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제21회 중앙이사회(19일)
[한의신문] 3월 26일 안동 시내를 덮친 엄청난 불꽃과 화염은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공포감과 두려움으로 남아 있다. 이후 가끔 황사로 뿌연 하늘이 보일 때면 산불이 또 발생한 건 아닌지 덜꺽 겁부터 난다.
안동 실내체육관에서 한의과진료실 진료를 시작으로 안동 서부초, 길주초, 길주중 등 예전에 가본 적도 없는 안동의 곳곳을 방문하면서 한의과 진료를 시작했다.
환자들의 증상은 매우 다양했다. 연기로 인해 목이 따가운 분, 너무 놀라서 가슴이 두근거리고 잠을 자지 못하는 분, 화염을 피해 달아나다가 발목을 삐거나 어깨에 타박상을 입은 분 등등 여러 가지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을 진료하면서 당시 상황이 얼마나 급박했는지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어떤 할머니 한 분은 “평생 살던 고향집이 모두 타버렸으니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차라리 산불이 활활 타오를 때 함께 타죽었더라면····.”라며 눈물을 보였다. 그 큰 슬픔을 어떻게 위로해야할지 몰라 죄송한 마음만 가득했던 기억이 있다.
산불 피해로 힘든 분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분들을 진료하는 우리 한의사 진료진 역시 숙연해지고 더욱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
안동에 있는 큰 규모의 대피소들은 점점 소규모나 안동근교에 있는 모텔, 펜션, 수련원 등 보다 쾌적하고 사생활이 보호가 되며 세면과 샤워를 편히 할 수 있는 곳으로 옮겨지고 있다.
그에 따라 우리 한의사들의 진료 행태도 환자들의 니즈에 맞게 바뀌어 갔다. 즉, 대규모 대피소에서는 한의과진료실을 개소한 이후 환자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거나 방송을 통해 한의과 진료실의 진료 시작을 알렸다.
이재민들 소규모 대피소로 분산 돼
하지만 소규모 대피소로 분산되면서 안동 분회 회원들이 2인 1조로 나뉘어 안동 곳곳에서 방문 진료에 나섰다. 실제 안동 근교에 있는 경로당, 마을회관, 시골교회 등을 찾아다니면서 의료봉사를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산과 들이 모두 전소한 모습과 시골집들이 모두 타버린 상황을 보며 산불의 화염이 매섭게 몰아치던 그날의 공포스런 장면이 그대로 생생하게 상상이 됐다.
진료를 하며 환자 분들에게 그날의 상황을 물어봤다. 그 분들은 아직도 우울감이나 공포감이 마음 속 깊숙이 자리 잡고 있어 흉비, 흉통, 두통, 불면증, 불안장애, 심계항진 등의 증상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산불이 시작된 지 3주가 되는 시점에서는 점차 트라우마 증상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예진하거나 설문조사할 때 우시는 분들이 많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진료 도중 대화하다가도 눈물을 보이거나 힘겨워하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
트라우마 관련 설문조사할 때도 오열하는 분들을 많이 만난다. 처음 산불이 났을 때는 그 슬픔과 고통을 실감하지 못했고 어리둥절했던 분들이 이제야 그 상실감과 허탈감을 심하게 느끼고 있는 듯 보였다.
언론이 주목하고, 많은 정치인들이 산불피해 현장을 꼼꼼하게 챙기던 초기의 상황보다 모두의 관심도가 점점 떨어지고 산불 피해자에 대한 인식도 점차 멀어지고 있다. 바로 이 시점이 우리 한의사들이 더욱 큰 관심을 갖고 치료해 드리고 위로해야 하는 때라는 생각이다.
안동시한의사회 회원들은 산불피해 이재민이 거주하는 대피소에 가서 진료는 물론 봉사에 뜻을 같이 하는 회원 16명이 단톡방을 만들어 수시로 정보 공유를 하며 방문진료에 나서고 있다.
방문진료 시 쌍화탕과 약침, 침, 파스, 보험약 등을 챙겨서 적게는 10명, 많게는 30명 정도 거주하는 경로당이나 마을회관을 찾아다니고 있다.
위로와 치유위한 최선의 손길 건네
대규모 대피소에서 펼쳐지는 보여주기식의 봉사들이 미처 손닿지 않는 봉사의 사각지대에 피해자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우리 한의사들의 의료 봉사가 그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동시한의사회 회원들은 곳곳에 산불 피해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체감했다. 산불로 인해 경기가 위축되고 대부분의 한의원도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 보다 더 힘든 분들을 위해 30만 원 정도씩 모금을 해 안동시에 기부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이에 조심스럽게 분회 회원들에게 기부를 제안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었고, 자발적 후원으로 모금된 성금 1200만원을 지난 9일 안동시청을 방문해 기부했다.
한의원 진료 후 저녁시간을 빼 산불피해 이재민을 위해 봉사에 나서는 것도 한편으로는 죄송한 마음 가득한데, 많은 회원들이 후원금 기부에 동참해주니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이 자리를 빌어 안동시한의사회 회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
실제 진료하면서 이재민들을 만나보면 피해를 입은 분들의 재산 피해와 마음의 상처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깊다. 현장을 다니며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치유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싶지만, 때론 체력적 한계에 부딪칠 때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끝까지 주민 곁을 지킬 것이다. 산불은 끝이 났지만 우리들의 봉사 열정은 더 뜨겁게 타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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