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준용어 바탕 전통의학 국제질병분류 과제 진행
암 등 27개 질환 임상진료 가이드라인 개발 추진
-의료정보
최근 완성단계에 들어간 전통의학의 표준용어를 바탕으로 전통의학 국제질병분류(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East Asian Traditional Medicine: ICEATM) 과제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국제적으로 WHO가 제정한 ICD-10이 활용되고 있는데, 우선적으로 우리 전통의학의 질병명과 ICD-10에 있는 서양의학의 질병명 사이의 상관관계를 비교하고 있다.
그 결과에 따라 우리 전통의학의 질병 분류에 적절한 WHO 국제분류 범주 내에서의 수준(derived 혹은 related member)을 결정할 것이다. 한국측에서는 보건복지부, 통계청과 한의학계의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러한 표준용어를 활용하여 전통의학의 medical subject headings(MeSH)와 임상용어 (clinical ontology) 체계를 개발하고 있다. 이는 전통의학의 신속한 보급과 연구자들의 정보 교환에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과제들은 전통의학의 표준용어와 서로 feedback하면서 진화해 갈 것이다.
-임상진료 가이드라인 개발
또한, 표준용어들은 현재 상당한 진척을 보이고 있는 임상진료 가이드라인의 개발에 활용될 것이다. 의학의 꽃은 임상이라고 할 수 있으며, 특히 전통의학의 경우에 있어서는 더욱 그러하다.
전통의학의 이론은 일반인들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지만, 전통의학이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의 임상효과에 의존하고 있다. 전통의학이 임상적으로 효과가 없고 유용하지 못하다면 이미 도태되어 사라졌을 것이다. 그래서 WHO 전통의학 분야에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전통의학 치료의 효과, 안전성, 접근성 및 경제성 등을 근거 중심적으로 검토하는 것이다.
임상진료 가이드라인 개발의 첫 단계로서, 단순히 양의학의 치료에 의존하는 것보다 전통의학을 활용 혹은 병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덜 하며 경제적이고 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 질환들을 전문가회의를 통해 도출하였는데, 암,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통증 등 27개 질환이 선정되었다.
그후로 수차례의 전문가회의를 통하여 근거 중심의 전통의학 임상진료 가이드라인의 기본틀이 마련되었고, 올해부터 용역사업으로서 각 질환에 대한 임상진료 가이드라인의 초안이 해당분야 임상전문가들에 의해 작성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각국의 임상전문가들이 추천되었으며, 현재 한국에서는 27개 질환에 대한 전문가 208명이 선정되었다.
임상진료 가이드라인이 개발되면 한의학은 경험 위주에서 근거 중심으로 나아가고, 한방임상의 신뢰도, 재현성 및 객관성이 확보되며, 이 가이드라인의 개발과정을 통하여 기존 한의학 임상연구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이루어지고, 과학적인 한방 임상실험 연구가 장려되며, 한방관련산업을 촉진시키고, 서양의학과의 접목이 용이해지며, 국제적인 협력 연구와 사업이 활발해지는 등의 다방면에 걸친 이점을 가진다.
-표준화의 열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통의학 각 분야의 표준이 기존 전통의학의 내용 전부를 포괄할 수는 없지만, 전통의학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근거를 담보하게 된다.
표준화의 궁극적인 목적은 전통의학이 보편성, 경제성과 효율성을 가지고 전세계 인류의 보건에 기여하기 위함이다.
전통의학 표준화의 출발은 한국이 중국보다 뒤졌으나, WHO가 주관하는 표준화의 과정에 한국의 학자들이 적극 참여함으로서 국제적으로 전통의학 분야에서 한국 한의학의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중국에서는 이미 독자적으로 상당히 많은 준비를 해왔기 때문에 WHO가 추진하는 국제수준에서의 표준화 과정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WHO의 주도적인 전통의학 표준화 추진은 중국뿐만이 아니라 전통의학에 대한 수요와 잠재역량을 가진 국가들을 더 광범위하게 동참시키고 전통의학 전문가들 사이에 국제적인 연대 강화를 도모할 수 있었다는 데 의의가 있을 것이다.
-동서의학 조화로 ‘Health for All’ 달성하자
전통의학의 표준화는 전통의학의 내적 역량을 강화시키고 보편성을 확보해주기 때문에 서양의학과의 대화가 수월해지고, 동서의학간의 조화가 쉽게 가능해진다. 이러한 동서의학의 조화와 협력을 통하여 WHO의 목표인 ‘Health for All’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기회를 통해 한국 정부가 2005년부터 WHO 세계 전통의약 표준화사업기금을 지원해 준 것에 대하여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이는 세계 전통의학 발전에 대한 한국 정부의 관심과 의지를 보여준 것이며, 한국 한의학이 세계 전통의학의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아울러 한국의 한의계는 WHO의 국제 전통의학 표준화사업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오랜 세월 꿈꿔 왔던 한의학 세계화와 국내 한의 역량의 질적 향상을 동시에 해결하는 지혜와 노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