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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4일 (일)

한의사 ‘황지혜’의 인턴수련 일기 9

한의사 ‘황지혜’의 인턴수련 일기 9

환자와의 실갱이는 인턴수련의들에겐 커다란 골칫거리다.

특히 2내과의 당뇨환자는 내 모든 신경을 곤두서게 할 만큼 말썽꾸러기(?)근성이 있었다. 높은 당 수치에도 불구하고 몰래 방울토마토나 비스켓 등의 간식을 먹거나 담배를 연신 피워대는 통해 거의 매일 숨바꼭질을 해야 했다.



그러나 보니까 팔자에도 없는 사설탐정 노릇을 해야했다. 내 임무는 그 환자의 이동반경을 파악. 그러다보니 언제나 신경은 곤두서 있었으며, 환자의 불법(?)행위가 포착 됐을 때는 아니나 다를까 내 목소리는 싸이렌처럼 시끄러졌다. “아저씨 제가 아무거나 드시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으세요~” 그러면 병실은 금새 ‘눈 깔아~’형국이 된다. 이쯤 되면 아저씨도 나의 무서움 때문인지, “다신 그러지 않겠다”며 승복의 의지를 보여준다.



특히 최초 방문환자들은 입원 및 진료와 관련해 무작정 조르기, 배째라 형, 적반하장 형 등 다양한 실갱이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그럴 때면 내 특기인 사이렌목소리로 ‘이러시면 곤란하죠’라며 목청껏 소리치고 싶지만, 그래도 평정심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이유인 즉, 이것도 멀고도 먼 인턴수련의 한 과정인 ‘인내심 기르기’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인턴들이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한밤중에 난데없이 울려내는 삐삐소리다. 처음 병원을 방문한 환자들은 잠자리도 바뀌고 병원에 적응도 안돼 잠을 못자는 경우가 태반이다. 특히 신경이 예민한 환자들은 무작정 인턴들을 찾으며 잠 좀 재워달라고 칭얼대거나 그날 입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 아프냐, 이러다 큰병 나는 것 아니냐?’며 온갖 엄살을 부린다.



고단한 일상으로 지쳐있는 인턴들에게 이런 환자들은 ‘난감’자체다. 심하게 보채는 환자는 당직선생에게 알려 처치를 받게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인턴들의 역할은 빛이 난다. 소위 말하는 ‘말빰’의 힘이 발동하는 것이다. 만약 얼버무린다거나 자신 없는 말투로 환자의 질문에 답했을 때는 환자의 투정은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렇게 ‘말빨’의 힘이라도 빌리지만, 처음엔 전혀 그러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환자의 얄궂은 말 한마디에 고개 돌려 눈물 흘리기가 일상인 나날이었다. 지금에서야 생각하면 별 일 아니지만, 당시에는 내 노력과 마음을 몰라주는 환자들이 그렇게 야속할 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고난의 순간들이 그간의 경험을 통해서 내 인생을 다져줄 좋은 기회라는 것을 알고 있다. 쇠는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법, 내 삶은 두드려줄 또 다른 환자의 내원을 기다리며 기쁜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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