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민보영 기자] 코로나19의 여파로 개강 대신 개설된 서울 주요 대학의 온라인 강의가 접속 지연, 서버 다운 등의 문제로 차질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전국 11개 한의대·1개 한의학전문대학원의 온라인 강의는 비교적 수월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현재 경희대·대구한의대·동의대·동국대·대전대·원광대·동신대·세명대·동의대 한의과대학 등이 현재 온라인 강의를 진행 중이며, 상지대는 23일부터 온라인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며 부산대·우석대·가천대는 별도의 온라인 강의 없이 오는 30일부터 오프라인 강의를 개강한다는 방침이다.
온라인 강의를 수강하는 한의과대학생들의 평가는 일부 부정적 의견도 있었지만, 접속 지연이나 서버 다운 등의 문제가 크게 발생하지 않고 있어 이용에 어려움은 없었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장점으로는 온라인 강의의 특성상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을 자율적으로 다시 들을 수 있는 점과 채팅창으로 질문을 하다보니 대면 강의 때 보다 질문이 자유로운 점 등을 꼽았다.
경희한의대 본과 3학년인 한 학생은 “질문은 댓글로 달면 답해주시고 강의자료도 미리 올려주셔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는데 큰 문제는 없다”며 “제대로 못들은 부분은 다시 돌려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경희한의대 본과 2학년인 다른 학생은 “질문도 자유롭게 할 수 있고, 교수님과 활발히 소통할 수 있어서 대체적으로 만족한다”면서 “교수님들께서 강의 자료도 충분히 보여 주시고, 수업도 열심히 준비하신 모습에 비해 간혹 녹음된 소리 크기가 엄청 작은 경우도 있고, 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는 경우도 일부 있었다”고 전했다.
원광한의대의 한 학생은 “내용을 제대로 못 들었을 때 다시 돌려서 들을 수 있어서 수업내용을 숙지하기에 오히려 편했다”며 “스스로 생활을 컨트롤 할 수만 있으면 학교 오가는 시간이나 쉬는 시간, 점심시간 등으로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동국한의대 본과 2학년인 한 학생은 “온라인 강의에서는 교수님이 클로즈업되기 때문에 멀리 앉을 때보다 더 가깝게 느껴진다. 질문도 채팅창으로 할 수 있어 수업의 맥락을 끊지 않아서 소통이 더 잘 되는 느낌을 받는다”면서도 “화면이 인터넷 오류나 연결문제 때문에 가끔 끊기거나 느려지는 현상은 해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한의대 본과 3학년의 한 학생은 “온라인 강의로 이론수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만족한다. 정해진 시간에 교수님과 동기 모두가 접속하기 때문에 현장 강의를 듣는 기분이다. 피피티(PPT)도 화면에 크게 확대되어서 집중력도 더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여름방학 단축, 형식적 강의 진행 등 향후 보완점은 과제
반면 온라인 강의가 여름방학 단축, 추가 보강, 형식적 강의 진행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동의한의대 본과 4학년인 한 학생은 “모든 수업이 출석 대신 과제물 제출로 대체돼서 과제에 대한 부담이 많다”며 “교수님들이 학습 자료를 올려주셔서 책과 함께 공부하고 있지만 대면 강의가 아니다보니 직접 질문할 수 없어 깊이 있는 학습이 힘든 느낌”이라고 밝혔다.
원광한의대의 한 학생은 “온라인강의를 실시한다고는 했지만, 제대로 된 수업은 진행되지 않고 있고 실습이 필수적인 학과 특성상 보강이나 여름방학 단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번 일을 계기로 국가적 비상사태를 대비한 온라인 강의의 실효적인 방안구축의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원광한의대의 다른 학생은 “원래 수업시간에 비해서 인터넷에 올리는 강의의 수업시간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며, 개인적으로는 온라인 강의는 오리엔테이션이나 살짝 맛보기 정도이고 진짜 수업은 오프라인에서 제대로 할 거 같아서 나중에 보강이 엄청 많아지지 않을까, 수업이 단기간 내에 너무 많아져서 복습하기도 버겁지 않을까 걱정된다”고도 했다. 과제나 프리젠테이션만 업로드 되어있고 강의는 없는 과목도 일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대전한의대 본과 3학년의 한 학생은 “확실히 교수님과 학생 사이의 상호작용이 적어서 동영상 강의가 더 시간이 길게 느껴지고 중간에 동영상 재생을 멈추다보니, 강의를 듣는 시간이 오히려 더 길어진다. 과제가 있다하더라도 강의를 듣지 않는 학생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라인 강의를 진행 중인 대다수 한의대는 코로나19 추이를 지켜보면서 개강일 기준 2주 동안 온라인 강의를 진행한 뒤 대면 강의를 개설할 예정이다.
현재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지 않고 있는 부산대 한의전의 경우 30일부터 대면 수업에 들어간다. 김승태 부산대한의전 학과장은 “1주일 동안 온라인 강의를 시행했는데 마이크 종류에 따라 소리의 감도가 다른 문제, 통합 교과 운영에 따른 비정기적인 수업 일정의 문제 등으로 중단한 상태”라며 “30일부터 대면으로 강의를 진행하게 되면 2주차 교과과정부터 진도를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구한의대의 학 학생은 “악필로 필기하던 교수님의 필기보다 화면에 잘 정리된 피피티 형식이나 문서파일 형식으로 보는 것이 더 좋다”며 “실시간 강의가 아닌 촬영해놓은 수업을 아무 시간대에나 들으면 되는 온라인 강의이기 때문에 서버 다운이나 접속지연도 덜한 편”이라고 말했다.
◇본과4년 현장실습 3월말로 연기…일부는 방역 후 실습 시작
한편 본과 4학년이 진행하는 현장실습의 경우 부산대 한의전은 23일, 세명대와 경희대는 30일로 연기됐다. 원광대는 실습 재개 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다.
김태연 세명대 학과장은 "실습 일정은 향후에 있을 코로나19 태스크포스의 방침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전반적인 학사 일정이 늦춰지면서 여름방학도 다소 늦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9일부터 실습에 들어간 동국한의대 본과4학년의 한 학생은 “마스크를 구비하기 어려웠는데 학교 차원에서 실습생에게 마스크 10장을 제공했다. 앞으로도 추가적으로 더 배부해주면 좋을 것”이라며 “다만 코로나19로 한·양방 할 것 없이 외래나 입원 환자가 감소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최동준 동국대 한의대 학과장은 “교육과정 이수 등에 영향이 있는 현장실습의 경우 무기한 연기할 수 없어 예정일보다 1주일 늦춰 실습을 시작했다”며 “방학동안 해외에 다녀온 학생이 다수 확인돼 미리 자가격리를 부탁하는 등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