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아 교수
대전대 한의과대학
대한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학회 학술이사
이번호에서는 목의 이물감으로 내원한 환자에 대해 살펴보려고 한다. 한의약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매핵기’라는 이름이 익숙할 것이다. 목에 무언가가 있는 듯해 뱉고 싶으나 뱉어지지 않고, 삼키려 하지만 삼켜지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기초로 목에 이물감을 갖고 내원하는 환자들에게 매핵기라는 설명을 많이 하기도 한다. 하지만 같은 증상을 갖고 있는 환자들 중에서 혹시 후두성대점막 주위에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도 좋다.
‘21년 12월에 46세 남자환자가 목이 건조하면서 이물감이 있고 목소리가 오후가 되면 쉬는 증상으로 내원했다. 봄부터 증상이 조금씩 있다가 최근에는 아침부터 목소리가 잠기고 음식을 먹을 때 삼켜도 다 삼켜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고 호소했다. 목소리가 잘 안나오다 보니 평소에도 헛기침을 많이 하는데, 더 여러 번 하게 된다고 한다. 증상을 확인한 후 매핵기 정도나 아니면 성대폴립 정도를 예상하면서 후두 부위를 살펴봤는데, 놀랍게도 환자의 성대에는 상당히 큰 성대 육아종이 보였다.
환자에게 성대에 육아종이 보인다고 하니 그제서야 환자는 핸드폰의 사진을 보여주며 사실 7월 초순경 타 이비인후과에서 성대폴립 진단을 받았고, 큰 병원에 가보라는 설명까지 들었지만 시간관계상 그냥 두고 있다가 최근 증상이 좀 더 심해져 가까운 한방병원으로 오게 됐다고 얘기했다.
접촉 육아종은 성대에 발생하는 모습과 위치만으로도 다른 성대점막질환과 구별이 된다.
성대결절은 마찰이 가장 많은 막성 성대 중간지점에 양측으로 하얗고 두꺼워진 굳은 살 개념이고, 성대폴립은 막성 성대 중간지점에 90% 정도가 편측성으로 흡연, 음주, 과격한 발성으로 성대에 피멍이 들고 이 상태가 만성으로 진행해 섬유화가 되기도 한다.
접촉 육아종은 성대 후방 1/3 지점에 피열연골 성대돌기 부위가 자극으로 인해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한다. 자극으로 흔한 것은 위산 역류 질환이고 음성습관으로 톤이 낮은 음성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거나 과도한 기침이나 헛기침을 하는 경우로, 환자 대부분이 중년 이상의 남자들이다. 또는 수술시 삽관으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 환자의 경우에는 직장에서 낮은 톤 음성을 자주 쓰고, 가정에서는 소리를 치는 일도 많다고 했다. 그러다 보니 목의 불편감과 이물감으로 습관적으로 헛기침을 한다고 했다.
성대의 앞쪽 2/3는 음성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뒤쪽 1/3은 호흡에 중요한 부분으로 육아종은 위치상 목소리에는 큰 영향이 없는 편이고 크기가 아주 커도 성대 뒤쪽은 공간이 넓어 호흡이 답답하거나 하는 증상도 별로 없어 이물감 정도를 호소하다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이 환자도 크기가 상당히 큰 편으로 초진 당시 완전히 성숙해진 상태로 보였다.
육아종의 치료는 위산 역류의 가능성이 없더라고 약물 치료를 먼저 하거나 목소리를 음성 치료를 통해 교정을 하면서 3∼6개월간 기다리다 호전이 없는 경우 보톡스주사 또는 수술로 제거하는 마지막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수술을 하는 것 또한 성대돌기에 외상을 주는 것으로 재발이 잘 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결국 한동안 기다리는 것인데 그 시간 동안 이물감을 포함한 목의 여러 불편한 증상을 잘 치료해 나가야 한다. 환자는 양약이나 수술을 원하지 않는 상태여서, 우선 한의치료를 매주 받기로 결정했다.
길경지각탕에 거담하는 약재를 가한 탕약을 아침 저녁으로 복용하도록 했고, 목이 마를 때마다 감잎차를 자주 음용토록 했다. 헛기침은 가능한 참고 트로키제의 건폐플러스를 녹여먹도록 했다. 또한 아로마 마사지로 긴장된 후두근육을 이완시키고 천돌혈 약침 치료와 함께 인영, 수돌, 기사, 외금진옥액, 상염천, 방염천 등의 혈자리를 중심으로 하는 침 치료와 뜸 치료를 통해 염증이 잘 가라앉도록 치료를 진행했다.
환자의 육아종은 1∼2월 동안 조금씩 작아지면서 3월5일 내원시 1차로 탈락한 모습이 보였고, 육아종이 탈락한 자리로 남은 잔여 폴립양 종괴가 있었다.
1차로 육아종이 탈락한 후 환자의 이물감은 확실히 줄어든 상태로 헛기침을 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또한 일부러 낮은 목소리를 내는 습관도 고치려 노력했다. 환자는 주 1회씩의 치료를 성실히 받았고, 5∼6월 사이로 남은 종괴도 더 작아지면서 치료 종료시점인 7월경에는 완전히 깨끗해진 모습이였다. 불편하던 이물감도 거의 소실돼 헛기침을 참는 일도 없어졌다. 다양한 가능성을 포함하는 목의 이물감 증상에는 성대육아종도 고려해야 하고, 한의치료로 치료기간을 잘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많이 본 뉴스
- 1 식약처, ‘2025 자주하는 질문집’ 발간
- 2 한의사 X-ray 사용…‘의료법 개정안’, 국회 검토 돌입
- 3 “한의사 수 과잉 배출···한의대 정원 조정 시급”
- 4 첩약건강보험 ‘조건에 따라 원점 재검토’ 찬성 ‘63.25%’
- 5 고도화된 한의재택의료 술기 교육으로 ‘돌봄통합’ 대비
- 6 멸종위기 약초 생산체계의 지속가능성 ‘제시’
- 7 수원특례시한의사회, 강서원 신임 회장 선출
- 8 국가보훈부 “한의원, ‘보훈위탁병원’으로 지정한다”
- 9 “피부미용 전문가는 양방 일반의가 아닌 한의사!!”
- 10 “한의사 주치의제 도입 통해 일차의료 강화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