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제21회 중앙이사회(19일)
이재학 공중보건한의사(대구광역시 달성군 보건소)
[한의신문] 경상북도한의사회를 비롯한 전 한의계가 산불 피해 지역 이재민 대상 한의진료소 참여를 통한 신체·심리 치료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대구광역시 달성군보건소 소속 이재학 공중보건한의사가 나흘간 연속으로 진료에 매달려 눈길을 끌고 있다. 본란에서는 이재학 공보의를 통해 이재민들의 상황과 재난에서의 한의약의 강점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지역에서 공중보건한의사로 활동해오고 있다.
경희대 한의대를 졸업하고, 올해 대구광역시 달성군보건소에서 공중보건한의사 3년차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한의학 의료봉사팀 ‘온전한’에서 회장직을 맡는 등 공중보건한의사 1년차부터 다양한 한의의료봉사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Q. 경북 산불 이재민 대상 봉사에 참여했다.
지난 2023년 4월부터 공보의로 발령받아 대구 달성군 화원읍에 거주하고 있는데 평소처럼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어느날 “화원읍 주민들은 모두 대피하라”는 긴급 문자메시지가 울렸다.
이후 휴대폰을 켜고, 경북 일대에서 발생한 산불 속보를 보게 돼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이는 화원읍 명곡리를 포함한 여러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불이 나 상당히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소방관 분들의 밤샘 진화 덕분에 제 거주지 인근의 불길은 약 12시간 만에 잡혔고, 다음날 무사히 집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한껏 움츠러들었던 마음을 추스르며 ‘살았다’는 안도감과 감사함도 잠시, 경북 안동 일대에 산불이 거세게 번져 하룻밤만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이 속출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경북한의사회로부터 안동체육관 한의진료소에서 의료지원 봉사자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한의진료봉사에 참여했다.
Q. 이재민 대상 적극적인 한의진료를 전개했다.
현장에선 외상은 물론 불면증, 우울, 화병과 같은 트라우마성 증상과 이에 기인한 소화불량, 호흡 곤란, 가슴 답답함, 상열감, 식욕저하 등 다양한 신체 증상들을 수반하고 있었다.
특히 평소에도 근골격계 통증을 갖고 계셨던 어르신들은 급박한 대피 과정에서 해당 부위에 무리가 가해지고, 트라우마까지 겪으면서 많은 통증들을 호소했다.
이에 안동체육관에 설치된 ‘경북 산불피해 중앙합동지원센터 한의진료소’에서 이재민들과 봉사자들을 대상으로 침·피내침(이침)·약침·도침 치료를 비롯해 추나요법, 한약 처방, 심리상담 등 다각적인 한의진료를 통해 신체적·정서적 회복을 돕고자 노력했다.
이번 봉사를 통해 한의약이 이러한 복합적 어려움에 매우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당초 계획은 금요일에 봉사활동 후 월요일 보건소 출근을 위해 주말에 복귀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진료를 통해 몸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는 이재민들에게 한의약이 정말 큰 손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제 자신이 주말에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깨달았다. 이에 토요일과 일요일까지 봉사활동 기간을 연장하게 됐다.
Q. 한의약이 공공의료에서 지닌 강점은?
모든 인간은 건강하게 살 권리가 있다. 의료인으로서 언제나 마음에 담고 있는 가치는 WHO의 ‘Health for all’ 정신으로, 이는 모든 사람에게 인간으로서 건강한 삶을 영위할 권리인 ‘보편적 건강권(Universal Health Coverage)’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WHO는 1978년의 알마아타 선언을 통해 그 핵심적 방법으로 지역사회 중심의 공공의료·일차보건의료로서 ‘Primary health care’를 제시했다.
‘건강 추구권’은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기에 기본적인 일차보건의료서비스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공공재처럼 접근이 용이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에 대한 책임이 국가와 정부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의약은 매우 적합한 특징을 가진다.
첫째로 예방을 중시하는 ‘치미병의 의학’으로서 특정 증상으로 위중한 병으로 진단받기 전 예방할 수 있는 지혜들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예방과 건강 증진을 목표로 삼는 일차의료, 공공의료의 특징에 매우 부합한다.
또 ‘전인적 의학’으로서 현재 의료인력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전인적 특징은 몸과 마음을 이르는 전반적인 케어가 가능하며, 지역사회의 ‘주치의’가 돼야 하는 일차보건의료 현장의 공공의사에게도 필요한 능력이다.
아울러 ‘접근성 높은 의학’으로서 대규모 시설과 고가 장비들에 대한 의존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신속성·기동성을 자랑한다. 이번 재난에서도 한의계가 발 빠르게 진료소를 마련하고, 진료를 지원할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특성에서다.
Q. 한의약의 미래를 위한 제언이 있다면?
공공의료를 국가의 핵심 사업으로 육성하고, 거기에 한의약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K-뷰티, K-푸드, K-드라마, K-팝, K-컬처 등을 통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발전시켜온 인프라에 국가의 제도적 지원까지 뒷받침된다면 해당 분야가 전 세계적인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전 세계에 많은 의료기술이 있지만 신속성·기동성, 만성질환 관리 등에 강점이 있는 한의약을 적극 활용해 공공의료 사업을 중점적으로 육성한다면 국민들의 보편적 건강권을 보호하고, 과도한 의료비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즉 한의약을 공공의료 시스템의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K-공공의료 모델로 육성해 세계 보건의료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
▲이재학 공중보건한의사가 이끌고 있는 '온전한(온기를 전하는 한의사들)'의 봉사활동
Q.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은?
3일간의 일정이었으나 이번 봉사활동은 한의약이 지닌 긍정적인 에너지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 소중한 기회였다.
한의계 식구 모두의 도움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화재의 아픔으로부터 회복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더 많은 치유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다들 경북 산불 피해의 아픔을 끝까지 잊지 말고, 조금씩만 더 도움의 손길을 통해 삶의 터전이 한순간에 무너진 주민들을 다시 일어나게 해야 한다.
우리 한의계가 수천년을 이어져 온 한의약의 지혜를 통해 이 세상에 치유의 손길을 널리 퍼뜨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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