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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여의도 책방-36

기사입력 2023.01.26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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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나이에는 그 나이가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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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십년만에 돌아온 아홉수! 드디어 쉰을 앞둔 마지막 40대를 열어젖혔다. 스물아홉살 그리고 서른아홉살. 친한 그리고 어린 후배들에게 ‘재수없음’이나 ‘삼재’의 상징처럼 통용되는 아홉수를 우리 다같이 손잡고 무사히 건너가 보자고 새해인사를 겸한 문자를 보냈더니 선배님께서는 국회에 근무하시면서, 나랏님께서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베품의 일환으로 윤허(尹許)하신 ‘만 나이 통일법’도 모르냐며 올해 6월28일부터 시행되는 이 법에 의하면 우리들의 아홉수는 내년에나 도래할 예정이니 아홉수들끼리의 연대는 천천히 도모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응수를 해온다. 갑자기 기분이 확 좋아진다. 누군가가 나이를 물어오면 “낼 모레 쉰입니다”라는 대답 대신 당분간은 “아직 40대 중후반입니다”라고 대답해야지. 오십보백보라며 비웃을지라도 여론조사에서 청장년 3040과 중년 5060 그리고 노년 7080의 세대간의 벽은 상상 이상으로 두텁고 높기에 아직은 3040에 속한다고 주장하며 간당간당 남은 1∼2년 동안은 생떼(!!)라도 부려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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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의 직접민주주의자이자 계몽주의 철학자인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는 “신과 같은 루소(divine Rousseau)”라는 별명으로도 불리웠으며 그의 사상은 “움직이는 타깃(moving target)”으로 비유되곤 했다. 다양하고 상이한 분야에서 인류사에 수많은 업적을 남긴 루소가 설계한 정치 질서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루소의 주치의였던 사뮈엘오귀스트 티소(1728∼1797)의 『읽고 쓰는 사람의 건강』이라는 책을 알게 된 계기는 2년 전 보았던 tvN 예능프로그램 『유퀴즈』의 성귀수 번역가 덕분이다. 조승우와 임재범을 섞어놓은 듯한 꽃중년의 외모에 놀랐고 방송에서 보여주신 번역가로서의 긴 여정에 대한 깊은 애정이 무척 인상 깊었다. 이런 멋진 분이 완역하신 아르센 뤼팽 전집이라니, 한 번은 펼쳐볼 용기를 내어볼 만도 함직하지만 이런 추리소설 분야에는 관심이 1도 없는 나인지라 결국은 그 첫 페이지조차 시작하지 못하고 말았다. 대신 번역가님 책 중에 내가 읽을 만한 것이 있는지를 검색하다가 최근 눈에 띈 책이 바로 『읽고 쓰는 사람의 건강』이라는 얇은 단행본이다. 

     

    성귀수 번역가 덕에 알게된 ‘읽고 쓰는 사람의 건강’


    성귀수 선생님 본인이야말로 하루종일 프랑스어 원서를 읽고 본인만의 언어로 다시 재가공, 재창조해서 문장을 쓰시는 분이라 『읽고 쓰는 사람의 건강』의 원서를 읽으시며 때로는 루소가 되어 혹은 더 자주 티소가 되어 문장 한 줄, 한 줄을 더 꼼꼼히 읽고 다듬으셨을 것으로 상상이 되었다. 책의 많은 부분은 오늘날에 대입해도 시대의 간극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의 내용들로 가득차 있었다. 닥터티소의 놀라운 혜안은 담백했으며 지금까지도 통용 가능한 명백한 것들이다.


    - 의사가 식견을 갖출수록 미신을 멀리하고 그 모든 관행에 거부감을 표하는 건 사실입니다.

    - 지식인의 질병을 유발하는 두 가지 중요한 원인은 정신의 과도한 노동과 육체의 연이은 휴식입니다. 

    - 실제로 정신과 육체는 매우 강력하게 결합되어 있어 둘 중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의 변화를 감지하지 않고서 활동하기란 어렵습니다. 

    - 지나치게 장시간 공부에 몰두하면 기력 회복에 필요한 생체 정기가 소모되어 몸이 망가질 수 있습니다.  

    - 이것저것 생각이 많은 사람은 소화가 잘 안 되지요. 반대로 생각이 별로 없는 사람은 소화를 잘하기 마련입니다. 오랜 시간 무언가에 열심히 몰두하는 사람이 식욕을 잃는 것은 일견 자연스러운 일이기도 합니다. 

    - 고된 정신노동은 신경의 과민과 쇠약뿐 아니라 증상이 매우 뚜렷하고 심각한 신경질환을 유발합니다. 

    - 호흡기관이 약하고 예민할 경우 발열을 동반한 기침이 소모열성 폐병으로 진화할 수 있는데, 그건 해열제나 흔히 말하는 기침약으로 다스릴 일이 아니죠. 그런 처방은 자칫 병인을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나는 대황만 사용해 병을 치료했는데, 그토록 자랑을 일삼는 코트레의 광천수를 비롯하여 이와 비슷한 성분의 더운물이 소화에 문제만 없다면 그런 소모열성 폐병에 좋다고 정평이 나 있죠. 

    - 사혈과 관장, 지나친 타액 분비, 배뇨 과다 등 한마디로 모든 종류의 과도한 배출은 체관의 기능을 약화시키고 체액의 양을 급격히 감소시켜 신경 작용을 관장하는 심기(心氣) 또는 생체 정기가 뇌에서 활성화되기 어렵게 만듭니다. 긴장 속에 신경을 잡아 두는 사색이 정신력을 탕진하고 뇌는 그걸 제대로 보충할 수 없게 되는 것이죠. 

    - 정신의 노고로 인해 가장 큰 장애를 겪는 사람은 동일한 대상에 끊임없이 집착하는 자입니다. 몸에서 단 하나의 근육 또는 적은 수의 근육이 지속적으로 힘을 쓸 경우, 같은 규모의 운동량을 모든 근육이 나눠 수행할 때보다 몸은 훨씬 더 큰 고통을 부담합니다. 뇌 역시 마찬가지죠. 

    - 특히 지식인을 괴롭히는 불면증은 지속될 경우 몸과 마음의 수많은 질병을 일으키는 관문이 되곤 하죠. 일에 깊이 몰두하고 난 직후 불안정한 수면 상태가 이어지면서 거북한 긴장감과 머리가 묵직한 느낌이 동반되는 상태를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요?

    - 다량의 체액이 뇌질환을 초래하는 경우 가운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건강염려증을 유발하는 불행한 성향에 특히 체액 문제가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점입니다. 뇌섬유가 이완하면서 약해지고, 결국 무른 상태로 진행되면서 다양한 자극을 버텨 내기 어려워집니다. 

    - 인간의 신체는 늙어가면서 뻣뻣해지죠. 늙는다는 것 자체가 곧 전체적인 각질화를 의미합니다. 

    - 지식인의 질병 원인은 전적인 부동자세에 속절없이 자신을 내맡김으로써 서서히 죽어가는 것이죠. 전적인 부동자세가 얼마나 위험한가는 인간의 신체 구조를 일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깨달을 수 있습니다. 

    - 최고의 지식인으로 문학에 지대한 기여를 한 인물들이 불과 1년 남짓 생존하다 모든 걸 망각한 채 뇌졸중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나는 비탄의 시선으로 바라보곤 했습니다.  

    - 의자에 붙박여 지내는 지식인의 생활이 하복부 장기의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또 폐색의 원인을 제공해 거의 필연적으로 발병하는 질환 가운데 특기할 만한 것이 바로 건강염려증입니다. 

    - 사실 예로부터 이러한 우울증은 글쓰기에 도움이 될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우울증 환자가 한 가지 생각에 매달리다 보면 같은 대상의 모든 측면을 보다 집중해서 치밀하게 관찰하고 사고하기 마련이니까요.  

    - 자고로 사람은 사람을 위해 창조된 존재입니다. 따라서 상호 간 교류에는 나름의 이점이 있는 법이며 이를 포기하면 기필코 문제가 생깁니다. 

    - 미련하게 매달리는 열정은 아이를 죽일 수 있어요. 자기 나이를 뛰어넘는 광기 어린 학구열이 아이의 총기를 타격하는 겁니다. 그들은 인생을 천재로 시작해 바보로 끝냅니다. 그 연령대는 운동으로 몸을 튼튼히 할 때지, 몸을 약하게 하고 성장에 장애가 될 공부를 위한 때가 아니죠. 자연은 두 가지 빠른 성장 과정을 한꺼번에 이끌 수가 없습니다. 

    - 나이가 결코 젊지 않은 지식인이 지금까지 살아오며 연구해 온 분야와 완전히 다른 분야에 갑자기 파고드는 것 또한 위험합니다. 공부의 종류를 바꾸는 것이 나이 많은 사람에게 해롭다면, 노년에 이르도록 같은 공부를 계속하는 것 또한 해롭긴 마찬가지입니다. 

    - 도를 넘는 신앙이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는 일도 아주 흔합니다. 나는 서글서글하고 건강한 젊은이가 잘못된 신앙 체계에 빠져 직업도 팽개치고 오직 하나만을 생각하며 황폐한 인간으로 변해 가는 광경을 종종 목격했습니다. 

    - 지식인이 건강과 관련해 우선 극복해야 할 어려움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일입니다. 혹자는 지금껏 무탈하니 앞으로도 그럴 거라 희망하며, 자기는 해당하지 않는 동떨어진 사례만 골라 스스로를 정당화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입니다. 하나같이 의사 앞에서 고집을 피우거나 그것이 무슨 줏대 있는 태도인 양 뻗대다 스스로 희생 제물이 됩니다. 

    - 건강을 위한 가장 중요한 식이요법의 원칙, 위가 약할수록 반드시 명심해야 할 철칙은 음식을 잡다하게 섞어 먹지 않고 한 끼 식사에 두세 접시 이상은 먹지 않는 것입니다. 

    - 발이 차가워지면 기질이 약한 사람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머리가 무거워지고 목과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면서 고질적인 감기에 걸립니다. 나는 예전에 쓸데없이 진통제만 먹으며 지내던 학자 몇 분을 성공적으로 치료한 적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매일 저녁 불 앞에서 약간 뜨겁다 싶을 정도로 발바닥을 데운 뒤 잠자리에 들라고 지시했지요. 이후 다들 아주 편하게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1700년대의 닥터 티소의 정신노동자들을 위한 건강론은 2023년 오늘에 다시 꺼내 읽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대목이 대부분이다. 2022년 12월23일의 대법원의 판결을 근거로 2023년부터 한의사들이 초음파 사용이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흐름은 협회의 기대대로 한의사들의 업권을 강화하고 다른 현대의료기기의 합법적 사용 확대로의 시발점이 될런지 의과-한의과의 2023년 버전의 차원이 다른 갈등의 도화선이 될런지 그 어느 쪽도 맘편히 관전만 하고 있을 수는 없어 보인다.


    『‘소아청소년과’ 사라질 판…전공의 지원율 10%대 충격의 추락』, 『“연봉 3억6천, 적은가요?” 의사 구인난 겪는 지방 의료원』, 『“의대정원 확대 안 하면 2035년 의사 2만7000명 부족”』, 『수의계는 왜 수의과대학 신설을 반대하나』 등과 같은 의료계의 대표적인 뉴스들이 대한민국에 미치는 크고 작은 영향력에 비해서는 한없이 미약하겠지만 오늘날의 이러한 법적 조치들이 수년 혹은 수십년 후, 한의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솔직히 말하면 기대는 30 정도에 두려움이 70이다.


    지난해 말 대법원 판결…한의계에 미칠 영향은? 


    당장, 서울특별시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현대 진단기기는 그 자체의 위해 여부가 아닌 이를 통한 오진 가능성을 봐야 한다.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함으로써 환자의 적절한 진단과 치료의 시기를 놓쳐서 발생하는 문제를 따져야 한다. 또 이 같은 의료행위가 국민건강보험에서 인정되지 않는 것을 들어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을 수는 있어도 국민건강보험법상 불법이다”라고 말했다. 의협은 초음파 기기가 인체에 무해하므로 아무나(?) 막 가져다 써도 안전하다는 판단은 비전문적인 시각이라고 꼬집으며 이 잘못된 판결에 따른 의료질서 문란과 국민들에게 가해지는 피해는 모조리 대법원의 책임이라고 강변하고 있다(『한의사 초음파 판결에 의료계 양분…“벌써 의료질서 붕괴”(메디컬타임즈, 김승직기자, 2022. 12. 23.)』, 『남편이 한의사인데...대법관 고발한 의사단체(한국일보, 문재연기자, 2022. 12. 27.)』, 『의료계 반발 부른 한의사 초음파 기기 사용법 뜯어보니(동아사이언스, 박정연기자, 2022.12.27.)』, 『의학회 한의사 초음파 사용 비판…“무당이 사람 잡는 꼴”(메디컬옵저버, 박선재기자, 2023.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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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설연휴 23, 24일 오전 8시, MBC를 통해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가 방송되었다. 작년 12월 31일과 올해 1월 1일, 경남 MBC에서 이미 방송되었던 프로그램이 전국 방송으로 재방송된 셈인데, 그 사이 유튜브에는 원본 두 편과 관련 보도들이 많이 업로드되어 있어서 관심 있는 사람들은 이미 접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 또한 친한 선배가 설연휴를 앞둔 금요일 오전에 영상을 공유해 주어서 조금은 덜 바빴던 그 날, 치료실과 진료실을 오가며 김장하 선생님의 다큐 2부작을 띄엄띄엄 보게 되었다. 살짝살짝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아내야 했었고 인터뷰에 등장한 많은 분들의 선생님과 얽힌 진솔한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하루 800제의 첩약을 지으실 정도로 전국에서 환자가 몰렸던 남성당 한약방의 전성기는 그야말로 한약에 대한 선호도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었고 한의사-한의원이 많지 않던 시절이었으며 봄가을이면 보약을 찾던 비아그라도 홍삼도 없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그야말로 한약업이 태평성대를 누렸던 그 시절, 그 큰 돈을 벌고도 이게 다 내 재주 덕분이 아니라 시대의 덕이고 환자들의 덕이니 이 복을 나 혼자 누려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지니셨던 것 같다. 진주의 크고 작은 민원의 해결사였고 당신이 나서야 하는 곳이라면 그 명분이 올바른 것이라면 조건 없이 돈을 건네셨던 분. 사재를 털어 세우신 진주 명신고등학교를 국가에 헌납하고도 추가적인 영광도 그 어떤 간섭도 행하지 않으셨던 분. 50년간 운영해 오셨던 한약방 문을 닫으시던 날, 그날 모인 사람들을 향해 손을 흔드시며 환하게 웃으시는데… 그 미소에는 김 선생님의 한결같았던 삶이 담겨져 있는 듯 했다. 다큐의 마지막 화면에는 등산에 임하는 자세에 대한 선생님의 담백한 조언이 나온다. “산을 가는 좋은 멘트가 있는데, 사부작 사부작 꼼지락 꼼지락. 그렇게 걸어가면 돼. 계속 그렇게 사부작 사부작 가면 돼. 그 뒤에 이제 꼼지락 꼼지락...” “사부작 사부작 꼼지락 꼼지락” 한 해, 또 한 해. 나이에 지지 않고 그 나이를 살아내는 힘. 이 얼마나 완전무결한 주문인가?!!


    2023년, “사부작 사부작, 꼼지락 꼼지락” 살아가는 한해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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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장하 선생님의 다큐를 본 후, 티소의 책을 다시 읽어보니 몇 개의 문장이 선생님의 삶을 떠올리게 한다. “마음이 올바른 사람은 몸도 건강합니다. 사려깊다는 말과 박식하다는 말은 오랜 세월 동의어 였습니다. 우리는 미덕과 지식을 같은 우물에서 길어왔어요. 품행이 엉망인 지식인을 우리는 보지 못했습니다. 도덕으로 채우지 않은 법률이 무슨 쓸모가 있나요? 우리는 미와 품위를 끊임없이 추구하고, 선을 바라보며 악을 행하는 사람을 경멸합니다.” 김 선생님을 통한 이 묵직한 감동이 앞으로의 내 생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감히 장담할 수는 없다. 감동은 짧고 현실은 가끔 또한 자주 고달프기 때문이다. 아무리 감동적인 영화도 그러한 감상의 유통기한은 그리 길지 않기 때문에 작심삼일을 3일마다 반복하듯 감동의 역치가 낮아지더라도 감동의 재료를 자주 주입하는 것이 일단은 가장 쉬운 방법일 것이다.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중고생 조카들에게 세뱃돈을 건네면서는 사춘기와 대학입시라는 두 개의 어려운 터널을 무사히 건너가기만을 기원하게 된다. 휴학을 하고 전공에 대한 회의에 빠져서 전과를 고민 중인 대학생 조카에게는 취직에 대한 부담을 잠시 잊고 20대에만 누릴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하라는 응원을 하게 된다. 6개월간의 실업급여 수령이 끝나서 이제 진짜 구직을 해야 한다고 초조해하는 40대 중반의 후배에게는 20년간의 훌륭한 경력이 있으니 나이값 해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고 지원을 망설이는 회사에 한 번은 도전해야 하지 않겠냐며 비싼 밥을 한 끼 대접하고야 말았다. 그 나이에는 그 나이가 흐르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그 나이에는 그 나이만한 짐과 열매가 동시에 열리기 때문이다. 짐이라면 잠시 내려놓고 기대 이상의 열매가 열렸다면 주변에 많이 나눠주기도 하면서 사부작 사부작 꼼지락 꼼지락 그렇게 2023년을 살아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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