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지난 7월 1일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건 통계 정보에 따르면 2018년 우리나라 국민(15세 이상 인구)의 32.0%만이 ‘자신이 건강하다'고 인식(건강 양호 인지율)하고 있었다.
이는 OECD 평균(67.9%)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OECD 국가 중에서도 가장 낮았다.
한국인의 기대 수명(82.7년)이 OECD 평균(80.7년)보다 2년이나 높음에도 왜 이러한 결과가 나온 것일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조흥식)이 지난 28일 발간한 '보건복지 ISSUE & FOCUS' 제390호에 이에 대한 해답을 내놓았다.
정보통계연구실 신정우 통계개발연구센터장, 김혜인 연구원, 김희년 전문원이 공동 집필한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 수준에 대한 인식, 과연 OECD 국가에 비해 크게 부정적인가' 보고서에서는 ‘한국인이 실제보다 건강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는 통념적 분석으로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면서 통계 조사가 이뤄지는 방식과 내용에서 차이가 있는 통계지표를 OECD 회원국 지표와 단순 비교한 데서 원인을 찾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대체로 기대 수명이 긴 국가의 국민들이 자신의 건강 수준이 양호하다고 인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와 일본은 OECD 국가의 경향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건강 위험이 낮은 것으로 평가되는 노르웨이, 스웨덴, 이스라엘은 기대 수명이 길고 건강 양호 인지율도 또한 높은 편이다.
반대로 건강 위험이 높은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헝가리는 기대 수명이 짧고 건강 양호 인지율도 역시 낮은 경향을 보인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일본은 OECD 국가 중에서 건강 위험이 낮은 국가로 분류되고 있지만 기대 수명이 긴데도 건강 양호 인지율은 낮아 그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현재 질병관리본부에서 주관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에 기초해 해당 지표를 산출, OECD에 제공한다.
이 조사는 조사 대상자가 이동 검진 차량을 방문해 건강검진(혈압 측정, 신체 계측, 폐 기능 검사, 근력 측정, 구강 검사, 채혈 및 채뇨, 눈 검사, 이빈인후 검사)을 한 후, 건강 수준에 대한 인식 정도에 답하는 방식이다.
반면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는 가구 방문에 기초한 면접 조사를 통해 건강에 대한 인식 수준을 확인한다.
국내에서 조사원의 가구 방문을 통해 이뤄지는 건강 수준 인지에 관한 다른 조사를 보면 국민건강영양조사와의 현격한 차이를 알 수 있다.
가장 최근 도입된 의료서비스경험조사에서는 건강 양호 인지율이 73.4%로 매우 높게 나왔다. 한국복지패널은 61.6%, 사회조사에는 48.1%가 건강수준이 양호하다고 응답했다.
‘보통’을 선택한 비율은 국민건강영양조사가 50.8%로 매우 높았으며 사회조사 36.6%, 한국복지패널 23.2%, 의료서비스경험조사 20.4% 순으로 확인됐다.
신정우 센터장은 “현재 OECD 발행물을 중심으로 널리 인용되고 있는 건강 양호 인지율 32.0%는 수치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국가 간 비교 가능성 측면에서 제약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혈압 측정 등을 통해 국민의 건강과 영양 상태를 실제로 확인하는 것에서 조사의 가치를 찾을 수 있으며,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응답자의 건강 수준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을 엿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기에서 확인된 건강 양호 인지율 정보를 국제 비교의 자리에 내세워 우리나라 국민의 일반적 상황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
국내 여러 조사 중에서 다른 국가와 조사 환경이 유사하고 OECD가 요청하는 형태로 자료 산출이 가능한 의료서비스경험조사에 따르면2018년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 양호 인지율은 73.4%로 결코 OECD 국가에 뒤지지 않는다.
따라서 그는 “그동안 겉으로 드러난 이 수치만 보고 ‘우리나라 국민은 건강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라고 받아들여 왔지만, 과연 이 수치가 우리나라 국민의 인식을 대표할 수 있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무엇에 기인한 문제인지를 살펴보는 노력이 뒤따랐으면 한다”며 “국민이 인지하는 건강 수준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국민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