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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 원장, 류준열 배우 침 시술 대역···침의 효용가치 잘 드러나
소현세자와 인조 침 치료받는 장면 등장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는 즐거운 마음으로 관람해 주시길 바라”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던 ‘소현세자’(배우 김성철)가 8년 만에 귀국하고, ‘인조’(배우 유해진)는 아들을 향한 반가움도 잠시 정체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그러던 어느 밤, 낮에는 앞을 못 보나 어둠 속에서는 희미하게 볼 수 있는 침의(鍼醫) ‘경수’(배우 류준열)가 ‘소현세자’의 죽음을 목격하게 되고 진실을 알리려는 찰나 더 큰 비밀과 음모가 드러난다. 지난 23일 개봉돼 예매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영화 ‘올빼미’의 간략한 소개다. 이 영화의 핵심을 꿰뚫고 있는 장면은 내의원 소속의 류준열이 소현세자와 인조를 대상으로 한 침 시술이다. 류준열의 침 시술 대역을 맡은 이혁재 원장으로부터 참여하게 된 계기 등을 들어봤다. <편집자 주>
대전대 한의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청주에서 생락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혁재 원장은 평소 좋아하던 배우의 침 시술 대역이라 흔쾌히 응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영광스런 역할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계에서 한의학 자문이나 현장 의료지원, 대역 섭외 등에 나서고 있는 한의사들의 모임인 ‘시네한스’의 추천을 받아 류준열 배우의 침 시술 대역으로 참여했다. 평소 헬스와 골프 등 운동하기를 즐기고 있다는 그로부터 영화 ‘올빼미’에서 신의 손놀림을 보인 명연기(?)에 대해 살펴봤다.
Q. 류준열의 침 시술 대역으로 활동한 소감은?
평소 좋아하던 유명한 배우의 손으로 영화에 출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TV나 인터넷 매체 등으로만 보던 배우들을 가까이에서 실제로 보니 많이 두근거렸다. 영화 촬영장은 처음 가봤는데 각각의 장면을 촬영하는 모습들이 신기하기도 했고, 재밌기도 했다.
며칠 전에 영화관에서 ‘올빼미’를 관람했는데 침 시술하는 장면이 계속해서 등장해 굉장히 뿌듯했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7~8회 가량 촬영에 참여했다. 벌써 1년이 넘다보니 촬영할 때의 기억이 선명치 않았으나 직접 영화를 보게 되니 그때의 기억들이 다시 새록새록 돋아나 더 재밌게 영화를 볼 수 있었다.
Q. 대역으로 섭외된 과정은?
‘시네한스’라는 한의사 모임이 있다. 그들은 영화계에서 한의학 자문이나 현장 의료지원, 대역 섭외 등의 업무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그곳에 친한 선배가 대표를 맡고 있는데 그가 류준열 배우의 손과 비슷하게 생긴 손을 찾다가 우연히 저의 손을 보게 됐다. 이후에 저의 손 사진을 찍어서 촬영팀에 보냈는데, 그것이 영화감독의 승낙을 받게 돼 대역으로 뽑히게 됐다. 제가 체격이 좀 마른 편인데 류준열 배우도 손이 많이 마른편이라 선택된 것 같다.
Q. 주로 어떤 환자들에게 침 시술을 했는가?
영화 초반에는 경수가 풍이 온 환자에게 침으로 치료하는 장면이 있고, 소현세자는 잦은 기침을 치료하기 위해, 인조는 구안와사를 치료하기 위해 침 시술을 받는 장면이 있으며, 다른 여러 장면들도 있으나 자칫 영화 내용의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고 직접 한번 보시길 추천 드린다.
Q. 배우들의 한의학에 대한 관심은?
‘시네한스’ 회원들과 함께 침 시술 장면을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간단하게 침 잡는 법을 비롯해 혈자리 이름과 침 시술의 효능 등을 설명하는 자리가 있었다. 다들 진지하게 설명을 듣고는 ‘한의원에서도 실제로 혈자리를 찾아서 침을 놓는지’,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실제로 어떤 한약을 복용해야 하는지’ 등등 영화의 내용과 자연스럽게 접목될 수 있는 질문들을 굉장히 많이 해서 매우 놀랐었다.
Q. 기억될 만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인조가 축문을 쓰는 장면이 있었다. 그때 류준열 배우의 얼굴과 제 손이 함께 나왔는데 감독님께서 침을 공격적인 느낌이 강조되도록 빠르고 강하게 놓아달라고 주문했다. 보통 진료할 때는 침을 최대한 아프지 않게 놓으려 노력하는 편이라 반대로 하려니 조금 당황스러웠다. 인조 대역을 맡은 분께 양해를 구하고 강하게 침을 놓아 다행히 두 번의 도전 만에 촬영에 성공했으나 그때 침을 맞은 분이 벌에 쏘인 것 같이 많이 아팠다는 말을 듣고는 죄송했던 기억이 남아 있다.
Q. 침 시술을 바라보는 관람객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 것 같나?
침 시술이 치료를 위한 장면도 있지만, 침으로 즉시 마비를 시킨다거나 목숨을 끊을 수 있는 공격적인 무기가 된다거나 하는 등의 판타지적인 요소가 부각된 점도 있어 혹시 침 치료를 두려워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조금 든다.
물론 침 치료를 한번이라도 받아보신 분들은 괜찮겠지만, 침 치료를 받아보지 않은 분들은 침 치료를 조금 무섭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진료실에서도 ‘근데 침 아파요?’라고 묻는 환자들이 종종 있는데, 영화를 본다면 침이 뭔가 무서운 도구는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것 같기도 하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만큼 침의 효용성을 깊이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기에 즐거운 마음으로 관람해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영화 ‘올빼미’를 관람한 소감은?
저는 침 시술이 나오는 장면만 드문드문 대역으로 참여해서 영화의 전체 내용을 모르고, 부분적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 영화를 관람해보니 코믹 요소도 많고, 예상외로 스토리도 탄탄해 아주 재밌게 관람했다. 일반인들의 입장에서도 매우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침술 장면이 많이 나오는 만큼 한의사 분들께서 보시면 더욱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다. 꼭 한번 관람하시길 추천 드린다.
Q. 한의학이란?
저는 아직 임상 경험도 많지 않고 계속해서 배우는 중이라 한의학의 정수를 정의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다. 현재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진료하고, 연구하시는 한의사 분들이 많기에 한의학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고 믿는다.
Q. 강조하고 싶은 말은?
‘시네한스’ 대표 안재학 원장을 비롯 여러 한의사 분들께서 촬영하는 내내 도움을 많이 주셨다. 그런데 저만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돼 죄송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한다. 특히 안재학 원장께서는 이형익 어의(배우 최무성)의 침 시술 대역으로 참여했는데 엔딩크레딧에 이름이 올라가지 않아 아쉬워하기도 했다. 제 인터뷰를 통해서라도 그 분의 역할이 알려진다면 좋을 것 같다. 특히 촬영하는데 있어 많은 신경을 써주신 올빼미 연출팀께도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