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융 대한한의사협회 고문변호사(법무법인 한결)
발 저림을 호소하는 환자가 한의원을 방문해 침 치료를 받았다. 내원 당시 발과 종아리에 저림 및 통증이 있다고 했으며, 문진과정에서 당뇨병이 있다고 말했다.
한의사는 혈액 순환이 양호하지 않다고 판단, 증상이 심한 종아리에 침을 놓아 피를 뽑는 사혈시술을 했다. 그 후에도 환자는 발가락 부위에 굳은 살이 심해져 갈라지는 상처와 발에 심한 통증이 있다고 했다. 한의사는 사혈로 인해 나쁜 피가 몸 밖으로 배출되는 현상으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서 종전과 같은 시술과 함께 탕약을 처방하고 전기자극술을 추가했다.
이후에도 환자의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피부과 검진을 권유했고, 그 후 대학병원에서 당뇨로 인한 족부궤양으로 엄지발가락이 검은 색깔로 변해 괴사가 진행 중이라는 진단을 받고 좌족지 절제술 등을 받았다.
이런 경우 한의사에게 침 시술 상의 과실책임을 물어 업무상과실치상 혐의 적용이 가능할까?
의료사고에서 의사에게 과실이 있다고 하기 위해서는 의사가 결과 발생을 예견할 수 있고, 또 회피할 수 있었는 데도 이를 예견하지 못하거나 회피하지 못했음이 인정돼야 한다. 의사의 진료상 과실 관련 사고 당시의 일반적인 의학의 수준과 의료환경 및 조건, 의료행위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데 이러한 법리는 한의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야 한다.
위 사건의 경우 한의사는 당뇨병력이 있는 환자에게 침을 놓거나 사혈을 한 행위 자체만으로 어떠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
환자가 한의원 내원 당시 병원에서 당뇨병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을 뿐 아니라 한의원에 다니던 중에도 병원에 가서 당뇨병에 대한 치료를 받고 그 사실을 환자에게 말했다면, 한의사로서는 환자가 당뇨병 관련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괴사 후 절단된 환자의 족부에서 배양된 균들은 통상 족부에서 발견되는 것이어서 이러한 균이 한의사가 침 등을 시술하는 과정에 감염된 균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환자의 괴사 부위는 한의사가 침을 놓거나 사혈을 한 쪽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부위이고, 환자는 한의사로부터 피부과 전원권유를 받은지 13일이 지나서야 내원했다.
또한 입원권유에도 입원하지 않고 그대로 귀가했고, 그 다음날 다른 병원에 내원하여 피부괴사가 진행 중이라는 진단을 받고 난 후 입원했다.
그렇다면 해당 한의사에게 요구되는 정도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했고, 그로 인하여 환자에게 발 괴사의 상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2심에서 업무상과실치상혐의로 기소된 한의사가 세균감염의 위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거나 제때 환자를 피부과 등 전문병원으로 전원시키지 않은 잘못을 저질렀고 이러한 한의사의 잘못(과실)과 환자의 상해 사이에 형법상 상당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아 유죄로 판단한 판결은 형사상 의료과실 및 인과관계의 입증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대법원 2014. 7. 24. 선고 2013도1601판결).
위 판례와 관련 한의사로서는 내원 환자에 대한 진단 시 문진 과정 관련 진료기록지에 세심한 문진기록작성이 필요하다. 더불어 의료과실문제가 통상 진료단계별로 진단, 검사상 과실, 투약 상 과실 및 주사 상 과실, 수술(시술)상 과실, 경과관찰을 포함한 전원 상 과실, 사전설명 의무와 요양방법에 관한 지도설명 의무위반 외에 추가로 감염관리상 과실, 낙상 등의 안전관리상의 과실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한의사로서 요구되는 윤리와 의학지식 및 경험에 비추어 신중히 환자를 진찰하고 정확히 진단함으로써 위험한 결과 발생을 예견하고 그 결과 발생을 회피하는데 필요한 최선의 주의의무를 기울이고 그와 관련 진료기록에 반드시 남겨두는 습관이 필요하다.
특히 한의사는 해당 의료기관의 설비 및 지리적 요인 기타 여러 사정으로 인하여 진단에 필요한 검사를 실시할 수 없는 경우에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해당 환자로 하여금 그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당 전문의료기관에 전원을 권고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다38442판결).
적자 생존? 찰스다윈의 말이 아닌 적어야(기록해야) 산다(입증·면책 된다)는 필자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