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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우도로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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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우도로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우도 조일리 삼춘들, 침 맞으러 옵써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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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본란에서는 지난달 17일부터 23일까지 7일 동안 제주 우도 조일리에서 의료봉사를 펼친 미로한의원 의료봉사단의 백광현 미로한의원장이 의료봉사 과정에서 느꼈던 소회를 싣는다.


2022년 의료봉사단이 방문할 지역은 올해 1월에 정해졌다. 지난해 다녀왔던 제주도 우도 조일리 이장님이 직접 전화를 하여 ‘미로한의원 의료봉사단이 우도 조일리에 꼭 한 번 더 와 주실 것’을 요청하셨기 때문이다. 조일리 차원에서 미로한의원 의료봉사단을 초청한 셈이다. 마침 코로나 상황도 녹록치 않아 해외로 나가는 것은 여전히 거의 불가능했기에 고민하지 않고 응했다. 봉사할 날짜를 잡고 비행기도 일찌감치 예약해 두었다. 2022년 미로한의원 의료봉사는 7월 17일부터 7월 23일까지 6박7일 일정으로 정해졌다. 봉사단은 한의사 2명(백광현, 박수진), 진료보조 2명(오숙희, 장문기), 진행(여상훈, 정미화), 영상기록(김지운) 이렇게 구성되었다. 제주 우도가 고향이라, 의사소통이 원활하고 지역주민을 잘 아는 여상훈 미로한의원 실장이 올해는 환자 예약을 도맡았다. 예약, 진료 등 미로한의원의 시스템을 그대로 옮겨서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7월17일 미로한의원 의료봉사단은 제주도를 거쳐 우도에 도착했다. 봉사단은 진료실 세팅을 하자마자 환영식에 참석해야 했다. 우도 조일리 이장님과 마을 주민들이 우도에서 맛 볼 수 있는 해산물로 차려진 섬마을 밥상을 준비하고 계셨기 때문이다. 봉사단 전원이 함께 참석하여 저녁식사를 했다. 저녁 식사 자리에서 이 분들이 우리 봉사단을 진심으로 기다리고 있었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어깨가 무거워졌다. 조일리에서는 이장님은 물론 사무소 직원까지 힘을 보태서 5일간 진행되는 진료 예약을 깔끔하게 정리해놓으셨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 빽빽하게 짜놓은 진료 예약표를 들여다보니 지난해 진료 받았던 삼춘들의 이름이 보여 흐뭇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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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 발 디딘 순간부터 진료 시작

 7월18일 오전 8시 30분.  부지런한 삼춘들은 의료진보다 먼저 도착하여 임시 진료실이 된 마을회관 문을 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진료는 9시부터”라고 말씀드릴 시간도 없었다. 몇 신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마을회관에 발을 들이는 순간부터 그냥 진료가 시작되었다. 진료소의 분위기는 왁자했던 지난해와 달리 다소 차분했다. 마을에서 예약을 받고 침 맞을 시간을 일일이 통보하여 대기자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대부분의 환자가 지난해 미로한의원 의료봉사단의 진료를 받으셨던 터라 진료 시스템을 잘 알고 따라주셨다. 

꼭 1년 만에 다시 찾아온 우도 조일리. 삼춘들의 고질병은 별로 나아진 게 없어 보였다. 지속적인 치료가 이어져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개인적인 사정, 지역적인 환경이 만든 결과이리라…. 누구는 해녀를 가리켜 ‘은퇴 없는 영원한 직장’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은퇴가 있으면 어쨌거나 인생에서 억지로라도 쉬는 시간이 돌아오는데 은퇴 없는 해녀는 인생의 끝까지 일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직업이었다. 도시의 직장 은퇴자는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찾는다며 바쁘게 살지만 은퇴한 해녀는 그저 남는 시간 동안 바다를 그리워하며 지낼 수밖에 없음이 안타까웠다. 이번 진료에서 은퇴한 해녀삼춘들이 몇 분 오셔서 계속 치료를 받으셨다. 인생을 바친 바다에 대한 그리움과 남은 날들에 대한 불안함이 겹쳐서 일까? 해녀 일을 하며 얻은 근골격계 질환에 잠을 잘 주무시지 못하는 마음의 병까지 얻어 어두운 얼굴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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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알아온 이웃처럼 다정하게 대해주던 삼춘들

 이번에는 남자 삼춘들도 제법 많이 방문하셨다. 지난해 오셨던 해녀삼춘들이 줄을 이어 찾아왔지만 올해는 공동 작업으로 진행되는 보말 채취와 동네 상(喪)이 나는 바람에 예약이 비는 자리가 있었고 그 자리를 남자삼춘들이 차지했다. 남자삼춘들 중에는 손가락이며 발가락이 절단된 사례가 많아 놀랐다. 물어보니 땅콩 농사 등에 사용되는 농기계를 다루다가 사고가 난 것이었다. 당뇨 관리가 되지 않아 엄지발가락을 잃은 남자삼춘도 있었다. 의료시설이 좋았다면 이런 일은 피해갈 수 있었을 것 같아 씁쓸했다. 더불어 여자삼춘들은 바다에서 싸우는 동안 육지에 남아 농사를 돌봤을 남자삼춘들의 삶도 만만찮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어디인들, 그 누구인들 삶이 녹록하겠는가. 고단하고 눈물겨운 인생을 온 몸이 대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남자삼춘들에게 봉사단의 진료시간이 잠시 쉬어가는 휴식이 되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미로한의원 의료봉사단은 같은 곳을 연거푸 방문한 적은 없었다. 선순환적이고 친환경적인, 뛰어난 한의학을 널리 알리는 것이 목표였기에 매번 해외의 다른 도시를 방문했었다. 하지만 우도는 2년을 연달아 오게 되었는데 여러 장점이 있었다. 먼저 같은 환자들을 만나게 되니 그간 병의 진행을 체크할 수 있어 좋았다. 지난해 차트를 모두 챙겨가니 좋아진 부분과 더 나빠진 부분을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어 치료의 방향을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었다. 삼춘들도 지난해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오래 알아온 것처럼 다정하게 대해주시니 봉사단은 마음마저 편안했다. 삼춘들은 진료비라며 각종 음료수 세례를 퍼부어, 마을회관 냉장고는 단 하루 만에 가득 차 버렸다. 해산물을 즐기는 나로서는 소라며 성게며 각종 회까지 마음껏 먹을 수 있었으니 우도의 섬마을 밥상은 보기만 해도 행복했다. 의료봉사의 즐거움은 한방치료의 효과에 고개를 끄덕이는 환자들의 반응을 보는 것이다. 올해 여름, 제주 우도에서 그 짜릿한 즐거움을 다시 한 번 누릴 수 있었다. 

 작년 2021년 우도 의료봉사 마지막 날 저녁에 동네 분들과 저녁을 먹으며 소감을 말하다 울컥했었다. 평생을 아프셨다는 증상들이 며칠 침 맞고 좋아지시는 것을 보고 마냥 좋지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자리 계셨던 마을 주민 강영수 시인께서 올해 낸 ‘해녀의 기도’라는시집 속에 그 이야기를 담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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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광현 미로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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