, 오빠! 배에 물차면 3개월이래!” 설명을 뚝 끊으며 외치는 소리였다. 이어서 그들만의 대화가 오갔다. “아버지 언제부터 배부르기 시작했는지 본 사람 있냐?” 기록에 따르면 약 두 달 전부터였다. “아무도 모르지! 노친네가 맨날 혼자서만 다녔잖아. 꽁꽁 숨기는 버릇은 옛날부터 여전해.” “왜 이제 와서 모르는 척이세요” 면담을 중단하고 싶었다. 하지만 법적 보호자들이 묻는 질문에 대답할 의무가 있는 나로서는 이론적으로 한 달가량 여명이 남았다는 사실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이 말을 들은 보호자들은 갑자기 “네, 네”라고 말하며 면담을 성급히 종료시키더니 시간에 쫓기듯 짐을 부랴부랴 챙겨서 환자의 병실로 우르르 몰려갔다. 이후부터는 병실 밖까지 들리도록 크게 이야기하기에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가족 간의 대화이다. “아버지! 한 달 남으셨대요!” “그래서?” “이제 좀 숨기고 있던 거 다 꺼내놓으세요! 자식이 뭘 그렇게 뺏아 간다고 암인 것도 숨기셨어요?” “이제 알았으니 숨긴 거 없다.” “아니! 그 이야기가 아니잖……! 하…….” “에이, 장인어른~ 무슨 말인지 아실 분이 왜 그러세요.” “형부는 뭘 아신다고 나서세요? 아빠! 옛날에 우리한테 주기로 약속했었잖아~” “맞아요, 아버님. 그때 이야기 다 하셔놓고 왜 이제와서 모르는 척이세요.” “그쪽은 순서가 안 맞지~ 아버지! 그거 저한테 주실 거죠? 하나뿐인 손주도 할아버지 보고 싶다고 와있어요.” 이후의 내용은 생략한다. “응, 어쩔 수 없지” 우리 병원의 1인실 비용은 하루에 40만 원 정도 된다. 유일하게 보험이 안 되는 병실이라 비어 있는 경우가 많다. 환자는 그 1인실에서 딱 40일을 지내다가 돌아가셨다. 병실료만 1600만 원이 나왔을 것이다. 임종이 다가오면 보호자가 마지막을 지킬 수 있도록 연락을 한다. 돌아가시기 전날, 보호자에게 전화를 하려 번호를 조회했더니 서로 다른 번호 4개가 등록되어 있었다. 어떤 번호가 주 보호자의 것인지 몰라 4명 모두에게 전화를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면담 때 봤던 얼굴들이 모였다. 내가 아는 바로는 다들 면담 때 만난 이후로 오랜만에 다시 모인 거였다. 그간 보호자들은 심경의 변화가 있었는지 지난번처럼 큰소리로 대화하지는 않았다. 의식이 없는 환자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나온 보호자들이 병동을 벗어나면서 하는 말을 듣고 있자니, 이제는 더 이상의 관심을 그들에게 쏟고 싶지 않았다. “장례비 처리는 n분의 1 하는 거지?” “응, 어쩔 수 없지.” “하, 그러게 왜 그 큰돈을 연고도 없는 학교에 다 줘가지고…… 노친네 끝까지…….” -
- '속 편한 일상'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