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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한약제제 산업, 어떻게 활성화 시킬 것인가?직역 간 갈등과 제도적 제약 등으로 위축상태에 놓인 한약제제 산업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주관한 ‘2023 한의약 정책포럼: 한약제제 산업 활성화 방안’이 9일 로얄호텔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산학연 관련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인 가운데 개최됐다. 이 자리에서 정창현 한국한의약진흥원장은 “대만, 중국, 일본 등 세계적으로 한약제제 산업은 큰 시장을 이루고 있고, 복용이 간편하고 휴대가 편리해 향후 한약제제는 중요한 건강유지 및 치료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음에도 현 시점에서 국내 산업은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있어 새로운 성장동력 마련과 활로 모색이 시급하다”며 “이에 한약제제 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는 쟁점들을 살펴보고, 한약제제 산업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고자 이번 포럼을 개최하게 됐다”고 밝혔다.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환영사를 통해 “정부는 한약제제 산업 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새로운 한약제제의 개발을 위한 연구 개발 및 제형 현대화 지원, 관련 공공 인프라 구축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고, 관련 단체 간 의견 차이가 커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그러나 어려운 과제일수록 관련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가 모여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오늘 이 자리가 한약제제 산업 발전 방향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중요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한약제제 전체 파이를 어떻게 키울지를 고민” 이날 ‘한약제제의 발전과 현황 및 관련 법령 제도 고찰’에 대해 주제발표를 진행한 장보형 교수(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는 △한약제제 관련 용어 정의 및 현실적 분류 관련 문제점 △보험급여 한약제제 관련 규정 및 청구 현황 △일본 및 대만의 한약제제 현황 △한의사의 한약제제 이용 관련 설문조사 연구 △선행연구의 제약회사, 전문가 대상 한약제제 문제점과 활성화 방안 등에 대해 설명했다. 장보형 교수는 “한약제제 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결국 소비자인 국민이 많이 사용해야 하든지 수출길이 많이 열리든지 해야 될 것 같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이해 당사자들이 어떻게 움직여야 되고 어떤 식으로 사용권 확대가 이뤄져야 하는지 고민해야 할 것”이라며 “보험 급여의 항목과 수가 확대 문제도 어떻게 해야 할지, 단순히 상한 금액을 올리기만 해서 해결이 되는 것인지, 전체 파이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지, 제약회사의 투자 생산 확대를 요청해서 가능한 문제인지, 또한 이 과정에서 한의사의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약제제 생산 업체, 2010년 9개→2023년 3개로 감소 ‘한약제제 산업의 현실 및 쟁점’에 대해 발제한 한충석 경방신약 부장은 “지난 20년간 총 진료비와 약품비, 한방 진료비가 4배가량 증가하는 동안 한방 약품비는 5.7% 감소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이런 영향으로 한약제제를 생산‧공급했던 업체는 2010년 9개에서 2023년 현재 3개 업체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한약제제 청구건수가 217% 증가되었지만 약품비는 42.2% 증가에 그치는 등 공급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가 한약제제의 약가 인상을 합리적으로 반영해 정체되어 있는 시장을 활성화시켜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약제제 산업 현황 및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발표한 이화동 본부장(한국한의약진흥원 산업진흥본부)은 “국내 한약제제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한약제제의 특성상 연구와 개발에 대한 비용이 높아 발전 속도가 느리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고 지속적 발전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화동 본부장은 한약제제 산업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보험 급여 한약제제 기준처방 개선 및 복합제 적용 △65세 이상 한방 건강보험 상한금액 개선 및 조제료 인상 △급여 한약제제 약가 산정 방법 개선 및 약가 현실화 △안‧유 면제 10종 한약서 정비 및 제약사 신제품 출시 촉진 ‧한약제제와 생약제제 구분에 대한 규제 개선 등을 꼽았다. 한약제제 산업 활성화위한 주체별 역할 모색 강인호 과장(식품의약품안전처 생약제제과)은 ‘한약(생약)제제 허가 심사 제도 현황’에 대해 소개하며, “현재 논의 중인 제조방법의 현대화를 인정하는 부분이나 한방건강보험용 제제 개선, 전문의약품 위주로 성장하고 있는 전체 의약품 시장과 반대로 일반의약품 위주의 한약제제 시장 문제점 등에 대한 고민 등이 해결돼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이어진 패널 토론에는 주제 발표자 외에도 윤태기 보건복지부 한의약산업과장, 고호연 식품의약품안전처 한약정책과장, 조형권 한풍제약 대표, 이두석 인티그레이션 연구소장, 임병묵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참여해 ‘한약제제 산업 활성화를 위한 주체별 역할과 발전 방안’을 주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
이승호 경북한의원장, 나눔국민대상 ‘국민포장’ 수상한의사들의 소외이웃들을 위한 따뜻한 봉사의 손길이 ‘제12회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인정받았다. 9일 KBS 신관에서 열린 제12회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에서 이승호 대전 경북한의원장이 국민포장을, 부천시한의사회 허준봉사단(단장 심상민)이 보건복지부 장관 표창을 각각 수상했다. 나눔국민대상은 보건복지부, KBS,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주최하는 국내 첫 민관합동 유공 포상 행사로, 2012년부터 인적나눔, 물적나눔, 생명나눔 및 희망멘토링 분야에서 국민복지 향상에 공헌하고 있는 개인과 단체를 선정해 시상하고 있다. ◇ 지역사회서 꾸준한 봉사와 기부 실천 이날 행사에는 이기일 복지부 제1차관과 훈·포장 수상자를 포함한 훈격별 대표 수상자 및 가족 등 280여 명이 참석했다. 올해에도 국민 공모와 나눔단체 등의 추천을 거쳐 자원봉사, 기부, 헌혈, 후원(멘토링) 등의 분야에서 이웃사랑을 실천한 135명(훈장 1명, 포장 2명, 대통령 표창 7명, 국무총리 표창 10명, 장관 표창 90명, 민간단체장 표창 25명)이 나눔국민대상을 수상했다. 특히 수상자 중 이승호 원장은 지역사회에서 꾸준한 기부와 무료 진료 봉사 등을 진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국민포장을 수상했다. 이 원장은 오랜 기간 지역사회를 위해 선행을 펼친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실제 맞춤교복행사를 통해 예비 중학생들에게 교복 1500벌을 지원한 것을 비롯해 지난 2007년부터는 설·추석 명절맞이 이웃돕기 후원물품을 꾸준히 기탁하고 있다. 그는 4대째 한의사 가정으로 배우자‧자녀도 고액을 기부하고 있으며, 30여 년간 무료진료와 한약 지원 등 의료나눔을 실천해 오는 등 이 원장과 그의 가족이 기부한 금액 규모만 해도 14억4600만원에 달한다. 또한 2012년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한 이후에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클럽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지역 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 증가를 위한 홍보 활동과 나눔 문화 확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이밖에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도 면역력 증진 등에 도움이 되는 한약을 재택치료를 받는 대전시민들을 대상으로 무상으로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해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이승호 원장은 “어려운 이웃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 주는 것이 인간으로서 해야 할 도리라고 배웠다”면서 “도움이라는 것이 받는 사람만 좋은 게 아니라 주는 사람도 행복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에 더 매진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어 “이번 국민포장은 앞으로 좋은 일 더 많이 하라고 주신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하겠다”며 “능력이 될 때까지 꾸준히 나누며 사는 삶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 50여 명 단원들의 꾸준한 한의의료 봉사, 국가서 인정 허준봉사단은 이날 나눔국민대상에서 복지부장관 표창을 수상했다. 허준봉사단은 부천시한의사회 회원들이 산발적·개별적으로 진행하던 의료봉사를 분회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실시하고자 지난 2010년 5월21일 34명의 단원이 참석한 가운데 창단됐다. 허준 선생의 인술애민(仁術愛民) 정신을 받들어 의료사각지대인 소외계층의 건강을 돌보고 아픔을 함께하며 아픈 부분을 치료하겠다는 취지로 창단된 허준봉사단에는 현재 50여 명에 이르는 단원들이 활동하고 있다. 허준봉사단은 2010년 10월 원종복지관에서 첫 의료봉사를 실시한 이후 부천시 관내 11개 복지관(심곡, 원종, 한라, 춘의, 고강, 삼정, 부천사회, 덕유, 상동, 소사노인, 범안)에서 월 2회 진료를 하고 있다. 이날 허준봉사단을 대표해 수상한 김한성 단원(부천 중동한의원장)은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부천 지역에서 선한 영향력을 전파한 공적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며 “허준봉사단은 부천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심상민 단장은 “이번 수상을 통해 허준봉사단이 지역사회 소외이웃들의 건강 증진에 기여한 성과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쁘다”면서 “무엇보다 의료봉사라는 미명 하에 자행됐던 무자격 의료행위 척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봉사단의 앞으로의 활동에도 많은 기대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범석 부천시한의사회장은 “지금까지 자신의 바쁜 시간을 내 의료봉사에 참여한 봉사단원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지역주민들의 건강 증진을 위한 허준봉사단의 노력에 모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
이승호 대전 경북한의원장, 2023년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국민포장(9일) -
정상적인 근골격계 초음파 해부학의 지침 제공척추신경추나의학회(회장 양회천·이하 추나학회)가 John C. Cianca와 Shounuck I. Patel이 저술한 ‘근골격계 초음파 단면 해부학’을 번역 출간했다. 이현준 추나학회 국제이사(교육위원)와 조혜린 박사가 역자로 참여하고, 양회천 회장이 감수한 이 책에서는 공간적 관계와 3차원 방향을 강조하는데 최적화된 이미지들과 함께 정상적인 근골격계 초음파 해부학의 지침을 제공한다. 이 책은 △상지(어깨, 팔, 팔꿈치, 전완, 손목) △하지(고관절, 대퇴부, 슬관절, 다리, 발목)로 구성돼 있으며, 각 구조물의 여러 고해상도 영상을 원본 삽화와 함께 제공하는 한편 삽화들은 초음파 사진의 구조를 문서화하고 이미지를 해독해 설명하는 등 해부학적 관계 및 초음파 영상에 대한 이해를 돕도록 하고 있다. 또한 초음파 단면에서 가장 잘 보여지고, 진단용 초음파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데 필요한 해부학적 관계들에 대한 소개와 더불어 어깨부터 발까지 근골격계 해부학에 대한 150개 이상의 초음파 영상이 수록돼 있다. 이와 함께 각 초음파 영상에는 스캔한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 단면 또는 영역의 형식과 연관된 그림이 강조 표시된 프레임 내에 묘사돼 독자들의 쉬운 이해를 도모하고 있으며, 간략한 텍스트 포인트와 범례의 경우에는 주요 기능과 랜드마크를 강조하고 스캔을 얻고 해석하기 위한 기술적인 팁도 서술돼 있다. 이현준 국제이사는 “미국출판협회의 PROSE award 임상의학 부분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된 바 있는 이 책은 임상 현장에서의 활용가치 또한 높다”면서 “초음파 해부학에 대해 잘 기술된 책인 만큼 임상 현장에서 진단 및 치료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책에는 탐촉자의 위치에 따른 다양한 해부학 단면 도해를 담고 있어 초음파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임상 현장에서 경혈을 좀 더 정밀하고 정확하게 취혈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오명진 한의영상학회 부회장은 추천사를 통해 “초음파를 이용해 이 책에서 제시된 부위 하나하나를 독자의 손으로 재현해 본다면 해부학적 지식의 확장뿐만 아니라 초음파를 비롯한 여타의 영상진단에 대한 이해도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며 “이제 한의임상에서 영상진단은 필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영상진단과 관련된 서적의 저술이나 번역을 통해 초음파를 비롯한 영상진단 분야는 한의학 내에서 더욱 위치를 공고히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인류세의 한의학 <25>김태우 교수 경희대 기후-몸연구소, 한의대 의사학교실 목표 수정, 기후위기 극복의 위기 섭씨 1.5도 이하로 기온 상승을 제한하려는 목표가 폐기될 위험에 처해있다. 탄소 배출을 줄여 산업화 이후 치솟는 기온을 1.5도 아래로 묶어두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파리협정 이후 인류사회가 매진(?)하던 기후위기 대처의 목표가 수정되어야 한다는 연구들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앞 문장에 매진이라는 단어에 물음표를 붙였다. 그 말을 편하게 쓸 수 없는 이유 때문이다. 파리협정 이후로 1.5도 상승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데는 매진을 하였다. 그리하여 기후위기 극복의 논의에서 1.5도는 중요한 키워드가 되었다. 하지만 실제 1.5도 상승을 막으려는 인류사회의 실천에 대해서는 매진이라는 말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불일치 속에서 기온 상승의 기울기를 꺽으려는 목표는 물 건너가고 있다. 지난 연재 글에서 “기온중심주의”라는 말을 사용하였다. 기온은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중요한 테마이지만, 기온 담론이 놓칠 수 있는 내용들을 환기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다. 무엇보다도 수치화된 기온은 기후위기의 연결성을 분절하는 효과가 있다. 어는점과 끓는점 사이를 100등분한 온도는 컨텍스트가 사라진, 산술적 구간이다. 그 100등분한 단위에서 하나 반이 1.5도다. 1.5도는 체감하기 쉽지 않다. 오늘 최고 기온이, 어제보다 1.5도 높다고 해도 우리는 그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없다. 1.5도 이하로의 기온 상승 제한 목표 달성이 멀어지고 있는 이유 중 하나로, 1.5도가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섭씨 1.5도는 엄청난 무게의 온도다. 섭씨 1.5도를 채우는 것들 주방에서 물의 온도를 높일 때와는 달리, 지구 대기의 온도를 1.5도 올리는 데는 엄청난 물리적인 무게가 작용한다. 이 무게는 기온을 올리는 데 주된 역할을 하는 쓰레기만 살펴봐도 분명히 드러난다. 기온 상승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이산화탄소도 쓰레기다. 인류가 에너지를 얻기 위해 태운 탄화수소의 쓰레기다. 쓰레기는 “어떤 것의 생산량이 자연의 분해 능력을 웃돌 때” 발생하는 것이다1). 여기서 분해 능력은 분해흡수하는 자연의 능력을 말한다. 분해되면 흡수할 수 있고, 흡수할 수 있도록 분해한다. 인류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과거에도 있었다. 하지만 바다와 숲과 같은 지구의 분해흡수 장치의 능력을 초과하여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인류세”를 한 마디로 정의한다면, 쓰레기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플라스틱, 이산화탄소, 핵폐기물이2) 바다에, 대기에, 지층에 분해흡수되지 못하고 남아 있는 시대가 인류세다. 그 쓰레기들을 배출한 인간의 활동이 지구의 역사에 흔적을 남기는 시대다. 이 쓰레기들은 인류가 쓰고, 태우고, 폭발시킨 것들의 잔해다. 이 남은 것들의 물리적 무게만 해도 대단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발행하는 이산화탄소 배출 보고서에 따르면3) 2022년 한 해 동안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는 368억 톤이다. 태우고 남은 것들이 배출되는 대기에는 산소도 있고 질소도 있지만, 이것은 이산화탄소만 모아서 무게를 측정한 경우다. 표준 온도와 기압에서 이 이산화탄소를 공간에 채운다면, 한 변이 1미터인 박스 113조 개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작년 한 해 대기에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무게는 그 자체로 무겁다. 이와 같이 산업화 이후 엄청나게 뿜어낸 이산화탄소의 무게를 지구의 분해흡수 능력은 감당할 수 없었다. 1.5도는 100등분된 온도기 구간에서 하나 반의 구간이지만 그 무게는 감당할 수 없이 무겁다. 이산화탄소는 쓰고 남은 쓰레기다. 그 쓰레기에 연결된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생각하면 그 무게는 우리가 아는 숫자 단위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그 어마어마한 중량에는 근대 이후 인류의 문화문명이 또한 연결되어 있다. 특히, 쓰고 버리는 문화가 주요하게 작용한다. 근대 이전에도 다양한 인류의 문화가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쓰고 버리기에 여러 지역의 인류문화가 동의한 적은 없었다. 기온의 상승은 근현대 인류문명 자체와 연결되어 있다. 근대 이전과 근대 이후는 상전벽해의 차이가 있다. 예를 들면, 초가, 기와집이 부서지고 고층 아파트가 올라간다. 모두 수제였던 생산품들이 공장에서 대량생산된다. 공장 건물 자체도 크고 육중하다. 과거에 전주나 안동에서 서울 가기는 많은 준비가 필요한 먼 길이었다. 이제 고속도로가 뚫리고, 고속기차가 질주한다. 한반도 내 뿐만 아니라, 비행기가 연결하는 세계는 그야말로 지구촌이다. 이 아파트와 공장과 비행기 자체가 무겁다. 그 무거운 것들을 올리고, 돌리고, 띄우는 에너지가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 에너지를 엄청난 양의 탄화수소를 태우고 폭발시켜 얻었다. 섭씨 1.5도는 간명한 수치이지만, 그만큼 상승하기까지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것들이 동반되어 있다. 그 무게의 반작용으로 1.5도가 올라갔다. 엄청난 무게의 쓰레기들이 있었고, 그 셀 수 없는 중량의 쓰레기를 만들기까지 인간들의 행위가 있었다. 대다수의 인류에게 버릴 결심을 하게 하는 생각의 방식이 그 쓰레기들을 가능하게 했다. 인류가 지구의 온도를 바꾸고, 지구사를 집필하는 역할을 할지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인류는 인류사만 저술하는 역사가였다. 하지만 이제는 지구사까지 손을 대고 있다4). 큰 획을 그어 인류세라는 시대가 탄생하였다. 인류세는 근현대문명이 쓰레기로 기록하는 시대다. 그 기록에 섭씨 1.5도 상승이라는 역사적 사건이 지금 기입되려고 한다. 무거운 1.5도 기후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섭씨 1.5도 상승은 매우 무겁게 다가온다. 인류세는 “기후변화”의 의미가 중의적인 시대다. 기후는 기본적으로 변화한다. 대서(大暑)에서 대한(大寒)으로, 입동(入冬)에서 입하(入夏)로 그 기의 정황이 바뀐다. 그러므로 기후변화라는 말은 동의반복일 수 있다. 기후라는 말에 이미 변화의 의미가 담지 되어 있는데, 다시 변화를 붙이는 것은 중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의 기후변화는 중복의 혐의를 벗는다. 여기서 말하는 변화는, 본래 변화하는 기후의 마땅함을 벗어나는 변화를 가리키기 때문이다. 올 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까를 걱정하는, 여름마다 기록 갱신이 일어나는 변화이기 때문이다. 한로(寒露, 10월 8일)가 지나고, 상강(霜降, 10월 23일)이 지나도 낮 기온이 2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여름 기후가 한없이 팽창하는, 경험하지 못한 변화이기 때문이다5). 인류세의 1.5도는 순환하는 기후의 마땅함으로 돌아올 수 없는 기온 상승의 기준이 되는 온도다. 그래서 기후변화의 티핑포인트로서 주목받아온 온도다. 인류는 두려운 갈림길에 직면해 있다. 한쪽은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길이 있고, 다른 한쪽은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나락으로 이어진 길이다. 인간들이 투기하는 쓰레기가 인류를 후자의 길로 등떠밀고 있다. 기후위기는 연결의 위기다. 단지 온도 구간의 하나 반이 아니라, 기온 상승은 지금의 현대문화문명 자체와 연결되어 있다. 지금의 상황은 고열 증상의 근본 원인이 장부에 있는 상황이다. 근원이 되는 근현대 인류문명의 쓰레기 생산, 투기(投棄) 문화에 진단과 변증의 시선이 가있어야 할 때이다. 장부의 문제가 심각한데, 그 증상의 하나로 드러나는 열만을 처치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그 근본원인에 대한 심각한 논의와 실천이 필요한 때이다(다음 연재글 “연결의 기후위기 V”에서 계속). 1) 후지하라 다쓰시(2022) 『분해의 철학: 부패와 발효를 생각한다』 참조. 2) 인류세는 아직 공식적 지질시대 명은 아니지만, 조만간 공식명으로 지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인류세가 하나의 지질시대로 명명되는 데 중요한 근거가 되는 쓰레기로는 핵실험 후 자연으로 분해흡수되지 못하는 플로토늄이 대표적이다. 3) International Energy Agency (2023) “CO² Emission 2022” 4) 디페시 차크라바티(2023) 『행성 시대 역사의 기후』 참조. 5) 2023년 11월 2일 서울의 최고 기온은 25.9도를 기록했다. 또 하나의 기록 갱신이었다. -
2023 전국한의학학술대회 수도권역(동계), 주요 발표내용은? <1><편집자주> 2023전국한의학학술대회 수도권역(동계) 행사가 오는 12월10일 서울 코엑스 3층 컨퍼런스E룸에서 개최된다. 이번 학술대회는 ‘생애주기별 한의학’을 주제로 라이브 시연 강연, 뇌파 및 레이저 의료기기 시연 및 핸즈온 실습, 한·일 학술교류심포지엄, 초음파 핸즈온 실습, 기초한의학학술대회, 안면신경마비 특강 6개의 세션이 진행될 예정이다. 본란에서는 라이브 시연 강연 세션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한의의료사고의 법적 문제와 대응방안(신현호‧법률사무소 해울) 신현호 변호사는 한의의료사고의 발생 현황과 추세, 법적 구성, 판례 경향과 분석, 그리고 대응방안에 관해 실제 발생된 사건을 중심으로 쉽게 이해하고 접근할 수 있도록 강연을 진행한다. 신 변호사는 “개업한 임상한의사들이 한의의료사고와 의료법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의료사고 발생 이전 사전예방에 미흡한 경우, 사고 발생 후 적절한 대응을 잘못해 분쟁을 악화시키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주제를 선정했다”며 “의료분쟁 발생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의료사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견비통 진료지침의 임상 적용 및 운동요법(염승룡‧한방재활의학과학회) 염승룡 교수는 견비통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의 치료 알고리즘을 소개하고, 권고안에 기술된 일반침의 취혈 원칙, 전침 자극 부위, 분부침법, 동유침법, 비경주기침자법, 체침자법, 동기침법의 원리를 간략히 소개하면서 실제 임상 적용시에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염 교수는 “임상에서 자주 활용되지만 견비통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 근거가 다소 부족한 약침·수기요법의 실제 임상 적용 방법을 개괄적으로 알아보고, 치료 시 범하기 쉬운 오류를 피하는 방법 및 유의사항을 소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어깨관절 해부학을 활용한 맨손검사법(박지훈‧대한스포츠한의학회) 박지훈 원장은 견관절 특수검사들의 해부학적 의의를 살펴보고, 견갑흉곽관절 움직임을 조절하는 3가지 견갑골 안정화 근육을 시진과 저항검사를 통해 감별진단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박 원장은 “견관절 주변 경혈을 아시혈로 접근할 때 해부학적 의미를 고려하면 치료율을 더 높일 수 있고 이와 더불어 근육학, 신경학, 기능해부학에 관심을 갖고 저항근력검사를 잘 조합하면 근육, 인대, 관절와순의 문제를 감별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내용에 충실한 동영상과 실제 환자 임상레를 통해 이튿날 바로 사용해 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밝혔다. △어깨 구조의 초음파 스캔(오명진‧대한한의영상학회) 오명진 원장은 작업이나 스포츠 활동으로 병변이 발생하기 쉬운 어깨 관절을 주위에 위치한 경혈들을 초음파 진단기기로 살펴보고, 각 구조물의 형태와 대표적인 병변을 라이브 초음파 스캔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오 원장은 “초음파는 직접 영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중요한 검사로, 실시간으로 스캔하는 부위와 영상의 probe 위치를 동시에 보는 것이 초음파 영상을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다”며 “이번 강연을 통해 어깨의 회전근개를 중심으로 직접 스캔하면서 초음파 진단과정을 함께 해볼 계획”이라고 전했다. △어깨의 초음파 가이드 약침(김형준‧천진한의원) 김형준 원장은 어깨 질환 치료 초음파 가이드 약침을 소개한다. 약침의 종류와 경혈의 선택을 통해 보다 정확한 위치에 약침 치료를 시행할 필요성에 대해 설명하며, 초음파를 활용해 치료 부위와 시술을 보다 객관화 시킬 수 있음을 제시한다. 김 원장은 “견관절의 MRI 영상과 초음파 영상과의 비교를 통해 초음파 화면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와 함께 대표적인 증상에 대한 가이드 약침 부위를 소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십견의 진단과 침도치료(안준석‧대한침도의학회) 안준석 원장은 어깨 움직임에 대한 정확한 기전을 이해하고, 환자의 상태를 양쪽 견갑골을 비교하며 직관적으로 쉽게 분석해 치료의 방향성을 모색한다. 더불어 환자의 양쪽 견갑상각, 견갑극, 견갑하각에 점을 찍어 비교해 침도 치료를 직접 시연한다. 안 원장은 “오십견은 일반 염좌 환자와 달리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해 무엇보다 의사의 자신감이 환자에게 느껴져 의사를 믿고 따라오게 해야 한다”며 “치료의 방향성을 확실하게 잡아 어렵게 느꼈던 오십견에 대해 많은 회원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어깨관절의 운동손상 평가 및 추나치료 예시(남항우‧척추신경추나의학회) 남항우 원장은 어깨관절의 구조적 기능장애 진단‧평가 주요 항목과 더불어 견갑골 및 상완골 운동계 손상 증후군 유형의 특징과 대표적인 다빈도 유형에 적용하기 편리한 추나 치료적 접근 방법을 소개한다. 남 원장은 “어깨통증을 유발하는 원인과 조직들이 꽤나 다양한데, 최근 초음파 가이드 봉약침, 도침의 붐이 반갑다”며 “임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어깨관절 기능장애 8가지 패턴을 구분해 치료하게 되면 환자들의 빠른 회복뿐만 아니라 한의사들의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작용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
論으로 풀어보는 한국 한의학(261)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임종국 교수(1938〜2022)는 평안남도 출신으로 성남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해 1960년에 9기로 졸업하고 대한한의학회 학회장, 경락경혈학회 및 대한침구학회 초대 회장을 했던 침구의학계를 대표하는 학자다. 그는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명예교수였다. 침구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임종국은 1973년 새해부터 한의신문에 ‘鍼灸醫學史’라는 제목의 논문을 3차(1월15일자, 1월30일자, 2월15일자)에 걸쳐 게재해 이 분야의 개척자적 면모를 과시했다. 이 연구를 바탕으로 그 해 9월에 열렸던 제3차 세계침구학술대회에 ‘韓國鍼灸醫學의 略史’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한다. 아래에 이때 발표한 논문을 소개한다. “한국민족의 전통의학으로 발전하여온 침구술은 腫物 및 疼痛을 치료하기 위한 과학적인 치료법의 하나로 인정되는 석기시대의 石鍼, 骨鍼 등의 응용 경로가 있었고, 활의 촉에 독약을 발라서 사용된 시대에 독을 제거하기 위한 穿刺療法이 있었다. 그 다음 經絡鍼灸術은 서기 561년(고구려 평원왕 3년)에 知聰이 중국의 醫書를 輸入하여 옴으로써 經絡理論을 습득하여 穿刺治療法과 같이 경락자극 침구술이 전래하여 왔다. 經絡은 生体에 있어서 氣(力, 先生氣血電流)의 循環路 즉 回路이며 經絡線上에 나타나는 過敏点 또는 反應点을 經穴(治療点)이라 命名하였고 經絡이 內的으로는 各臟器와 連結되어 있어 各疾患에 應用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침구학은 역사적으로 발전책이 이루어져 왔고 현실적으로 한의사제도가 成熟하여 발전하여온 오늘날까지 大衆의 生活 속에 뿌리 깊이 하여 疾病治療方法에 널리 活用되어 왔다. 먼저 손꼽을 수 있는 것이 지금으로부터 西紀 1544〜1610年(420年 前)에 舍岩氏의 舍岩鍼法(五行鍼)을 발전시켜 현금 한방의학이 輸入된 各國에서는 五行鍼으로 통칭되고 있는 실정이다. 서기 692年(효소왕 元年)에는 처음으로 한방의학을 국가정책으로 교육하였으며 이때 ‘千金方’의 輸入으로 鍼의 補瀉法 널리 應用하기 始作하였다. 서기 960年(光宗12年)에 처음으로 國家試驗으로 登用시켰던 3人의 한의사는 한국역사상 최초로 合格한 의료인이며 制度의 創始였다. 西紀 1136年(仁宗14年)에는 醫藥에 처한 考試方法과 試驗科目을 一定하게 規定하였으며 合格 不合格을 결정하는 明細한 規則을 만들었다. 그 후 국가의 모든 政策이 쇄신되었고 차차 文化가 발달하였으며 중국의 한약재료를 수입하기보다는 국산약재를 이용하려는 인식이 높아져 의학의 자주적 기본 사업으로 서기 1398年(太祖7年)에 침구경험이 包含된 ‘鄕藥濟生集成方’이라는 의서가 나왔다. 이어서 西紀 1433年에는 世宗大王이 한국 고유 의학의 ―大集成인 ‘鄕藥集成方’을 刊行하였다. 한편 그때까지의 東洋醫學의 大集成인 ‘醫方類聚’를 西紀 I477年에 침구학이 포함된 의서를 편찬하였다. 西紀 1438年(세종20年)에는 의학고시에 침구학을 必須科目으로 하는 規定을 보았다. 西紀 1447年에는 全循義와 金義孫이 合作한 ‘鍼灸擇日編集’과 유성용의 著 ‘鍼灸要訣’이라는 침구의서가 있다. 西紀 1644年에는 許任 著의 ‘鍼灸經驗方’이 있다. 한국의 침구학 發展史上 뚜렷한 것은 침구술에 能한 著明한 醫人들이 宣祖때 가장 많았다. 西紀 1596年(宣祖25年) 許浚 둥이 王의 命을 받아 1613年(光海君 5年)에 처음으로 完成을 본 ‘東醫寶鑑’ 중의 鍼灸篇은 가장 많이 응용되었으며 침구학 발달의 全盛期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역사적 배경을 갖고 내려오다가 1948年 東洋醫大의 設立으로 東洋醫學율 專攻으로 敎育한 한의학사 1300名을 배출하고 현재 대한한의사협회 회원 총 3千名을 포용하고 있다. 1965年 東洋醫大는 慶熙大學校와 倂合하여 綜合大宇校內에 있게 되었다.” -
항저우 장애인아세안게임 팀닥터로 다녀와서제정진 삼잘한의원장 이천 장애인선수촌 촉탁의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명예회장 10월 22일부터 28일까지 중국 항저우에서 개최된 장애인 아세안게임의 대한민국 팀닥터로 다녀왔다. 한국 선수단은 선수 208명, 임원 137명이 참가했고, 전체 참가 규모는 43개국이었으며, 22개 경기 종목에서 열띤 경쟁이 펼쳐졌다. 우리나라는 종합 4위로 대미를 장식했다. “샘, 샘한테 제일 먼저 왔어요” 대회 마지막 날 폐막식을 준비하느라 어수선하고, 해의 기운도 기울쯤 막연하고 기이한 슬픔이 피어나고 있을 때였다. 조정선수가 진료실로 부리나케 들어왔다. “샘, 샘한테 제일 먼저 왔어요”라면서 휠체어 바퀴에 한 걸음을 싣고 와 주었다. 그리고 은메달과 꽃 뭉치를 내 목에 걸었고 손에 잡혀 주었다. 그 목소리에, 그 둥근 걸음에 가슴이 터질 듯 했다. 나는 안경 안에 이물이 있는 것처럼 거짓 손짓으로 뜨거움을 몰래 훔쳤다. 함께 뭔가를 만들어냈고, 더 큰 가능성을 확인하였기에 더 나은 희망으로 미래를 기약할 수 있었다. 둘이서만 알 수 있는 미묘한 차이, 그 깻잎 같은 차이와 변화를 서로는 알고 있었다. 스포츠경기에서 아슬아슬한 차이를 깻잎 한 장 차이라고 한다. 그 차이를 내 몸 안에서는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을까? 생 깻잎을 입천장에 붙여보자. 그 두께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긴 머리카락을 목구멍에 걸리게 해보아라.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끼면서 가래침을 내뱉으면서 발작을 할 것이다. 깻잎 한 장과 실 한 줄로도 내 몸속은 엄청난 차이를 몸소 느낄 수 있다. 치료의 관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 실례의 시작은 다음과 같다. 여자 조정선수가 팔꿈치가 아파서 찾아왔다. 노를 꽉 잡아야 하니 부담은 확실할 것이다. 아픈 곳은 팔꿈치지만 어깨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어깨가 가동을 충분히 못하므로, 손 악력이 대신 과도하게 사용하게 돼 팔꿈치가 아픈 것이라고 했다. 팔꿈치를 부수적으로 치료하고 어깨를 위주로 가동역을 넓혀주니 1~2회 만에 팔꿈치의 통증이 많이 감소하고 운동을 하는 데 지장이 없어졌다. 다시 척추의 전후 운동 범위를 확인하여 심부의 척추 옆을 직접 자극하여 가동범위를 올려주었다. 교통사고로 인한 흉추 11~12번의 손상 마비이므로 척추의 운동이 제대로 되지 못하는 상태였다. 심부 척추를 장침으로 복부를 통해 직접 자극하여 움직임을 조금 개선시키니 미세한 변화가 생겼다. 경직이 이완되면서 통증이 감소됐고, 척추가 조금 움직이면서 전체적인 전후 동작이 더 원활하게 됐다. 또 간헐적으로 발 받침대를 지지하던 다리에 힘이 들어가면 경련이 일어난다고 호소했다. 다리 내전근 부위(하지 음경락)를 자극하여 이완시켜 주었다. 감각을 느끼지는 못하지만 발까지 쥐가 나지 않음으로써 더 긴 운동축을 사용하도록 도움을 주었다. 부수적으로 심부 척추를 자극하는 과정에 복부를 동시에 자극하게 되면서 소화능력이 개선 되고 추위가 확실히 개선됐다. “체하면 손발이 차가워진다”라는 말을 반증하는 것 같다. 전에 다른 선수들은 반팔을 입어야 하는 정도의 온도에서도 추위를 느꼈었는데 지금은 그런 추위가 없어졌다. 심부 온도가 상승하면서 전체적인 경직도의 감소도 통증을 완화시키는 데 일조를 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람은 항온(정온)동물이고, 100% 음식을 통해 열량을 제공 받으며, 유일하게 음식을 익혀서 먹는 동물이라 소장에서 70% 정도를 흡수한다. 이에 소장의 위치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상완혈, 중완혈, 하완혈, 천추혈, 관원혈 등의 경직이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고, 전체 몸에서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관찰하고 연관시킬 수 있으면, 기능을 측정하는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부분적 관점이 아닌 전체를 관찰해야” 복싱 레전드인 플로이드 메이웨더는 애초에 복싱은 하체로 하는 운동이라고 하였고, 수많은 줄넘기 강좌를 열기도 했다. 발이 땅을 밀어내는 힘이 팔을 통하여 전달되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스텝이 골반 회전, 팔을 펴는 힘과 연결되어야 펀치력이 제대로 발휘되는 것이다. 문제는 연결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부분과 기계적인 관점에 사로잡히면 팔만 보이고 척추와 몸통, 골반과 다리의 연결성이 보이지 않는다. 전체를 연결시킬 때 대각선 운동도 동시에 관찰해야 한다. 오른손과 왼 다리, 왼손과 오른 다리가 하나의 운동 단위인 것이다. 드물지만 경우에 따라서 우측 손과 우측발이 하나의 운동 단위가 되기도 한다. 상지에서만 분석해보면 어깨, 팔꿈치, 손목, 손가락 관절의 역할이 구분되기도 하지만 운동 단위로 보면 각각의 역할의 주부가 다르다. 다리도 마찬가지이다. 내장의 기능개선이 운동 향상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지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런 사고의 전환이 없으면 복싱선수는 상체운동만 강조할 것이며, 조정 선수의 치료 관점이 팔꿈치를 벗어나질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계적이고 부분적인 것만을 강조하였기 때문에 데카르트를 싫어하고, 갈릴레오를 좋아한다. 과학에는 정성적인 것과 정량적인 것이 있는데, 정성적인 것은 측정이 되지는 않지만 어렵다고 하였고, 정량적인 것은 측정이 되지만 쉽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오늘날, 정량이는 하늘로 올라가 중세의 하나님이 되어 절대성을 부여받았고, 정성이는 땅에 머물러 각각의 사람들과 부딪히며 살아가고 있다. 자연에서 화학적인 것이 물리적인 것이요, 물리적인 것이 화학적인 것이다. 무기화학은 절대 법칙이 있지만, 인체의 유기화학은 개별로만 존재한다. 개별로 만나는 분들과 좋은 인연으로 연결되기를 기원한다. 우리의 장점이 확장된다면... 기회가 된다면 이정민 유도선수와 세 개의 금메달을 딴 서수연 탁구선수의 이야기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대한형상의학회에서 전하는 임상치험례 <23>곽재영 경동한의원 여자 50세. 2022년 11월26일 내원. 【形】 卯酉形 氣科, 관골 발달. 【色】 面浮, 눈 주위 검음, 눈이 너무 피곤해 보임. 【症】 ① 2018년부터 양 눈이 건조하고 따가운데 좌측이 심하면서 熱感이 있다. ② 좌측 눈이 밝은 곳에 가면 눈이 부시면서 눈이 뜨지 못하고 감긴다. ③ 눈이 감기면 뜨기가 상당히 어렵다. 그러다 보니 걷다가 부딪히기도 한다. ④ 또 바람이 불면 눈을 더 못 뜨겠다고 한다. ⑤ 이 증상이 생리 때가 되면 더 심하고 두통도 동반된다. ⑥ 소변을 자주 보고 치질 기운이 있는데 항문쪽이 무거운 감이 든다고 한다. ⑦ 평소 멍이 잘 들고 피곤하다고 한다. ⑧ 소화력이 좋은 편이 아니고 중완 압통이 있다. ⑨ 좌측 天髎穴이 많이 뭉쳐 있으면서 風池로 해서 눈으로 뻗치는 감이 있다. ⑩ 서울대병원을 3년간 다녔는데 전혀 차도가 없고 안검연축으로 진단받음. 【治療 및 經過】 ① 2022년 11월26일. 芎歸湯 合 芎芷香蘇散 30첩. ② 12월27일. 脈은 64/64. 아직 눈이 안 떠지는 것은 비슷하다. 생리 때 더 심했으며 소변은 여전히 자주 본다. 치질은 좋아졌다. 중완 압통은 덜하다. 四物湯 合 芎芷香蘇散 30첩. ③ 2023년 2월2일. 脈은 71/70. 좌측 눈의 심하게 감기는 것과 따가운 것이 20% 좋아짐. 또 전에는 눈이 감기면 못 떴는데 지금은 그것이 좋아지고 있다. 눈부심은 비슷하고 걸을 때 눈이 감기는 것은 아직 비슷하다. 上同 30첩. ④ 3월7일. 脈은 68/67. 눈 감기는 것이 40% 호전. 전에는 걸을 때 심하고 앉을 때도 감겼었는데 앉을 때는 전보다 덜하다. 밝은 곳에서는 아직 눈부심이 심하고 생리 때 심하다. 上同 30첩. ⑤ 4월8일. 脈은 76/76. 눈이 감기는 것이 60% 호전됐고 이제는 걸으면서 부딪히는 것은 없다. 눈이 부시는 게 힘들고 나이가 갱년기라서 그런지 上熱感이 있고 잠들기가 어렵다. 上同 30첩. ⑥ 5월29일. 脈은 66/60. 이제 눈 감기는 것과 부심이 70∼80% 이상 좋아짐. 上熱感은 완전히 소실됨. 上同 30첩. ⑦ 8월14일. 脈은 72/70. 눈이 간혹 아래로 처지는데 간혹 들기가 어렵다고 한다. 그간 한약을 오래먹어서 간과 신장이 걱정이 된다고 한다. AST 11, ALT 24, BUN 11, CRE 0.8 원내검사, 검사기계 simplex TAS. 上同 30첩. ⑧ 9월23일. 脈은 68/67. 이제 눈이 힘든 것은 10∼20% 정도 남았다고 한다. 최근 요가를 하면서 물구나무서기를 한 후 좌측 天髎穴이 많이 뭉치고 아팠는데 이때 눈이 조금 더 불편해지는 감을 느꼈다고 한다. 上同 30첩. ⑨ 그간 침 치료는 三焦正格, 肝正格을 사용함. 【考察】 ① 上記 환자는 面浮한 卯酉形 氣科 여성으로 수년 전부터 눈이 수시로 감기고 뜨지 못하는 증상으로 내원했다. ② 평소 증상에서는 어깨가 잘 뭉치고 피로하며 치질의 기운이 있어서 形과 症狀을 참고하여 香蘇散을 기본처방으로 고려할 수 있다. ③ 증상 중에서 눈이 감기고 뜨지 못하는 증상에 대해 『東醫寶鑑』 「目不得開合」에는 “눈을 뜨지 못하고 밝은 것을 싫어하는 것은 風熱이 눈꺼풀을 끌어당겨서 닫기 때문이다”라 하여 芎芷香蘇散에 前胡, 蔥白 3줄기를 넣어 달여 먹는다고 했다. ④ 상기 환자 형이 香蘇散 形이라 芎芷香蘇散을 선방했고 평소 멍이 잘 들고 생리 때 더 심해져 四物湯을 합방했는데 처음에는 消化障碍를 고려해 芎歸湯에 합방했고, 소화력이 좋아진 이후에는 四物湯에 芎芷香蘇散을 합방해 좋은 효과를 보았다. 【參考文獻】 ① 『東醫寶鑑』 「寒門」 香蘇散 사계절의 상한으로 머리가 아프고 몸이 쑤시며, 발열. 오한이 있는 것이나, 상풍. 상습. 상한. 유행성 온역등을 치료한다. 향부자·자소엽 각 2돈, 창출 1.5돈, 진피 1돈, 구감초 5푼.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생강 3쪽, 총백 2줄기를 넣어 물에 달여 먹는다. ② 『東醫寶鑑』 「後陰門·氣痔」 氣痔는 걱정거리나 두려운 것이나 성낼 일이 눈앞에 닥치면 바로 붓고 아픈 것이다. 기가 흩어지면 낫는다. 가미향소산. 귤피탕을 써야 한다. ◆ 加味香蘇散 氣痔를 치료한다. 진피·지각·천궁·괴화 각 1돈, 자소경·빈랑·목향·도인·향부자·감초 각 5푼.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생강 3쪽, 대추 2개를 넣어 달여 먹는다. 귤피탕이라고도 한다. ③ 芎芷香蘇散 傷寒이나 傷風의 표증으로 목덜미가 뻣뻣하고 온 관절이 아플 때는 음양을 구분하지 않고 쓸 수 있다. 향부자·자소엽 각 2돈, 창출 1.5돈, 진피·천궁·백지 각 1돈, 감초 5푼. 이 약들을 썰어 1첩으로 하여 생강 3쪽, 대추 2개를 넣어 물에 달여 먹는다. ④ 『東醫寶鑑』 「眼門·目不得開合」 눈을 뜨지 못하고 밝은 것을 싫어하는 것은 풍열이 눈꺼풀을 끌어당겨서 닫기 때문이다. 芎芷香蘇散에 前胡, 葱白 3줄기를 넣고 달여 먹는다. ⑤ 『臨床韓醫師를 위한 形象醫學』 ◆ 香蘇散 ◎ 形象 □, ◇ 氣科 둘 다 가능하다. 관골이 발달한 여자. 鬱滯 되거나, 여자가 남자 같이 생긴 사람. ◎ 解說 1) 氣科의 氣鬱로 인한 濕에 쓴다. 正傳에 “氣가 鬱滯 되면 濕이 막히고, 濕이 막히면 熱이 생긴다. 그래서 氣鬱病은 대부분 浮腫. 脹滿을 겸한다”고 하였다. 두통이 오더라도 濕에 의한 것으로 머리에 띠를 두른 느낌의 두통이 온다. 2) 痲木- 류마티즘과 유사하기도 하고, 어깨부터 뒷목으로 뻣뻣하고 팔과 손가락까지 저린 것이 목디스크와 유사한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濕으로 손발이 마목되면 향소산 가 창출·마황·계지·강활·백지·모과를 쓴다. ◎ 처방 비교 四物湯 또는 芎歸湯 合 香蘇散 形象이 正方氣科 이면서 顴骨이 있는 경우로 氣鬱과 血虛가 동반한 경우에 쓴다. 氣科가 울체하고 피로하여 오후에 지치고, 어깨 뭉치고 힘들어하는 경우에 쓴다. 血虛症을 동반하여 香蘇散만 쓰기는 힘든 경우에 합방하며, 氣科의 성향으로 顴骨이나 骨格이 있는 여자에게 쓴다. ⑥ 사암침 정리집 ※ 이유 없이 눈이 시리고 부시다 – 위승한격, 간정격 ※ 바람을 맞으면 눈물이 난다 – 신정격, 公孫 瀉 ※ 그냥 있어도 눈물이 난다 – 간한격, 간정격 ※ 밝은 것(햇빛, 전등불) 보면 눈물, 눈이 시리고 부신다. (羞明) - 간정격 (눈 시고 눈뜨기 싫다. 감고 있으면 편함), 위승한격 (多用) -
오신치료법으로 자발적 자기대사력을 찾게 하는 정신건강 한의학김명희 연구원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박사 수료 최근 영국 브레츨리 시에서 개최된 ‘제1차 AI 안전성 정상회의’에서 G7을 포함한 세계 주요 국가 28개국은 AI의 재앙적 피해를 막기 위한 개인정보 보호, 사이버 보안 등 11개 ‘AI 국제행동강령’이 담긴 ‘블레츨리 선언’을 채택했다. 정부도 ‘챗GPT시대에 맞춰 의료인은 물론 일반 의료소비자들도 의료정보데이터를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의 ‘마이 헬스웨이(의료분야 마이데이터) 플랫폼’을 도입하여 건강정보의 선택 기능을 확대시켜 나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대형언어모델 (Large language model, LLM)로 의학적 지식 컨텐츠들을 구축해 놓는다 하더라도 인공지능(AI) 시대를 열어갈 키워드는 결국 인간 고유의 역량인 인문학적 성찰에 있으며 AI에 대한 제대로 된 통제나 관리, 감독 없이는 자칫 혼재된 얼치기 가짜 논문들을 양산하게 되어 학문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한의학은 인간 개체의 전체적 생명현상을 전일(全一)로써 관찰하여 몸의 생·장·화·수·장과 마음의 혼·신·의·백·지에 대해 상대세력적 활동의 조화상태로 분석, 이를 생명현상으로 연구하고 다루는 방법을 수천 년 간 임상으로 실증해 왔다. 한의학리는 병의 원인이 외인이든 내인이든 간에, 생명력의 이상변이를 에너지대사와 물질대사의 음양세력 간 소장운동으로 오기능 상관관계의 조화와 균형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질병이 회복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대상의 주체를 나열식 해부학적 물질에다 주는 서의학과는 달리, 결과적으로 한의학은 살아있는 인체에 이상변이가 일어나야 질병이 생기는 것으로 보고 병세, 병기, 병정 간 음양부조인 질병에 대해 인체가 스스로 체내의 병균, 스트레스 등을 이겨내도록 하는 음양조화균형을 이끌어 내어 치유해 왔다. 정신건강한의학은 정신의 기층부에서 발생기능(혼)·추진기능(신)·통합기능(의)·억제기능(백)·침정기능(지) 간 상호관계로 개인별 생명활동, 생활현상에 따라 나타난 불균형의 병정을 분석하고, 그 분석된 개념을 기초로 하여 오기능 구조역학적 균형의 관점에서 개별 맞춤식 치료법으로 질병을 다루어 왔다. 인공지능(AI) 기술시대에 한의학의 역량은 구축되고 있는 의료데이터 정보를 통해 한의학리의 확실성을 견고히 하고 질병의 예방과 치료 및 행복한 삶을 영위하도록 하는 ‘의과학’에 맞춰져 있다. 향후 한의학의 치료방향도 자체 생명력과 자발적 자기대사력을 상생시키는 동의생리학리 이론에 두고 이를 현대적으로 계승·발전시켜 나가는데 모아져야 할 것이다. 임상사례 핏기 없는 얼굴의 20대 여성이 어머니와 함께 내원했다. “4달 전부터 모 대학병원에서 급성 공황장애로 진단받고 항정신약을 복용하고 있는데도 어지러움, 가슴 두근거림, 두통, 호흡곤란이 여전해 요즘은 잠도 못 이룬다”며 어머니가 초조한 표정으로 호소했다. 망문문절 진찰해보니 촌관척 모두 맥무력허약(脈無力虛弱)한 미맥(微脈)이었다. 한의사: 최근에 스트레스 받거나 신경 많이 쓴 일이 있었나요? 환자: (힘없는 목소리로) 특별히 별다른 일은 없었는데도 몇 달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어지러워졌어요. 엄마: (다급하게) 얘가 큰딸인데 어려서부터 신경이 약해요. 몸도 약해서 엄청 신경 써서 키웠어요. 더구나 제가 10년 이상 대학병원에서 우울증약을 처방받아 복용한 적이 있는데 날 닮아서 그런 건 지 걱정돼요. 한의사: 아니, 어머니는 무슨 일로 우울증약을 복용하셨나요? 엄마: 제가 형제 여럿인 장남에게 시집와 시부모님 모시고 살면서 온갖 속 터지는 일을 극복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정신과약도 먹게 되고, 이제 와서 말인데 남편 사랑 하나로 극복하고 살았어요. 한의사: (딸을 보며) 어릴 때 부지런히 살림하시는 엄마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나요? 환자: 엄마가 고생만 하시니 속상했지만, 늘 ‘훌륭하시다’고 생각했어요. 엄마는 자식들을 끔찍이 신경 써서 키우셨고,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온갖 뒷바라지도 다 해주셨어요. 저도 엄마처럼 부모님께 효도하려고 열심히 공부했어요~ 한의사: 엄마를 무척 존경하고 있군요. 환자: 네 맞아요. 우리 자매들은 엄마 없으면 안돼요. 저는 수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최근 들어 제 인기가 높아져 학생들이 많이 늘어나고 학원에서도 기뻐하면서부터 이런 증상이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저도 엄마 닮아서 그런 지, 뭐든지 했다 하면 아주 완벽하게 해내거든요. 한의사: (눈을 맞추며) 부모님께 배운 데로 열정적으로 학생들을 잘 가르치는 것처럼, 환자분은 이미 공황장애를 극복할 힘도 지니고 있었네요. 환자: (활짝 웃으며) 네. 선생님 말씀처럼 가르치는 일은 제가 원래 좋아했고 적성에도 잘 맞는 직업이라고 생각은 하면서도, 공연히 ‘더 잘해야겠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 너무 너무 스트레스를 받고 지쳤던 거 같아요. 한의사: 환자분은 많은 학생들을 강의에 집중하게 만드는 능력이 뛰어난데, 너무 긴장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일순간 장애가 왔던 거예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받을수록 더욱 더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해야지요. 환자: (눈을 반짝이며) 네. 정말 맞아요. 어쩐지 원인을 몰라 답답했는데, 선생님과 상담하니 마음이 훨씬 편안해지네요. 혼·신·의·백·지의 조화와 균형은 자발적 자기대사치료법 복약 한 달 후 내원한 환자는 “선생님이 지어주신 한약을 복용하면서 편안한 상태에서 강의할 수 있게 되었다”며 “선생님 덕분에 요즘은 아예 공황장애 약도 끊고 잠도 잘 잔다”라고 기뻐했다. 위 사례에서 보듯 탁월한 전문성에 풍부한 식견을 가졌던 명랑한 환자는 ‘더욱 더 잘해야 한다’는 불안과 초조감이 몰려오는 감정의 공황으로 통합기능(意)의 정지변동이 사(思)로 편항(偏亢)되어 혼란을 겪어 왔으나, 필자는 자체 비토(脾土)기능을 조화시키는 음양조화치료법을 적용시켜 자발적 자기대사력 회복을 통해 치료할 수 있었다. 이에 따라 필자는 환자의 병증을 ‘사려과다 현상’으로 보고 ‘경계정충, 불면증, 불안증’을 겪고 있던 환자에게 ‘심신과로, 비위허약’으로 변이증후군을 변증·분석하여 이를 오신의 통합기능을 조화롭게 하는 지언고론요법, 정서상승요법, 오지상승위치, 이정변기요법 및 가감안신보심탕으로 침구·방제했다. 한의학정신건강센터(KMMH)가 산·학·연·병과 연계해 한의약 R&D 주요사업 중 하나로 한방병동 임상사례 확충을 통해 정신장애질환군 환자들을 치료할 때 부작용과 습관성이 없고 면역이 강화되는 한약방제 개발에 적극 나서고자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