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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24일 (일)

People&People 40

People&People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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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십니까? 1973년 국내 최초 ‘침술마취’ 성공



세계서 두 번째로 성공, 한의학 우수성 세계 전파





얼마전에 선풍적인 인기를 끈 MBC-TV 드라마 ‘대장금’. 제54회 방영분을 통해 소개된 장면. 주인공 장금(이영애 분)이가 침으로 물고기를 마취시켰다. 이를 두고 실제 가능하냐, 않느냐는 논란이 거세게 인적이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1973.9.25.경희의료원. 세계 25개국 750여명의 석학들이 경희대서 열린 제3차 세계침구학술대회에 참가했다.이들의 시선은 온통 국내 유수의 언론매체들이 앞다퉈 중계하는 곳으로 고정돼 있다. 침을 든 손끝의 떨림과 자침. 양 족삼리와 삼음교.....주혈을 찾아 한곳 한곳 침을 꽂는 류근철 교수(당시 경희대 한방병원 부원장). 잠시 후 마취에 빠져드는 환자와 이어진 공개 맹장수술의 대성공과 환호성.



무약물무통침술법 중국보다 빨라

이는 한의학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중요한 분수령이 됐던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이 신비로운 사건에 대해 세계 외신들의 열기 띤 보도에 나섰다. 물론 각 극장마다 상영되는 대한뉴스에서 조차도 메인 테마로 방영될 정도였으니 얼마나 큰 반향을 일으켰었는지는 짐작하고도 남는다.

류 교수는 이후에도 당시 조교였던 허창회, 김창환, 채우석 교수 등의 도움을 받으며 자궁근종 절제 수술, 제왕절개 수술을 무약물 침술마취로 성공시키며 한의학의 무한한 가능성의 문을 열었다.

이처럼 한의학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침술마취의 그 주인공도 어느새 79세의 황혼으로 우리 곁에 서 있다.

경희의료원에서 퇴직한 류 교수는 개원의 길을 걷다 1996년 러시아 길에 오른다. 그곳에서 재활의학과 의공학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모스크바 국립공과대학교 의공학과 정교수로 활동 중이다.

침술마취 성공과 관련 류 교수는 “침술마취 성공은 중국이 앞섰지만 실제 이론적으로 ‘무약물무통침술법’으로 특허출원을 받은 것은 우리나라가 앞섰다”며 “다만 당시의 환경이 쉽게 침술마취를 시행할 수 없도록 해 수년 뒤진 것이 중국보다 늦게 성공할 수 밖에 없던 이유였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토록 뛰어났던 한방의료기술이 제대로 전수되지 못하고 사장된 것은 안타까움이 아닐 수 없다. 이에대해 류 교수는 “오케스트라가 협연 중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악기나 악보는 누구나가 사용하고 보는 평이한 것들이다. 하지만 어떤 연주자가 협연하느냐에 따라 음질, 음량의 차이는 확연하다. 결국 그것은 연주자의 노하우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한다.

즉, 똑같은 굵기와 크기의 침이란 도구일지언정 시술시 침 끝에 전해지는 손가락 힘의 세기와 고도의 숙련된 기술이 함께할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술자와 환자와의 교감도 중요하다. 환자가 시술자간의 신뢰가 형성돼야만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침구·해부·병리학 등에 대한 튼튼한 기초지식도 필수다.



경희의료원 30주년 행사서 공로상

류 교수는 “기술만 전수하는 것이라면 벌써 전수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기술 외적인 시술자만의 노하우 및 환자와의 교감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소가 있어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류 교수는 또 “뱃속의 태아에게 정확한 혈을 찾아 침을 꽂으면 태아가 깜짝놀라 움츠리게 되는데 이때를 이용해 축소 분만을 했던 것이 우리의 한의학”이라며, 연구하면 연구할수록 그 가능성의 폭은 너무도 무궁무진하다고 주장한다.

2001년 경희의료원 개원 30주년 기념행사에서 경희의료원 발전에 큰 공로를 세운 인물로 선정돼 노정우 한의학박사(1973년 한방병원장 역임)와 더불어 공로상을 수상했던 류근철 교수.

하지만 류 교수는 자신이 침술마취를 성공시킬 수 있었던데에는 당시 한의대 침구학교실 최용태 주임교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단다.

“침구학교실 주임 교수이면서도 일반 교수가 하고자 하는 위험천만한 일에 끝까지 신뢰를 갖고 묵묵히 협력해 준 풍토가 있었기에 침술마취라는 개가(凱歌)가 있었다”는 류 교수.



러시아서 의공학 박사 학위 취득

하지만 정작 류 교수는 한의학 선현들이 말하는 ‘일침(一鍼), 이구(二灸), 삼약(三藥)’ 과는 배치되는 이론을 강조한다.

그는 “나는 ‘일약·이침·삼구’라고 본다. 첫째가 약이다. 병증에 대한 정확한 진단만 선행된다면 침술보다 한약 처방효과가 훨씬 좋게 나타난다”며, 한약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 의욕을 강조했다.

최근 류 교수는 잠시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연구한 의공학 이론과 전통 한의학의 진일보한 발전을 위해 새로운 개념의 ‘의학이론’을 정립 중이다. 또 단편소설도 쓰고 있다. ‘복받은 천하의 불효자식’이 제목이다. 천하의 ‘불효’ 자식이 어떻게 복을 받는다는 말인가. 절대 불가능한 언어 표현법이다. 그러나 소설에서는 가능하다. 각박하고 인간미 없는 한 인간이 훗날 참사랑을 깨닫고 개과천선한다는 내용이란다.

그는 또 다시 모스크바 국립공과대학교로 가야만 한다. 그곳 정교수이기 때문이다. 세계 공과대학 중에서 미국 MIT대학과 쌍벽을 이루는 이 대학은 현직 교수만도 1,860명에 이른다. 1,600명은 전임강사와 부교수다. 260명만 정교수다.

정교수에 등용하기까지의 학위 논문 심사는 ‘산넘어 산’이란다. 1차 심사 때는 15명이 심사위원이 심사를 한다. 이중 3명의 위원은 반대심사위원이다. 이들은 논문의 부적합성 및 결격성만을 끄집어 내는 것이 임무다. 여기서 힘들게 통과하면 제2차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2차 심사는 1차 심사에서 통과된 논문 100부를 복사, 관련 연구기관과 대학에 송부해 현직 연구자들로부터 엄정한 심사를 거치도록 한다.

여기서 통과되면 최종 심사와 맞닿게 된다. 18명의 심사위원이 심사를 한다. 이중 3명은 또 다시 반대심사위원의 역할에 나선다. 1, 2차 보다 훨씬 까다로울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그 힘들다는 제3차의 관문을 통과했다. 당시의 상황을 말하며 웃음짓는 류 교수. “심사 후 반대 심사위원장이 심사평을 하는데, ‘이 논문은 과학 논문으로서의 완벽함에 따라 결격사유를 찾아낼 수 없었다’라고 밝힐 때 정말 하늘을 나는 기분을 느꼈다”는 류 교수.

그는 “현재 러시아에서도 한의학 열풍이 불고 있다. 웬만한 의과대학 교수들은 침구학 탐문에 대단한 열의를 갖고 있다. 각 종합병원 마다 침구과가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다만 이들이 한의학을 배우는 곳이 대부분 중국”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류 교수는 건강만 괜찮다면 꼭 개업을 할 것이란다. 1000원어치 진료했는데 1만원을 내면 1만원을 받을 것이요, 100만원 내면 100만원을 받을 것이란다. 또한 1000원도 못내면 안 받을 것이며, 갈 곳없는 사람들은 기숙도 시켜 주는 등 아픈 사람 마음대로 편히 찾을 수 있는 한의원을 운영하며 여생을 마치고 싶단다



학문탐구 방법 깊고 넓게해야

그러면서 류 교수는 후학들에 대한 학문탐구의 방법에 있어 자유로운 사고의 나래를 펼 것을 강조했다. “고유 처방에만 너무 의존말라. 선대의 처방에 따라 각 적응증에 맞춘 처방과 가감도 좋지만 거기서 벗어나 볼 필요도 있다”는 류 교수.

류 교수는 자유로운 생각만이 학문 연구의 폭을 광범위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갑(甲)에다 위로 곧게 선을 쭉 그으면 신(申)이 된다. 거기서 위·아래로 좌우의 선을 그으면 차(車)가 된다. 이처럼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사고의식만이 새로운 학문을 창조할 수 있으며, 스스로 만들어 놓은 연구 한계의 틀을 깨고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그의 주문이 오늘을 사는 후학들에게 긍정적 방향으로 받아들여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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