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김선광 교수 연구팀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선정하는 ‘2020년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이하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돼 화제다. 특히 올해는 약 7만 건의 연구개발 과제 중 정부의 각 부·처·장이 추천한 780건을 후보로 두고, 그 중 최종 100건이 선정됐다.
우수성과 100선은 기계·소재, 생명·해양, 에너지·환경, 정보·전자, 순수기초·인프라, 융합 등의 분야로 나뉘어져 있으며, 이 가운데 김 교수 연구팀은 생명·해양 분야에서 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한약제제 활용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김 교수로부터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된 소감,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기로 했다.
Q. 본인 소개 부탁드린다.
경희대 한의과대학 96학번으로 입학해 2003년에 한의사 면허를, 2008년에 한의학 박사학위(생리학)를 취득했다. 이후 일본 국립생리학연구소(National Institute for Physiological Sciences, Japan)에서 연구원 및 조교수로 4년간 근무한 이력이 있다. 2012년에 모교 생리학교실 조교수로 임용돼 현재는 주임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Q.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된 소감은?
한의학 분야에서 열심히 국가연구과제를 수행한 점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자부심과 더불어 큰 보람을 느꼈다. 또한 연구자로서의 명예를 얻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단지 내가 잘 할 수 있는 연구를 성실히 수행했을 뿐인데 ‘우수성과 100선’에 선정되는 큰 명예까지 얻어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사실 처음부터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다. 보건산업진흥원에서 우리 연구과제를 우수성과에 추천한다고 했다. 우수성과 100선이라고는 하지만 여러 분야로 나뉘는데다가 쟁쟁한 연구자들이 워낙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종 선정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땐 ‘운이 좋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는 한의학적 의의를 가지면서 동시에 최신 과학기술 동향을 반영한 다학제·산학 협력 연구를 통해 R&D의 정량적 성과 목표를 달성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
Q. ‘항암제 부작용으로 인한 통증의 치료 한약제제 개발’을 주제로 선택한 이유는?
한의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등에서 항암제 부작용으로 인한 통증으로 고통받는 암 환자들을 봐왔다. 대학원생 시절부터 ‘침의 진통 기전’을 주제로, 일본 유학 시절에는 ‘만성 통증의 대뇌피질 시냅스 가소성 및 신경-글리아 상호작용 기전’을 주제로 연구를 했다. 이러한 경험들이 바탕이 돼 ‘항암제 부작용으로 인한 통증’ 주제도 익숙하게 다가왔다.
이 주제가 2013년 보건복지부 한의씨앗과제에 선정돼 침, 봉독, 열성 한약들을 동물모델에 투여, 진통효능을 테스트할 수 있었고, 중추신경계 및 글리아·사이토카인 기전을 일부 규명할 수 있었다.
이 당시 발굴한 육계는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약용 및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었기에 가장 매력적인 후보 한약제제였으며, ‘항암제 통증 억제 육계 기반 한약제제 개발’을 주제로 2016년 보건복지부 한약제제개발사업에 지원해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이를 통해 △경희대 한의대 남동우 교수 △경희대 약대 장대식 교수 △(주)메디포럼 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다학제간 산학협력 연구팀을 꾸릴 수 있었고, 항암제 통증에 도움이 되는 최적의 한약제제 MF018을 개발하게 됐다.
Q. 기존 진통제들과 MF018의 차이점은?
육계 기반 한약제제 MF018이 기존 진통제들과 비교해 진통효과의 지속시간이 길었고, 별다른 부작용이 없음을 확인했다. 항암제 통증에 1차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기존 진통제(가바펜틴, 둘록세틴 등 항전간제 또는 항우울제)는 졸음부터 자살충동까지 자체 부작용을 갖고 있다.
몰핀의 경우도 이러한 신경병증성 통증에 대해 진통 목적으로 사용되는 보통의 용량으로는 효능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고용량 투여가 추천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항암제 통증에 대한 효과적이면서 안정적인 치료옵션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다.
현재 다양한 추출법 및 육계 유래성분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으며, 보다 고효능의 진통제 및 항암제 통증 이외의 다른 만성 통증에도 활용 가능한 한약제제를 개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앞으로도 연구에 정진해 한의치료의 비교우위 분야를 확대하는 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와 함께 산업적으로도 과제에 함께 참여한 제약회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해외진출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현재 한국연구재단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암 환자 통증 및 악액질 완화 한·양방 융합치료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데, 이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번 ‘우수성과 100선’에 한의학 분야에서는 제 성과가 유일하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다. 우리나라에 나보다 훌륭한 한의대 교수님들, 연구자 분들이 많다고 생각하기에 앞으로 한의학 분야에서 더 많은 우수성과가 나올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