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최근 경희대 한의과대학 김호철 교수와 ㈜뉴메드가 경희한의대 발전기금으로 2027년까지 10억원을 기부키로 했다. 본란에서는 김호철 교수로부터 발전기금을 전달하게 된 계기와 함께 발전기금으로 운영될 예정인 본초표본박물관의 의미 및 운영방안, 향후 연구계획 등을 들어봤다.
Q. 발전기금을 전달하게 된 계기는?
“2003년 천연물 연구개발 전문 벤처기업 ㈜뉴메드를 설립한 이후 학교측의 배려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학교일과 벤처 운영을 병행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학교 발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과 더불어 정년이 6년여밖에 남지 남은 지금이 좋은 시기라고 생각했다.
다른 이유가 있다면 본초학과 기초한의학 발전에 기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30여년 동안 본초학을 강의해 왔지만 학생들이 정확한 약재표본을 관찰하지 못하고 졸업하는 현실이 안타까웠고, 교수나 연구자들이 많은 SCI급 논문을 쓰지만 한약시료 확증표본을 보관할 장소가 없다는 것 역시 아쉬웠다. 더욱이 전 세계적으로 천연물산업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산업화 과정에서 백수오 사태와 같은 한약기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실정에서 이번에 전달된 발전기금이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Q. 발전기금이 ‘본초표본박물관’ 조성·운영에 사용될 예정이다.
“본초표본박물관은 △한약재표본전시관 △석엽표본관 △한약자원DNA은행 △유전자동의보감은행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상용 한약재 기원종을 전시하는 한약재표본전시관이 주된 공간으로, 동의보감을 비롯한 전통한의학 문헌에 기록된 한약들의 정확한 기원을 밝혀 소재를 확보하고, 기원종을 수집해 전시한다.
또 석엽표본관에는 기원식물의 석엽표본을 함께 전시하고, 연구와 관련된 확증표본을 보관할 계획이며, 한약자원DNA은행은 한약재 기원종과 비교종의 DNA를 보관해 국내 한약 유전자자원의 보존 및 활용에 이용되는 한편 이를 토대로 기업이나 국공립연구기관에 종감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동의보감소재은행은 정확한 기원종의 표준한약재·표준추출물·한약자원 DNA를 분양, 한의약 기반 천연물 연구와 표준화·산업화 발전에 활용돼 우리나라 천연물 연구의 거점센터로서 역할을 하게 할 계획이다.”
Q. 본초표본박물관의 운영 계획은?
“본초표본박물관은 국내외의 다른 표본관과 비교하면 예산과 규모면에서 작지만, △교육 △연구 △산업 분야의 목적에 맞는 특화된 박물관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즉 약재표본과 기원종의 형태와 자료를 중요하게 전시해 교육에 활용하고, 연구에 시료로 사용된 확증표본을 보관하며, 산업체에 한약재와 추출물을 감정하고 분양하는 역할을 한다.
발전기금은 설립비용뿐 아니라 향후 필요한 운영비용으로도 지원하게 되며, 뉴메드에서는 발전기금 기부뿐만 아니라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한약재 표본들은 중국의 네트워크를 통해 구입·지원하는 한편 한약재 성분분석된 샘플들을 지원하고, 경희대와 함께 공동으로 식물 채집 등의 활동을 진행하는 등 성분 분석 및 표준화를 공동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Q. 2012년부터 유전자 동의보감사업 중 2중과제 제2세부과제의 연구 책임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2012년부터 ‘동의보감 처방 및 약재 표준화를 통한 전통 천연물소재 library 구축’ 사업을 담당하고 있고, 내년이면 사업이 종료된다. 종료된 이후에는 (주)뉴메드에서 기부한 금액으로 경희대학교 본초표본박물관에 편입돼 운영될 예정이다.
동의보감 소재은행에서는 본초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이화학적 검사, 기기분석, 유전자 동정 등 최신 기술을 이용해 동정된 표준한약을 비롯 석엽표본, 표준한약재 등을 보관하고 있다. 여기서 유전자 분석 등으로 동정된 표준한약재와 이로 구성된 동의보감 수록 한약처방 소재를 분양하고 있다. 기원, 산지 등의 소재정보를 사진과 함께 제공하고 있으며, 축적된 확증표본과 유통한약재로부터 DNA분석을 통해 정품과 위품 감별로 정확한 기원종 동정시스템을 구축했다.
지금까지 국내 천연물 관련 기업 및 국공립연구기관에 표준한약재와 추출물을 분양해 왔으며,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한국식품연구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국립산림과학원, CJ, 글로벌암웨이, 광동제약, 애경종합기술원, 네츄럴엔도텍 등 기업 및 대학·병원 70여 기관, 100여 개인이 가입돼 천연물 소재를 분양받고 있다.
이외에도 한약의 출전, 기원 등 한약재 정보 및 한의학 문헌 고증과 전문가의 컨설팅을 통한 한약 연구개발 소재선정서비스를 예약해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구축된 라이브러리에서 웹사이트를 통해 요청기관이나 개인에 제공한다.”
Q.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할 연구 계획은?
“현재 경희대 융합한의과학연구소장을 맡고 있는데, 올해는 교육부가 연 7.7억원, 9년간 지원해주는 ‘대학중점연구소 지원사업’에 신청할 예정이다. 선정된다면 연구소를 특성화·전문화시켜 지역산업과 연계할 계획으로, 특히 홍릉강소연구개발특구와 협력해 천연물산업을 활성화시키는 한편 이와 연계해 천연물 신약 개발과 신기술 사업화를 위한 연구소기업도 설립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한의약진흥원에서 주관하는 한의약혁신기술개발사업 중 한약양약 상호작용 연구 책임을 맡아 지난해부터 연구를 시작했다. 이는 뇌졸중에 사용하는 심혈관질환 치료제와 한약제제와의 상호작용 연구를 통해 뇌졸중 한·양약 병용투여 지침을 개발하는 연구로 차의대, 경희대병원 신경과, 경희대한방병원 심장순환내과 등과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도 뉴메드, 글로벌화장품회사 등 산업체와 한방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 소재개발 연구를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Q. 후학들이 어떤 한의사로 성장했으면 하는지?
“과학의 발달에 따라 한약의 우수한 효과들이 점점 밝혀지고 있다. 기초학을 전공하든, 임상을 하든 과학적인 사고를 가진 한의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의학 고전을 받아들이되, 권위나 전통에 대한 의심이 과학적 탐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며, 한의학이론에 대한 성급한 일반화를 피하고 확증편향을 극복해야 한다.
과학적 사고방식는 원래 인간에게 있던 방식이 아니라 인류가 오랜 시간 개발해낸 연구체계다. 지금은 과학적 지식이나 사고방법에 대해 누구나 교육 받을 수 있다. 학생 때부터 이를 배워서 익혀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객관적인 근거를 가지고 연구하고 임상하는 한의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학문과 소통하면서 한의학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한의사들이 치료하는데 활용하는 한약은 표준화되고 객관화돼야 한다. 즉 한의사들이 규격이 동일하고, 효과가 객관적으로 검증된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또한 어떤 응용학문이든지 관련 산업이 활발해야 발전할 수 있다. 세계 반도체시장이 크기 때문에 반도체 관련 학문이 발전한 것도 이런 이유다. 관련 시장이 커야 연구비가 많아지고 이를 바탕으로 학문이 발전할 수 있다.
우리 한의학은 임상은 비교적 많이 발전했지만, 산업화 부분에서는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제도적인 뒷받침이 부족한 것도 한 이유가 될 것이다. 앞으로 제도적으로 보완돼 한의사들이 치료에 사용하는 많은 한약들이 임상을 통한 과학적 근거가 확보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