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한의원에 내원한 65세 이상 어르신 8명 중 1명은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 본 적이 있을 정도로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심각한 상황이며, 이처럼 높은 자살률 해소를 위해 국가적 차원에서 한의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권찬영 교수팀(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은 지난 8월29일 국제학술지인 ‘Heliyon’에 게재한 ‘Risk factors of passive suicidal ideation among outpatients in traditional medicine clinics: the case of Korean medicine in South Korea’를 통해 한의원 내원 환자 중 7.5%, 65세 이상 어르신의 경우는 12.4%가 자살에 대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소개했다.
또한 2023년 동의신경정신과학회지, 2024년 대한한의학회지에 게재된 연구논문을 통해 우울감이 있는 성인 중 20.4%, 기분장애가 있는 성인 중 24.4%가 한의치료를 이용하고 있다며 국가 자살 예방 정책에서 한의사의 참여 필요성을 역설했다.
권 교수팀(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은 최근 아시아 정신의학 학술지인 ‘Asian Journal of Psychiatry’에 게재한 ‘The potential role of Korean medicine doctors in Korea’s suicide prevention policy: The first web-based survey’를 통해 자살 고위험군의 선별 및 전문기관 연계에서 한의사의 역할을 강조했다.
연구팀이 2023년 9월 22일부터 10월 10일까지 임상 한의사를 3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시행한 결과, 한의사의 47.0%가 자살사고를 동반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자살계획, 자살시도, 자해 환자의 비율도 각각 13.7%, 27.7%, 32.6%로 높았다.
특히 국가 자살 예방 정책에 참여할 의사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9.2%가 적극적인 참여의사를 보였다.
‘세계 자살예방의 날(9월 10일)’을 앞두고 통계청이 발표한 대한민국의 2020년 연령표준화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OECD 국가 평균 10.7명 보다 2배 이상 높은 24.1명으로 집계돼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한의계는 이 같은 상황에 맞춰 보건복지부와 한국한의약진흥원의 지원으로 개발된 우울증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연구책임자 김상호 대구한의대학교 교수)을 지난 7월 발간하고, 자살 선별검사도구에 한의계에서 개발된 한의의료기관 내원 환자의 자살사고 위험 점수표를 포함하는 등 한의 임상에서 자살 위험 평가 및 관리를 위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관련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사는 한국의 높은 자살율 해결에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전문 인력”이라면서 “만성 통증 또는 화병 등 한의 다빈도 상병이 자살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만 보더라도 한의사의 역할 확대가 필요함을 알 수 있으며, 한의사를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나 제도의 조속한 시행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동의대학교 산학협력단은 7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용산역 itx6 회의실에서 ‘한국의 높은 자살률, 그리고 한의사의 역할’을 주제로 공청회를 개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