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강현구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선민 의원(조국혁신당)과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대표 김재철·이하 녹소연) 등이 23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공동개최한 ‘의료소비자가 제안하는 의료개혁방안’ 토론회에서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추진이 (양방)의료계가 아닌 환자 중심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날 김선민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6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의료공백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이 지고 있으며, 정부의 ‘의료개혁 4대 과제’ 또한 공급자인 (양방)의료계 중심 정책”이라며 “의료개혁의 당사자인 의료소비자의 권리와 편의를 실효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방안도 의료체계 개편 시 함께 고려돼야 정부, 의료계, 국민 간 무너진 신뢰가 다시 회복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론에서 이주열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녹소연 이사)는 ‘의료소비자가 제안하는 의료개혁 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서며 의료소비자 중심의 △개인 의료비 부담 감소 △의료 접근성 향상 △과잉진료 검사 축소 △건강 관리 체계 강화를 목표로 의료개혁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지역·필수의료 붕괴는 그간 진료권 폐지, 의료전달체계 붕괴, 중앙정부의 의료자원 배분 계획 부재 등이 누적된 결과로, 의료소비자 의견을 정부와 의료계에 알리고, 의료소비자가 책임과 권리를 실천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면서 최근 정부가 발표한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 의료개혁 방안은 △양방 전공의 7개 요구사항(2월) △의대생 8대 요구사항(3월) △의협 3대 요구사항(6월)에 대한 대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녹소연이 지난달 총 6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료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수·전공의 집단행동에 대한 반대 의견(각각 69.4%)이 높았으며, 특히 대응방식에 있어선 보건복지부(47.2%)보다 의협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68.4%)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의료소비자의 대다수가 의료기관 이용 시 불편사항으로 △과잉진료 △예약 어려움 △긴 대기시간 △불필요한 검사 △의료비 부담을 꼽았고, △응급환자의 의료기관 이용 △심야 시간 외래 이용 정책을 원했으며, △정부 정책에 국민의 의견이 수렴되지 않았고 △의료대란에 의료소비자의 역할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교수는 “국민들이 의료기관에 가지 않고도 건강관리를 통해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사회,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모든 국민은 언제 어디서나 불편 없이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면서 의료개혁 목표로 △건보 보장률 향상 및 본인 부담금 축소 △정부의 비급여 항목 관리 △상급병원의 중증·입원 환자 중심 개편(외래진료 폐지) △1·2·3차 의료기관 의무 평가인증제 도입 △포괄수가제 등 혼합 수가제 도입 확대 △지역 중심으로 공중보건 및 질병예방체계를 강화할 것을 제시했다.
강재헌 녹소연 공동대표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패널토론에서 송기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보건의료위원장은 지역·필수의료 공백에 대해 “어떠한 이유도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의사의 불법 진료 거부는 정당화될 수 없다”면서 “정부는 불법집단행동에 대한 법과 원칙을 적용하고, 민간의료 중심의 현 체계의 한계를 인정하고, △공공의대를 통한 공공의사 양성 및 공공의료 확충 △‘의료사고처리 특례법’ 추진 즉각 중단 △건보재정의 건전성을 위해 지불제도를 개선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반해 강희경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나라 의료를 병들게 하는 문제 중 하나는 민형사 소송으로, 진료의 결과가 항상 만족스럽기 어렵기에 최근 이주영 의원(개혁신당)이 대표발의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 내용을 모든 의료행위의 결과에 적용해야 의료분쟁이 감소할 수 있으며, 의사도 필수의료 현장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미화 녹소연 상임대표는 “의료자원은 공유자원이며, 그 자원은 의료소비자의 지불비용으로 구성되는 만큼 의료 실태의 당사자인 의료소비자에게 의료개혁의 추진 방향·내용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며, 개혁은 정부-의료계-소비자가 과정을 함께 해야 한다”면서 의료소비자 의견을 토대로 △가치 중심 수가로 전환 △지역 상황 별 필수의료의 재확립(양질의 일차 의료인 확보) △예방 중심·적정 진료를 통한 의료기관 신뢰 구축 등을 제시했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 의료개혁총괄과장은 “현재 정부는 의료소비자와 의료계 입장에서 의료개혁을 위한 접근 방법을 고민 중”이라며 “지금 꾸려진 의료개혁특위가 의료계-환자-소비자가 머릴 맞대고 의견을 나누고, 앞으로 예방 등 다양한 측면에서 건설적인 토론을 나누도록 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