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 환자에게 한약·양약 병용 투여가 안전한 것은 물론 간·신장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국제학술지에 게재돼 큰 관심을 끌고 있다.
고창남 경희대 한의과대학 교수(사진)는 지난 19일 강동경희대한방병원 뇌신경센터 한방내과에 입원한 뇌졸중 환자 401명(‘13년 1월1일∼‘17년 12월31일)의 전자의무기록을 검토한 후향적 연구를 통해 이같은 연구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고령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뇌졸중 발병률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일반적으로 한약과 양약 병용 투여를 통해 뇌졸중 환자를 치료해 오고 있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35.1%의 환자가 1가지 이상의 한약을 처방받았고, 뇌졸중 환자(48.7%)에서 가장 높은 빈도를 나타냈다.
이와 관련 고창남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특히 아시아에서 한약과 양약의 병용 투여가 증가하고 있지만, 한약과 양약의 상호작용 및 안전성에 관한 정보는 미흡한 상황”이라며 “이번 연구는 뇌졸중 환자에게 한약과 양약을 병용 투여할 경우 이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하고자 진행하게 됐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입원 기간이 14일 이상인 자 △입원 중 한약과 양약을 병용 투여한 자 △18세 이상인 자 △ICD-10에 근거한 진단이 I60-I63인 자 등 기준에 적합한 401명을 대상으로 연령, 성별, 진단, 입원 기간, 간기능 검사 수치(TB(Total Bilirubin)·DB(Direct Bilirubin)·AST·ALT·ALP·γ-GT), B형 및 C형 간염 검사, 신기능 검사 수치(BUN), 요화학 검사, 영상학적 검사(CT·MRI·초음파), 조직검사, 과거력, 조영제 노출, 면역억제제 사용, 복용한 한약과 양약 등의 자료를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 간손상은 ALT 또는 DB가 정상 상한치(ULN)의 2배 이상 증가하거나 AST, ALT, TB가 동시에 증가하면서 한 가지가 정상 상한치(ULN)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한 경우로 정의했고, 약물과의 인과성은 RUCAM 척도로 평가해 점수가 3점 이하인 환자는 DILI, HILI로 분류하지 않았다. 또한 급성 신손상은 2012년 KDIGO 진단 기준을 따라 정의하는 한편 DIAKI와 HIAKI는 신성 AKI로 분류하기 때문에 자료를 통해 신후성 AKI와 만성 콩팥병, 신전성 AKI를 제외한 후 신성 AKI의 원인 질환이나 유발 약물을 추적했다.
연구 결과 401명 환자의 평균 나이는 69±13세, 평균 입원기간은 35±17일이었고, 270명(67.3%)은 뇌경색, 160명(39.9%)은 뇌출혈, 29명(7.2%)은 뇌경색과 뇌출혈을 동시에 진단받았다.
간손상이 발생한 환자는 4명(1.0%)으로, 이들의 평균 연령은 67±11세, 평균 입원기간 42±26일이었으며, 간손상군과 정상군간 평균 연령(p=0.629)과 입원 기간(p=0.661)에 유의한 차이는 없었다.
간손상 환자 중 3명은 ALT 수치가 ULN보다 2∼3배, 1명은 ULN보다 3∼5배 높았는데, 추정되는 원인 약물을 중단하고 간기능을 개선시키기 위해 3명은 한약을 투여했고, 1명은 담즙 촉진제를 투여한 결과 모든 환자에서 ALT 수치는 14일 이내에 정상 범위로 회복됐다.
특히 총 4명의 환자에게 간손상을 유발한 약물은 양약 2건·한약 2건으로 나타났는데, 양약의 경우 ‘Moxifloxacin’은 401명 중 1명에게 20일동안 처방되어 간손상이 발생(100%)됐고, ‘Ebastine’은 총 9명에게 12일 동안 처방되어 1명에게 간손상을 유발(11.1%)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한약은 청폐사간탕을 처방한 43명 중 1명(2.94%)에게서, 열다한소탕은 58명의 처방 중 1명(1.72%)에게서 간손상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함께 KDIGO 기준에 따라 AKI로 진단받은 4명 중 1명은 입원 당시 AKI가 있었고, 2명은 요로감염과 신전성 AKI로 제외됐으며, 1명은 투석을 받는 환자로 나타나 약인성 신손상(DIAKI) 및 한약으로 인한 신손상(HIAKI) 환자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창남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DILI(0.5%, 2/401·약물 유발성 간손상)와 HILI(0.5%, 2/401·약인성 간손상)의 발병률은 국내 기존 연구 결과와도 일치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결과는 평균 69세인 뇌졸중 환자가 다양한 약물을 장기간 복용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고 교수는 이어 “이전 동물모델 연구에 따르면 청폐사간탕·열다한소탕·대황은 간보호 효과를 보였지만, 대황의 용량이 5배 증가했을 때 간 보호 효과가 감소하고 AST 및 ALT 수치는 증가했다”며 “이는 대황이 간독성이 있지만, 용량 조절을 통해 간보호제로 활용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간손상은 개인적 특성과 관련이 있는 만큼 다양한 약을 복용 중인 환자뿐만 아니라 취약한 환자들도 정기적으로 간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특히 고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전문가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방한 약을 복용할 경우에는 한약과 양약을 병용 투여해도 뇌졸중 환자에게 안전하며, 간 및 신장 기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지난해 11월부터 진행되고 있는 첩약 건강보험 시범사업의 대상질환에 뇌졸중 후유증이 포함돼 있는데, 이러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한약의 안전성을 홍보해 나간다면 국민들이 더욱 안심하고 한약을 복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Phytomedicine’ 최근호(2021)에 ‘Safety of co-administration of herbal and conventional medicines on liver and kidney function in stroke patients: A single-center retrospective study’의 제하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