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9.26 (화)
방역대책은 과거에도 존재했다. 감염병을 이겨낼 수 있는 정보를 널리, 빠르게 전하는 도구로 한자가 아닌 한글을 취해 백성이 바로 읽고 따라 할 수 있도록 한 것.
‘한글 의학서’를 통해 본 역병에 대한 선조들의 지혜와 가치를 논의하는 장이 마련됐다.
국립한글박물관(관장 김영수)은 30일, 박물관 지하 강당에서 ‘코로나 시대를 이겨내는 힘, <한글과 의학>’이라는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대한한의사협회 홍주의 회장, 한국박물관협회 김종규 명예회장, 국립국어원 장소원 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이번 행사는 국립한글박물관이 코로나 3년 차 시대, 한글날을 맞아 한글 의학서를 통해 감염병에 맞섰던 조상의 지혜를 살펴보고 현대 관점에서 방역의 의미를 찾기 위해 마련됐다.
김영수 관장은 개회사에서 황금찬 시인의 어록을 들어 “한글은 한국 문화와 한국인의 영혼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며 운을 뗐다.
김 관장은 “우리가 2년 전부터 코로나로 이렇게 고통받고 있는데 500년 전에도 평안도에 ‘온역’이라는 역병이 창궐했었다”며 “이에 중종은 누구나 쉽게 볼 수 있게 한글로 쓴 의서 ‘간이벽온방언해’를 전국에 배포해 많은 사상자를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글의 의미는 국어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의학, 사학, 민속학, 생태학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한글 의학서의 진가를 파악하는 다 학제적인 접근의 포럼이 될 것”이라며 “오늘 발표와 토론을 통해 전문가들의 고견을 듣고 위기를 이겨내는 힘이 도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학술대회는 △이현숙 교수(한국생태계환경연구소)의 ‘K-방역의 기원’ △김호 교수(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의 ‘조선시대 감염병과 서적 간행’의 기조발표를 시작으로 △황선엽 교수(서울대 국어국문학과)의 ‘간이벽온방언해의 국어학적 고찰’ △안상우 박사(한국한의학연구원 디지털임상연구부)의 ‘간이벽온방언해의 의학적 고찰’ △이경록 교수(연세대 의과대학 의사학과)의 ‘간이벽온방언해 편찬의 배경’ △김남경 교수(대구가톨릭대 한국어문학과)의 ‘한글 의학서에 나타난 전염병 관련 병명’ △원보영 교수(한국학중앙연구원 민속학과)의 ‘조선시대 한글 의학서를 통해 본 민간의 의료 양상’ △고은숙 학예연구사(국립한글박물관)의 ‘국립한글박물관 소장 한글 의학서 소개’라는 주제로 발표와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