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서울시당 정책간담회(20일)
[한의신문] 서울에서 시드니로 향하던 항공기 JQ48편 안에서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이 발생했다. 평소처럼 비행기를 탑승한 이인홍 한의사는 새벽 3시경 닥터콜 방송을 듣고 곧바로 승무원을 따라 환자에게 달려갔다.
환자는 20대 일본인 여성으로, 동승자에게 약을 요청한 직후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환자는 공황장애 병력이 있었으며, 숨 막힘과 메스꺼움을 호소한 후 실신했다.
이인홍 한의사는 상황을 전하며 “10시간 정도의 긴 비행인 점, 숨 막히고 메스꺼움을 호소한 점 등을 미루어 보아 공황장애로 인한 실신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내 중앙 좌석을 연결해 환자를 눕히고 다리를 높이는 쇼크 포지션을 취한 후, 의복과 속옷의 압박을 완화시켰다. 보호자에게 기도 유지와 구토 여부 관찰을 요청한 후, 환자의 안정을 확인하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나 30분 후 상황은 다시 급박해졌다. 환자가 의식을 회복한 듯 보였으나, 두려움 속에서 과호흡을 일으키며 산소호흡기에 대고 숨을 몰아쉬다가 결국 또다시 실신했다. 이인홍 한의사는 “기내에 비치된 종이봉투로 응급처치를 했지만 이미 의식이 없고 호흡이 불규칙한 상태라 산소호흡기로 대처법을 변경했다”면서 “산소포화도는 80% 후반에서 95% 사이를 반복하며 위태로웠다. 맥박은 약하게 잡히고 호흡은 느리고 불규칙했다”고 밝혔다.
결국 이인홍 한의사는 침을 꺼냈다. 위급한 순간,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의료행위는 바로 침술이었다. 그는 산소호흡기와 기도 확보만으로 호흡 유지가 어렵고 저산소상태가 유지되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해 한의 치료를 결정했다.
응급 혈자리로 알려진 십정혈과 팔사혈, 인중, 백회 등에 자침하고, 두개천골치료적 관점으로 미주신경을 이완시켜주기 위해 측두와 유양돌기 부근에도 자침했다. 이어 합곡에 침을 놓고 염전 자극을 계속하자 환자는 마침내 깊은 숨을 들이쉬며 호흡을 회복했다. 보호자는 환자가 “아프다”고 말하는 듯한 소리를 들었다고 전했다.
의식이 돌아온 환자를 안정시킨 후 이 한의사는 경추와 흉추를 손으로 가동해 호흡과 순환을 도왔고, 이후 환자는 몸을 일으켜 화장실로 향해 구토를 했다. 긴박했던 응급상황은 약 3시간 만에 일단락됐다. 환자는 회복했고 항공기는 예정대로 시드니에 도착했다.
이인홍 한의사는 “태평양 상공에서 주변 공항에 비상착륙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올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응급상황에서 침술의 효용과, 초보 한의사도 이같은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교육해준 한의 교육과정의 중요성을 체감했다”며 “기내 닥터콜뿐만 아니라 더 많은 의료상황에 한의사의 치료가 적용되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