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공의료 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을 두고 의사들이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동안 ‘의사 수 부족’ 자체에는 이견을 보였지만 배분의 필요성에는 어느 정도 공감대를 보였던 의사들이 지역 분배마저도 사실상 반대를 내세우는 모양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은 14일 용산 임시회관에서 ‘의대입학정원 증원 무엇을 위한 것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전국 총파업과 관련한 여의도 집회를 앞두고 진행됐다. 정부는 의사를 공공재 차원에서 수급 조절 등에 개입한다는 입장이지만 의료계는 자본 시장 원리에 입각해 민간 차원에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해영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는 ‘국립 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안’의 의무복무제 문제점과 관련해 “지방가면 선도 못 본다. 한마디로 중국식 사회주의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며 “보건소에서 의사 채용 공고를 내면 일반 근로자의 두 배나 주는데도 안 온다며 의사를 나쁜 사람으로 얘기하는데 그런 식으로 말하면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해당 제정안은 국가가 공공의료인력 양성을 위해 의학전문대학원과 보건대학원 등을 포함한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한편, 공공의대에 입학한 학생들은 학업에 필요한 경비를 지원받게 되며, 학생들은 법령에 따른 실습기관에서 교육을 받게 한다고 명시했다. 또 졸업 이후에는 10년간 의료취약지와 필수의료분야에서 의무복무를 하고 군복무기간 및 전공의 수련기간은 의무복무기간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김 이사는 “똑같이 국가시험을 통과했는데 차등을 둬 취급한다는 건 지역의사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행위”라며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법리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례로 파일럿, 기관사의 경우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지원된 경비를 반환하는 경우는 있으나 면허나 자격이 취소되는 경우는 없다는 것. 해당 법안은 과도한 제재로 위헌 소지가 있어 추후 공공의료대학원을 졸업하고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은 자가 위헌 소송 시 패소할 수 있어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실효성 없는 제재로 남을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설명이다.
또 “지역 의사 의무 강제 배치가 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하다 하더라도 국민의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는 경우 허용될 수 없다”며 “10년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은 의사에 대해 이미 정식으로 취득한 의사면허를 취소하도록 하는 법률은 직업선택의 자유뿐 아니라 행복추구권, 평등권의 본질적 요소를 훼손하는 것으로 위헌판단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경민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는 “지역 의사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법안들이 발의됐으나 정녕 지역의료를 생각한 법안인지 의심스럽다, 다분히 정치적”이라며 “의료계에서는 유일하게 병원협회가 찬성하고 있지만, 논리를 파고 들면 결국 보건의료를 걱정하기보다 병원 경영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 자원의 분배는 필요하지만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 자원의 분배는 의료계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사회적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 채, 일부만 통제하면 부작용이 반드시 생긴다”고 덧붙였다.
김재의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 부회장은 의대생으로서 느끼는 박탈감을 토로했다. 그는 “공산품도 원자재를 더 넣는다고 양질의 제품이 나오는 건 아니다. 의대생들은 많게는 100명 넘는 학생들이 한 강의실에서 팔꿈치를 부딪쳐 가며 강의를 듣고 있다”며 “최근 법안 중에는 의평원의 평가가 나오기도 전에 의대 자격를 주자는 심히 우려스러운 내용도 들어 있다. 김성주 의원의 법안은 채용 특혜이며 정직하게 공부한 의대생에 대한 배신”이라고 말했다.
장성인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역 의사 배치라는 방향성에는 찬성하지만 정부가 아닌 ‘민간주도’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 교수는 “한의사한테 의사 면허를 준다? 양은 늘어도 질은 ᄄᅠᆯ어질 것”이라며 “의사가 적은 게 문제가 아니라 지역 불균형이 문제이며 지방의료원을 굳이 살리고자 한다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만들어주면 된다”고 언급했다. 자연스러운 '시장'의 원리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역 공공병원을 지어 감염내과나 중환자 전문의를 상주시킨다고 하는데 감염내과는 평소에 수요가 없으니까 유지가 안 되는 것”이라며 “환자가 안 차면 자원 낭비도 문제지만 실적을 못 내면 결국 예산이 깎이고 사람이 다시 짤리게 되는데다 환자를 진료하지 않는 의료 인력은 스킬이 떨어져 질적 감소까지 일어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100평상으로도 적자가 나는데 300평상으로 가면 적자 폭만 커진다는 주장이다
이어 “민간을 통해 인프라와 절대적 대기인력을 준비했다가 코로나 상황에서 바로 동원할 수 있게 접근해야 한다”며 “지방의료원의 민간 위탁 운영, 지역 수가구조 형성, 의사인력에 적절한 보상 등 제대로 된 보상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