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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4일 (일)

“이제는 동아시아연합(EAU)이 세워질 때”

“이제는 동아시아연합(EAU)이 세워질 때”

한국,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 전통의학계의 하나 된 협력 체계 절실

최승훈 원장
(Massachusetts Integrative Medicine 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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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 ‘2024 International Conference of ICD-11 TM Modules’에서 “WHO Standardization and Globalization of Traditional Medicine”을 발표하고 있다.

 

8월 24일과 25일, 대만 中國醫藥大學 수웨이난(水湳) 캠퍼스에서 ‘제15주년 및 제13차 연례 Global University Network of Traditional Medicine(GUNTM) 회의’와 ‘2024 International Conference of ICD-11 TM Modules’가 열렸다.

 

두 달 전 타이베이(臺北)에서 열렸던 ‘20th Joint Conference of IASTAM and ASHM’에 다녀왔고, 9월 1일 Lexington에서 한의원을 개원할 예정이기 때문에 갈 만한 사정은 아니었으나, 주최 측의 간곡한 초청으로 참석했다.

 

실제로 두 행사 모두 필자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ICD-11로 진화한 WHO 전통의학 국제 표준 용어(WHO International Standard Terminologies on Traditional Medicine in the Western Pacific Region:WHO-IST) 프로젝트가 20년 전인 2004년 출범했고, GUNTM은 15년 전인 2009년 경희대 한의대 학장 재직 시에 경희대 60주년을 기념하여 창립했었다. 재미있게도 20+15=35년 전인 1989년, 필자는 중국의약대학에 초청교수로 처음 갔었고, 이번에는 그 대학이 이에 관련하여 주관하고 있는 행사에 35년 만에 회귀하여 참석한 것이다.

 

35년 전 중국의약대학에 박사과정이 처음 생기면서 그 대학의 초청으로 1989년, 1990년 두 차례에 걸쳐 1년 반 강의를 했었다. 당시 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한편, 학부에서는 황웨이산(黃維三) 교수의 ‘難經’과 ‘鍼灸學’ 강의를 맨 앞자리에서 녹음기를 틀어 놓고 학생들과 수업했었다. 귀국해서는 수강했던 자료를 중심으로 ‘難經入門’이라는 책을 저술했다. 말하자면 敎學相長이었다.

 

IST는 진화하여 ICD-11 전통의학 챕터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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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題字는 중국의약대학 이사장 첸리푸(陳立夫) 선생께서 써 주셨다.

 

1989년 한 학기동안 鄒學熹의 ‘易學十講’을 교재로 박사과정 강의를 했으며, 이듬해 다시 초청받으면서 대학원생들의 요청으로 東武 이제마의 ‘東醫壽世保元’을 일 년 동안 석박사 과정에서 강독했다.

 

귀국 후에는 東武 선생의 사망 100주기를 기념하기 위해 ‘동의수세보원’을 英譯했다. 대만에서 이미 영어로 강의했었기 때문에 그 자료를 정리하고 관련 전문가들과 몇 차례 세미나를 거쳐 영문판을 출간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한의학 용어의 英譯과 관련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고, 그 경험이 나중에 WHO에서 IST를 개발하는 동기가 됐다.

 

또한 IST는 진화하여 ICD-11의 전통의학 챕터를 구성하는 몸통이 되었기 때문에 따지고 보면 그 출발은 35년 전 중국의약대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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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8월 15일 출간된 WHO-IST. WHO 출판 서적 가운데 가장 많이 그리고 오랫동안 팔리고 있다. 계속 진화하여 ICD-11의 전통의학 챕터로 발전했다. 

 

ICD-11, 2022년부터 전 세계 실행 단계 돌입

 

중국의약대학에서의 경험과 인맥은 나중에 필자가 국제적인 안목을 갖고 활동하는 계기가 됐으며, 급기야는 2003년 WHO에서 근무하는 기회를 갖게 됐다.

 

2019년 WHO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ICD-11 전통의학 챕터 모듈 1은 한국, 중국, 일본 등 국가와 지역의 전통의학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2022년부터 전 세계적으로 ICD-11이 실행 단계에 들어갔고, 각국마다 자국에 맞는 코딩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각국에서 따로 개발하는 것보다는 서로 내용이 유사한 국가들이 협력해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데에 이견이 없다.

 

특히 한국과 대만은 다양한 방면에서 서로 유사하며, 전통의학 분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양국 간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고, 그에 대해서는 대만의 중의학 분야 정부 관계자와 학계도 동의하고 있다. 이번 회의도 그러한 공동 노력을 모색하기 위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한편 중국은 2022년 발표된 ‘WHO International Standard Terminologies on Traditional Chinese Medicine’에서 알 수 있듯이, 향후 ICD-11 전통의학 챕터 모듈1을 中醫學 위주로 채워가려 하고 있다. 그 개발 과정에서 일본과 한국의 전문가를 의도적으로 배제시킨 것에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의 그러한 의도를 적절하게 차단하지 못한다면 기껏 애써서 ICD-11 전통의학 챕터를 같이 만들었던 한국과 일본은 “죽 쒀서 X주는 꼴”이 되고 만다. 대만은 UN 회원국이 아니어서 직접적인 WHO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한국과 우방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실정이다.

 

2008년 WHO를 떠나 대학으로 복귀했고, 당시 형성된 국제적인 인맥을 활용하여 2009년 GUNTM을 창립했다. 그런데 필자가 경희대를 떠난 후 GUNTM 사무처는 2018년 중국의약대학으로 옮겨 갔다. 세계 전통의학 교육기관을 주도하는 이니셔티브가 중국의약대학으로 넘어간 것이다. GUNTM은 7개 대학으로 출발해 최근 싱가포르의 난양(南洋)공대 등 동남아의 우수 대학들을 영입하면서 안정적인 성장을 하고 있다. 

 

“ICD-11 관련된 한국 한의학 역량 잘 보여줘” 

 

이번에 경희대 한의대 고성규 학장은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의 교육과 연구’, 이상훈 교수는 ‘피부 조직 재생을 위한 침술과 한약’, 서병관 교수는 ‘Implementation of ICD-11 TM into KCD, policy, strategy and progress in Korea’를 발표함으로써 ICD-11에 관련된 한국 한의학의 현황과 역량 등을 잘 보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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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한의대 고성규 학장 등 발표자들과 함께. 

 

전반적으로 깔끔하게 잘 치뤄진 두 행사는 중국의약대학 중의학원의 옌홍룽(顔宏融) 원장이 진두지휘하여 기획 단계에서부터 포스터와 인쇄물 제작, 공항 영접과 각종 안내, 무술 공연, 전통 악기 합주, MC, 통역 등 전 과정을 외부업체 도움 없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학생 중심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과연 한국의 어느 한의대가 그런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까 하고 自問해본다. 그 학생들 가운데 누군가는 이번 경험이 계기가 돼 국제 전통의학의 미래를 감당해 나갈 인재들로 커갈 것이다.

 

35년 전 중국의약대학과의 개인적인 인연으로 시작하여 20년 전 ICD-11로 진화한 WHO-IST의 시동, 그리고 15년 전 GUNTM의 방아쇠를 당겼던 필자는 이제 타이쭝(臺中)에서 그 꽃봉오리를 보았으며, 장래에 탐스런 열매로 맺어 가기를 기원해본다.

 

지금 절실한 것은 한국, 대만, 일본 등 동아시아 전통의학계의 하나 된 협력 체계이다. 전통의학 분야에서부터 동아시아연합 (East Asian Union: EAU)이 세워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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