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8 (목)
전진경 작가
[편집자 주]
대한한의사협회 소아청소년위원회는 소아청소년들의 독서열 고취를 위해 추천 도서로 전진경 작가의 ‘맥을 짚어 볼까요?(사계절 2012)’를 선정했다.
‘일과 사람’ 시리즈로 출시된 본 도서는 쉬운 글과 재미있는 그림으로 아이들에게 한의학과 한의사를 객관적이며, 친숙하게 소개함으로써 한의학의 긍정적 가치를 제고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본래 회화작가였던 전진경 작가는 한의원에 직접 내원하며 한의사의 모습을 한지에 담아내는 등 상세한 취재에 나섰다. 전진경 작가를 만나 ‘맥을 짚어 볼까요?’를 저술한 동기를 물어봤다.
Q. ‘맥을 짚어 볼까요?’는 어떤 책인가?
출판사에서 ‘일과 사람’이라는 시리즈를 기획해 우리 동네 등 지역사회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직업의 세계와 주민들과 어떤 연계성을 갖는지에 대한 도서를 만들기로 했었다. 이 책은 어린이 인문학서 개념으로, 한의사가 보내는 하루를 통해 사람들과의 관계, 시선 등을 한 권으로 묘사해 직업의 정체성을 알리고자 했다.
한의사를 택한 이유는 출판사가 제시한 직업군 중 사람을 가장 많이 만나는 직업일 거라고 생각했으며, 한의학이란 장르가 잘 모르는 세계이면서도 왠지 재미있을 거란 호기심 때문이었다.
Q. 한의원을 방문해 1년간 취재했다.
이 책을 만들기 위해서 1년 정도 한의원을 취재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내원하면서 원장님과 대화를 하면서 한의학에 대한 공부도 병행했다. 막상 담당하는 한의원 원장님께서 한의사와 한의계에 대한 설명을 매우 쉽고, 열정적으로 해 주셔서 1년 만에 한의사 직업군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엮을 수 있었다.
한의원을 취재하면서 직업 특성상 좋지 않았던 어깨 부위 등에 대한 진료도 받고, 한약도 복용하면서 건강을 관리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Q. 삽화가 인상 깊다. 작업은 어떻게 이뤄졌나?
책에 게재된 삽화는 한지를 배경으로 수묵 채색으로 작업했다. 처음에는 수채화로 작업을 했다가 한의계 정서와 이질감이 들어 전공을 살려 동양화 기반으로 콘셉트를 변경했다. 먹으로 그린 밑그림 위에 색을 여러 번 겹쳐 칠했으며, 날계란을 사용해 한지와 물감의 성질을 바꿔 질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내원했던 한의원의 전체 구조와 약탕실, 원장님, 환자들의 모습을 현장에서 본 캐릭터 느낌을 살려 재미있게 묘사했다.
삽화 중 자연의 물살이 거침없이 흐르다가 특정 지형에선 물이 고이게 되며, 탁해지거나 막히는 등의 모습이 담긴 부분이 있다. 한의학은 인간을 소우주로 보는 개념이기 때문에 이를 어린이들이 알기 쉽게 접근하고 싶었다. 인간의 형태를 자연의 형태로 묘사해 인체에서 벌어지는 일을 자연에서 벌어지는 일과의 유사성을 표현했다.
Q. 한의사란 직업은 어떻게 묘사됐나?
책에서 호흡 곤란, 수면 곤란, 탈모, 소화불량 등 여러 증상이 중첩돼 삶의 질이 떨어진 환자가 등장하는데, 이는 실제 마감에 시달리는 동료 작가의 모습을 적용한 것이다. 한의원에서 복합적인 증상이 바로 비염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진단한 후 치료를 통해 인체의 전반적인 면역력을 회복시켰다. 이는 해당 부위 혹은 해당 증상만 다루는 양방병원과 다른 점으로, 한의원은 환자 증상의 발생 과정을 파악해 근본적인 치료를 함으로써 나머지 증상이 연쇄적으로 회복된다는 점을 묘사했다.
또한 많은 비염 환자들이 항생제에 대한 거부감을 표하자 ‘한약은 음식’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자연에서 채취한 한약재들이 환자의 체질 및 상태에 맞게 혼합되고, 약효들이 서로 어우러지면 한약이 된다는 점도 아이들 시각에서 정리해 알렸으며, 침 치료에 대한 공포도 완화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책에는 등장하는 할머니가 치료 후 기뻐하며 머리카락이 하늘 높이 솟구치는 일화가 나오는데, 이는 환자들의 반응을 싣고자 실제 한의원에 내원한 할머니와 손자의 대화를 담은 것이다.
Q. 한의사에 직업에 대한 생각은?
책에 한의사 선생님들이 경로당 등에 직접 찾아가 어르신들께 의료봉사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취재를 하며 지역사회의 사회적 약자들이 있는 공간에 꾸준히 찾아가시고, 건강을 챙겨주시는 한의사분들을 많이 만났다.
화병 등 심리치료에 있어서도 대형병원의 경우 진료시간과 순서 때문에 쫓기듯이 진료하고 나가기 일쑤인데,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주셔서 환자가 마음 놓고 눈물을 흘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등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병이 치료가 된다는 것을 알았다.
원장님이 의료현장에 종사하시면서도 두꺼운 책이 헐어버릴 정도로 매일 지속적으로 한의학을 공부하시는 모습을 봤으며, 여러 증상의 원인을 생각하고, 그 원인에 접근해 다른 증상들이 호전되게끔 하는 치료 방법이라든지, 항생제 등 인체와 싸우는 약물이 아닌 내가 갖고 있던 기존의 힘을 더 돋우는 것으로 치료 방식을 취하는 점 등에서 큰 신뢰를 갖게 됐다.
이러한 점들을 통해 결국 한의사는 인간의 전반적인 것을 다 들여다보는 존경스러운 직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Q. 한의약에 대한 제도적 보완점은?
취재 당시 난소 혹이 있었는데 병원 수술 후 재발된 것으로, 수술 및 치료와 약 복용에 대한 부담으로 몇 주 동안 고심했다. 내원하던 한의원에 고민을 털어놓자 원장님께서 너무나 환한 얼굴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말씀해주셔서 큰 위로가 됐다. 재수술에 대한 부담을 근원적인 치료를 하는 방향으로 한의약이 이끌어줬다. 한약을 복용하고, 이후 병원 검사 결과에서 혹이 줄어들었다고 들어 매우 기뻤다.
환자 입장에서는 한의원에서 혹 등의 상태를 촬영하고, 정확한 진단이 이뤄진다면 이를 곧바로 한의학적 치료로 연계할 수 있는 체계가 이뤄졌으면 한다.
또한 어머니의 암 투병을 통해 암 치료를 양의학에만 의존하다 보니 큰 고통에서 오는 심리적 부담감 등 삶의 질이 전체적으로 무너져가는 느낌도 받았다. 한의학과 양의학의 세계는 너무 떨어져있는데, 두 의학이 연계성을 갖고 멀티적으로 환자의 삶을 돌봤으면 한다.
주변에서도 나이가 들다보니 복합적으로 건강상태가 안 좋아지는 분들이 많아 한약을 권할 때가 있지만 작가들은 소득에 비해 비용적 부담을 염려해 한의치료를 고민하게 된다. 한약을 비롯해 한의의료가 많은 분야에서 보험 적용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