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장기간 침 치료를 받으면 DNA 서열의 변화 없이도 유전자 발현의 패턴이나 활성이 변화되는 후성유전학적 변화를 유도해 통증과 동반질환을 개선시킨다는 사실이 규명됐다.
최근 만성 신경병증성 환자의 동반질환과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침 치료가 널리 활용되고 있는 가운데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침 치료로 만성통증을 치료, 관리할 수 있다는 근거가 새롭게 확인된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경희대학교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박히준 교수와 장재환 박사 연구팀은 침 치료가 만성 신경병증성통증 동물모델의 전전두엽피질 (prefrontal cortex, PFC)의 후성유전학적인 변화를 유도 통증과 동반질환을 개선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연구(Acupuncture alleviates chronic pain and comorbid conditions in a mouse model of neuropathic pain : the involvement of DNA methylation in the prefrontal cortex)가 국제통증학회 공식저널이며 통증 분야 세계최고 권위지인 ‘PAIN’에 게재됐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연구팀은 신경이 근육이나 뼈와 같은 외부의 힘에 의해 눌림으로써 발생되는 좌골신경통, 요통과 같은 임상적 통증을 나타내는 기초 동물 모델인 편측좌골신경결착 모델(partial sciatic nerve ligation, PSNL)을 사용했는데 만성요통 환자의 치료에 사용되는 환도(環跳, GB30)와 양릉천(陽陵泉, GB34) 혈자리를 선택, 처치된 침 치료가 PSNL 마우스에서 나타나는 통증을 감소시켰을 뿐 아니라 인지기능저하, 불안, 우울과 같은 동반질환을 회복시켰다.
또한 PSNL 마우스에서 전전두엽피질(PFC), 해마(hippocampus), 편도체(amygdala), 뇌수도관 주변 회백질(periaqueductal gray matter), 시상하부(hypothalamus)를 포함한 다양한 뇌 영역에서 DNA 메틸화의 변화가 관찰됐다.
DNA 메틸화는 후성유전학기전 중 하나로 DNA 염기서열에 영향없이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은 그 중에서 통증과 인지, 감정 등을 종합적으로 조절하는 중요한 영역으로 잘 알려져 있는 전전두엽피질 영역의 DNA 메틸화가 PSNL마우스에서 유의한 감소를 나타냈으며 이를 침 치료가 회복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PFC 영역에서 Ras 경로와 관련이 있는 세포자멸사 또는 미토콘드리아 기능장애를 유도하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는 Nr4a1와 Chkb 프로모터에서 DNA 메틸화가 침 치료 효과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으며 Mecp2 small interfering RNA (siRNA)처치를 통해 DNA 메틸화가 감소된 PFC의 뉴런세포에서 이 유전자들의 발현이 증가되는 것을 규명했다.
박히준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만성 요통 및 디스크 환자에게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한의 침 치료가 필요한 이유이며, 침 치료의 과학적 규명과 장기적인 침 치료를 가능하게 할 인프라 구축에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장재환 박사는 “6개월 이상 환자의 삶의 질 저하시키는 만성 통증에 장기적인 치료 요법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며 “이번 연구를 통해 만성요통 및 디스크 환자의 침 치료 효과를 규명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와함께 그는 “침 치료에 의해 메틸화가 변한 다른 유전자들을 타겟으로 후속연구가 진행중이고, 통증만 아니라 다른 질환에서도 장기적인 한의학적치료 효과에 대한 과학적인 규명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