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란에서는 대전대 한의과대학 한상윤 교수(한의학교육학회 회장)로부터 한의학 교육의 질적 향상과 함께 우수한 인재 양성을 위해 ‘한의학 교육의 현재와 미래Ⅱ’ 코너를 통해 한의학 교육의 발전 방향을 소개하고자 한다.
의과대학에서 매우 중요한 교육과정인 임상실습은 이론 시간에 배웠던 의학 지식의 현장 적용을 체험하고 진료 기술을 익혀 학생들이 습득한 진료 역량을 완성시키는 과정이다. 현재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의 한의학 교육 인증 기준에는 각 한의과대학이 1200시간 이상의 임상실습을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전의 900시간 기준에서 늘어난 것인데, 임상실습의 중요성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늘어난 실습 교육 시간도 중요하지만 그 시간 동안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 라는 임상실습의 콘텐츠 확보 문제가 시급한 실정이다. 최근 한의학교육학회에서는 이러한 각 한의대의 실습 교육에 대한 고민을 일정 부분 해결하기 위해 ‘효과적인 임상실습을 위한 실습교육 사례 공유’를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현재 실습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의 발표와 함께 참여자들의 열띤 질의응답과 토론이 이어져 실습에 대한 여러 교수법과 평가, 피드백 등에 대한 공통적인 관심을 알 수 있었고, 각 학교의 교육 사례를 공유하며 임상실습에 대한 지평이 넓어졌다 생각하여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학생들의 연구 역량 키우기 위한 사례 공유
먼저, 학생들의 연구 역량을 키우기 위한 노력의 사례가 공유됐는데, 대구한의대 노종성 교수는 한의사과학자 양성까지 염두에 두고 관련 교과를 운영하고 있었다. 대구한의대는 교육과정 개편 시 학생들의 연구 역량을 키우기 위한 과목을 추가 개설하거나 기존 교과를 변형하였고, 저학년부터 편성하여 근거중심한의학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의학연구입문, 의학논문강독 등의 교과를 담당하는 노종성 교수는 적절한 퀴즈와 과제물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으며, 중간고사 이후부터는 PBL 방식을 도입하여 조별 결과물을 통해 학생들의 문제 해결력을 확인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발표를 들으며 두 가지 인상적인 점이 있었다. 하나는 대부분의 의학연구 관련 교재가 임상 연구만을 수록하고 있어, 학생들에게 전임상연구를 따로 강의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연구에 대한 선입관을 방지하기 위한 세심한 교수자의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다른 하나는 학생들에게 의료봉사에 활용 가능하도록 논문에 기반한 진료매뉴얼을 작성하게 한다든가 연구계획서를 작성하도록 하는 학생 주도적 활동을 하도록 한다는 점이었다. 학생의 임상역량과 연구역량을 모두 강화할 수 있는 교육 방안을 함께 연구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는 상지대학교 사상체질과 임상실습 사례를 들었는데, 강연자 유준상 교수는 전체 한의과대학 커리큘럼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사상의학 교육을 바라보고 있어 평소 교육에 대한 그의 애착과 관심을 알 수 있었다.
상지대학교는 사상체질 진단에 있어 다양한 설문지와 여러 부위의 체형 측정, 맥진 등을 모두 실습하도록 하는데, 특히 K-PRISM이라고 하는 한국한의학연구원의 시스템을 활용하여 체질 진단에 대한 다각도적 접근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임상실습 자습서를 제작하여 학생들이 체질 진단 결과 값과 해당 체질로 판정한 이유를 기입하도록 하여 교육적으로 많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복통과 수족냉증에 대한 진료수행평가(CPX) 역시 잘 이뤄지고 있었는데, 역할극 형태의 실습과 표준화환자를 사용한 시험이 시행되고 있다. 발표를 들으며 진료수행평가(CPX)에 대한 학교 간 협력 방안을 생각하게 됐다. 실제 환자의 전자차트를 변형한 임상실습 시험문제 역시 학생의 체질 진단과 치법, 처방 선택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방식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학생 토론식 수업 진행은 매우 의미있어”
동의대학교 침구의학과 서종철 교수는 근골격계 질환의 영상진단을 토론식 수업으로 진행하여 굉장히 흥미로웠다. 한의사의 현대진단의료기기 사용이 확대되어야 하는 시의성 때문에 더 주의를 기울여 사례 공유 발표를 듣게 되었다.
서종철 교수는 현재 근골격계 질환 환자가 한의원에 많이 내원하고 있지만 대부분 양방에서 들은 진단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 후 한의사들도 충분히 영상결과를 진단할 수 있어야 하며, 환자가 듣고 바로 납득할 수 있는 진단명의 사용이 필요하다는 설명을 했다.
그리고 기존 수업 방식의 한계를 언급하며, 침구의학 영상진단 수업의 경우 학생들을 조 편성하여 영상과 토의 주제를 제공하고 조별 보고서를 제출받는 방식으로 진행한다고 했다. 이러한 토론 수업의 경우 동료 학생과 의사소통을 하며 영상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감소시키는 효과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수업 시수의 제약이 있어 정해진 시간 내 적극적인 토론을 진행하기가 어렵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어느 토론 수업이나 학생 참여형 수업이 그렇듯 소극적 참여자가 발생한다는 점도 개선해야 할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강의형 수업이 위주인 임상 교과에서 학생 토론식 수업을 진행한다는 점은 매우 의미가 있고 더군다나 근골격계 영상진단을 주제로 한다는 것은 주목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실적 어려움을 개선하여 이러한 수업 형태가 확대된다면 학생들의 임상 역량이 보다 더 강화될 것이라 확신한다.
끝으로 대구한의대의 사상의학 실습 TBL과 역할극 수업 사례 공유가 있었다. 전체 강의에서 4~5주 정도를 TBL로 진행했는데, 학생들이 사전에 제공된 영상 강의를 수강하고 나서 수업 시간에는 개인별, 팀별 퀴즈를 통해 이해도를 확인했고, 그 내용을 임상 case에 적용해보는 방식의 수업이었다. 케이스 적용은 CPX와 역할극을 활용했는데, 사전과 사후 학습이 어우러져 학생들에게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양한 교수법의 교류가 활성화되길 희망”
이 교과를 담당한 김성태 교수는 100명이 넘는 대구한의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TBL을 시행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사상의학 실습에 새로운 교수법을 적용하기 위해 학습하고 노력한 흔적을 보며 개인적으로 감동을 받았던 시간이었다. 학생이 원하는 병증에 대해 CPX를 준비하여 역할극을 시행하고 실제 진료와 최대한 유사하도록 피드백을 주는 교수자의 노력이 돋보였다.
이번 한의학교육학회 심포지엄을 보면서 한의학 교육에 대한 사례를 공유하며 잘된 점이나 개선할 점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아이디어를 모으는 일이 매우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다른 참여자들도 만족감을 느끼고 돌아갔으리라 생각한다. 각 학교 교수들의 이러한 노력이 전체 한의학 교육의 질을 제고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을 믿는다. 다양한 교수법의 활용과 평가, 피드백에 대해서도 각 교과마다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희망하고 한의학교육학회가 중심에서 많은 역할을 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