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이규철 기자] 최근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정부와 의료계의 ‘강 대 강’ 대치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의대 증원 근거로 내세웠던 의사 추계 3종 연구자가 패널로 참여한 ‘의사 수 추계 연구자 긴급 토론회’가 7일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신현영 의원 주최로 열렸다.
이날 토론자들은 자신의 연구의 의료인력 수요 추계 과정 등을 설명하는 한편 의료 인력 증원과 함께 의료개혁의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 공감했다.
홍윤철 서울의대 교수는 “제 연구에 따르면, 2045년부터 2050년까지는 의사가 부족해지는 공간, 그 이후는 남는 공간이 된다”면서 “부족해지는 양은 추계에 의하면 정부에서 발표한 양과 근접하게 연구결과가 나왔지만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얘기해 그 중 ‘정확히 무엇이다’라고 얘기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굉장히 중요한 사실은 지역 간 차이로, 보고서 대부분은 대도시와 중진료권에서 의사의 추계가 어떻게 되는지 본 것으로 우리나라 5개 대도시에서는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지만 나머지 지역에서는 이미 부족하고 앞으로 더욱 부족해질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두 개가 다른 방향의 곡선을 그리고 있어 (그것을 고려하지 않은) 총 추계나 총 공급으로 해결이 될 수 있는 지가 근본적인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현재 의료 추계는 의료개혁이 없는 것을 가정했기 때문에 과다한 추계가 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반드시 의료개혁이 따라가야 하는데 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일방적으로 ’몇 명이다‘라고 말하는 건 근거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박사는 “현상적으로 보더라도 의료서비스 증가하고 시장이 확대되는 것에 반해서 공급이 지속적으로 통제되고 의료체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 “의료인력 추계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수요가 어떻게 될지 전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권 박사는 “다만 추계라는 것은 과거의 추세와 현재 시점을 이용해서 미래 전망하는 것이라 앞으로의 과정이 어떻게 달라지냐에 따라 정확성 역시 변화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추계가 정확한 것인지, 활용이 합당한 것인지 논의하는 것에 앞서 의료개혁에 대한 논의가 보다 빨리, 확실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추계에는 수많은 가정이 들어간다”고 운을 뗀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명예위원은 “의료 수요를 보면 통상 인구구조 변화, 노령화 속도, 소득 대비 수요 탄력성 등의 변수를 통해 기본 골격을 추계하고 근무일수, 기술 발달에 따른 생산성 변화나 우리나라 국민 의료이용량 변화 등 민감도 테스트 역시 거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신영석 명예위원은 “정부 입장에서는 현재의 고령화 속도 등을 고려했을 때 향후 국민들의 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었을 것 같다”며 “그래서 먼저 증원하고 이후 검토를 거쳐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고, 세 연구에서 비슷한 결과가 나와 이것을 활용하는 것이 저는 크게 무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번 연구자들이 발표한 보고서를 근거로 의대 증원 규모를 설정한 것이 적절한 가에 대한 질문에는 토론자들의 의견이 나뉘었다.
홍윤철 교수는 “정부가 제 보고서를 인용해 2000명을 말하지만, 보고서에는 500명, 750명, 1000명, 1500명 증원 등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검토되었고, 의료 개혁이 안된 상태에서 어느 하나도 만족할 수 없었다”면서 “다만 보고서 결론 부분에서 합리적으로 정원을 늘린다면 500명에서 1000명 규모가 베스트라고 적어 정부가 정부가 정확히 인용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정현 박사는 “연구에서는 2024년부터 1000명씩 증원해서 4000명을 만드는 안, 5% 정도씩 매년 증원해서 2030년에 4500명을 유지하는 안, 7%나 10%증원하는 안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이용했다"며 “하지만 의대증원에 대해 연구자의 시계와 정부의 시계 당연히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을 전했다.
권 박사는 “정부가 그런 결론 낸 것에 대해 다른 이야기 한다고 하는데, 정부는 연구자와 다르게 다양한 정책 수단 가지고 있다”면서 “점진적 증원을 얘기하는 것과 다르게 한꺼번에 큰 수 증가했을 때 발생하는 교육이나 수련현장 등의 문제점이 발생하면, 이를 해소하기 위한 여러 정책지원 동반하는 것 필요하고, 어떤 방식으로 개선해서 좋은 의료인력을 양성할지 고민 필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영석 명예위원은 “연구자는 연구자의 몫이 있고, 이걸 토대로 정부가 판단하는 영역이 있다”면서 “연구자는 연구 차원에서 숫자를 제시한 거고 정부 역시 여러 가지를 고려해 판단했을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어차피 2035년까지 1만명을 증원하는 것이 목표라면 차라리 1000명씩 10년씩 증원하며 시장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판단하며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 어땠을까 한다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날 신현영 의원은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가 길어질수록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것은 결국 우리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며, “국민을 위협하는 대결이 아닌 국민을 ‘위한’ 건설적인 논의로 현 사태가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신 의원은 “의사 수요 추계 거버넌스 수립, 필수의료 처우 강화, 환자 중심의 의료개혁 등 필수·지역의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의료시스템 전환의 개선책을 제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