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몽골, 베트남, 우크라이나, 아르메니아, 조지아 전통의대는 포함
정부 의견보다 의사협회 의견이 더 큰 영향력 미쳐
목록서 삭제된 2011년 이후 재등록 위한 정부 노력 미미
WFME에 자문요청 통해 전통의대 포함시킨 베트남 사례 주목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미주지역 한방 의료기관 진출 전략 개발’ 보고서에서는 한의의료기관의 미국 진출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세계의학교육기관목록(WDMS : World Directory of Medical School)에 한의대 등재 및 한의사 영문면허증 MD 표기를 꼽았다.
그런데 WDMS를 살펴보면 ‘School of Traditional Medicine’ 또는 유사 이름의 대학으로 등재돼 있는 전통의대는 총 34개 대학이 등재돼 있다.
중국(홍콩 포함) 31개 대학, 몽골 1개 대학, 조지아 1개 대학, 우크라이나 1개 대학, 아르메니아 1개 대학, 베트남 1개 대학 등이다.
그렇다면 왜 WDMS에서 한국 한의대가 빠지게 된 것일까?
먼저 1953년 WHO에서 처음 발행된 세계의과대학 관련 목록은 2007년 코펜하겐 대학교에 관리 업무가 일임됐으며 2008년 WFME(World Federation for Medical Education : 세계의학교육연합회)를 통해 AVICENNA Directories를 제정했다.
WFME는 1972년에 설립된 연합회로 세계 의학교육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의학교육기준 향상의 촉진을 도모하기 위한 기준제정 자문단체다.
이와는 별도로 2000년에 연구와 교육을 통한 세계보건의료교육전문인 양성 진흥을 목적으로 설립된 FAIMER(Foundation for Advancement of International Medical Education and Research: 국제 의학교육 연구발전재단)에서 만든 국제의학교육기관목록(International Medical Education Directory, IMED)이 있었다.
그러다 2014년 FAIMER과 WFME의 합작 투자로 IMED와 AVICENNA를 통합, WDMS를 일괄적으로 관리하게 됨에 따라 2015년 IMED와 AVICENNA는 폐지됐다.
이러한 과정에서 WFME는 2010년과 2011년 2차례에 걸쳐 한국 보건복지부로 ‘근거중심’의학 원칙을 이유로 중의학 및 아유르베다, 한의학과 같은 의학대학을 AVICENNA Directories에서 삭제할 것임을 밝혀와 보건복지부와 대한한의사협회가 WHO에 한의대 포함 협조를 위한 서신을 보냈음에도 결국 삭제됐다.
IMED에서도 대한의사협회가 제출한 의견에 따라 등재돼 있던 한국 11개 한의과대학을 2010년 목록에서 삭제했다.
WDMS로 통합된 이후 현재까지도 12개 한의과대학은 WDMS에 포함되지 않은 상태다.
중국을 포함한 다른 나라의 전통의대는 WDMS에 포함돼 있는데도 우리나라 한의대만 목록에서 삭제된 데는 양의사협회의 영향력 때문이란 게 중론이다.
WDMS를 관리하는 파트너단체에는 후원기관이 있는데 호주의학협의회, ECFMG(Educational Commission for Foreign Medical Graduates : 외국의대졸업생교육위원회), 캐나다의학협의회와 함께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이 포함돼 있다.
이들 후원기관들은 WFME, FAIMER과 더불어 목록 발전 관련 사항 및 의대의 목록 포함 기준 관련 결정 업무를 수행한다.
WFME는 의학교육 관련 단체, 국제 의대생 협회연합(IFMSA) 및 유엔기구(UNESCO, WHO), 세계의사협회(WMA) 등과 파트너쉽을 맺고 활동하고 있으며 회원단체로 의학교육 관련 지역별 단체들이 있으며 각 단체에는 각국의 의학교육단체들이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한국은 서태평양지역의학교육협회(AMEWPR)에 의학교육 관련 전문가가 참여해 임원으로 활동 중이며 대한의사협회는 세계의사협회의 회원이다.
표면상으로 각국 정부가 의대라고 인정하면 WDMS에 포함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이처럼 WDMS를 관리하는 파트너단체인 WFME와 FAIMER에 각국 양의사 단체가 주된 활동 주체이다 보니 각국 양의사협회의 의견이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과거 한의사가 미국의사시험을 응시하고자 했을 때 ECFMG 측에서 한국 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에 합당한지 여부를 문의했고 복지부가 합당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한의사협회의 의견만을 판단근거로 삼았다.
그 만큼 WDMS를 관리하는 파트너단체는 해당 정부의 의견보다 양의사협회의 의견이 더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어떻게 중의대는 현재 WDMS에 31개나 포함돼 있는 것일까?
중국은 정부가 강한 의지를 갖고 중의사의 위상 강화와 중의약 해외진출 등 중의약 해외진출에 유리한 국제적 환경을 조성해 오고 있어 가능했다.
반면 우리나라 복지부는 한의대가 WDMS에 삭제됐다는 통보를 받은 후에도 재등재를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WDMS는 한의사가 의료인으로서 실제로 각 분야에 진출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근본적인 토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 한의대가 WDMS에서 빠지게 됨으로써 한의의료기관 진출 시 진단과 치료의 권한에 제한을 받고 한의사가 연구센터나 의료관련 기관 활동에 지원할 때 활동 권한 및 역할이 축소되고 각종 의료관련 산업 회사 취업 기회가 제한받는 등 한의약 세계화 진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한의대는 WDMS가 정의하는 의대로서 충분한 서양의학적 기초 지식과 치료역량을 갖춘 한의인력을 양성하고 있는 기관임에도 한의대 교육을 인정받지 못한 그 자체로 국가의 위상이 약화된 것이라 하겠다.
국내 의료법 및 각종 관련 법령에서 다른 국가와 달리 한의사는 의료활동에 충분한 자격과 역량을 지닌 의료인으로 규정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의사와 그 인력 양성기관인 한의대가 WDMS에 포함되지 못한 것은 관련된 한국의 법과 제도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한한의사협회 관계자는 “보건복지부는 제3차 한의약육성발전 종합계획에서 한의약 국제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결국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한의사의 해외진출을 위한 사업들은 일시적인 성과에 그칠 수 밖에 없고 그로인해 국고의 낭비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가 문제해결에 의지를 갖고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함께 그는 베트남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2010년 베트남 정부는 의학교육 개정을 위해 WFME에 자문을 요청했으며 WFME는 베트남 전통의대를 포함한 12개 의대가 WFME의 품질보증 가이드라인의 수용을 통한 기초의학교육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표본이라며 WDMS에 등재됐음을 홈페이지를 통해 게시한 바 있다.
따라서 그는 “베트남 전통의대와 같이 WFME 측으로 직접 자문요청을 통해 국내 한의과대학이 WDMS에 등재될 수 있도록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