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국내에서 ‘플로차트 정형외과 한약’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는 토미자와 히데아키 일본 정형외과 전문의가 20일 노보텔 앰배서더 서울 동대문호텔에서 개최된 ‘제71회 대한한방내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정형외과에서 활용하는 한약엑스제’를 주제로 강연을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일본에서 한약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정형외과 전문의로 자신을 소개한 토미자와 의사는 “현재 연간 200건의 수술, 한 주에 180여 명의 외래환자 진료를 진행하고 있는데, 거의 모든 증례에서 한약처방을 활용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특히 그는 “임상에서 한약을 활용하게 되면서 정형외과의로서 이전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경험을 지속해가고 있다”면서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요즘은 다른 정형외과 의사들에게도 한약을 활용할 것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진 강연 내내 다양한 정형외과 질환에 대한 한약 활용 경험을 소개한 토미자와 의사는 가장 먼저 대표적인 급성기 염증에 대한 한약인 ‘월비가출탕’과 소염진통제의 차이에 대해 언급했다.
월비가출탕, 소염진통제 대체할 좋은 대안
그에 따르면 정형외과 질환에서 염증과 통증은 치유를 위해 발생하는 것인데, 소염진통제는 이 염증 자체를 사전에 막는 역할을 한다면, 월비가출탕은 치유기전 중 하나인 염증, 그리고 이로 인한 통증이 발생한 이후의 상황에 작용해 염증의 산물인 열감·부종·통증·울혈을 제거하는데 작용한다고 것.
토미자와 의사는 “인체의 자연스러운 치유기전을 유지하며 증상을 개선하는 월비가출탕이야말로 소염진통제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이라고 강조하며, 월비가출탕을 △화상 △초기 대상포진 △하퇴부 연조직염 △헤버딘결절의 급성악화 상황 등에서 활용한 치료사례를 공유했다.
또한 그는 외상 급성기나 주술기 상황에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증상에 대한 한약처방도 소개했다.
토미자와 의사는 “염증으로 인한 열감·수포·통증 등에는 ‘월비가출탕’을, 피하출혈·혈종의 상황에는 대표적인 활혈거어제인 ‘계지복령환’, 신경병증성 통증에는 ‘시령탕’이나 ‘오령산’ 등을 활용해 신경을 압박하는 부종을 제거하는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면서 “이러한 처방을 활용하게 되면 수술 이후 부종의 감소 속도가 한약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확연히 빠르다고 느낀다”고 밝혔다.
치타박일방의 골절에 대한 탁월한 효과 ‘강조’
이와 함께 냉증에 주로 활용되는 ‘부자’를 함유한 한약처방의 활용과 관련해선 주로 강직과 구축을 동반한 관절·근육 질환에 부자를 함유한 ‘계지가출부탕’을 활용한다고 밝히며, 손목골절 수술 후 발생한 구축으로 5개월 간 전혀 움직일 수 없었던 증례에 계지가출부탕을 활용하자 곧 평소처럼 움직일 수 있게 된 극적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토미자와 의사는 연조직과 골조직의 손상 상황을 나누어 조직 손상 시 전통 한의학의 ‘어혈’ 개념을 떠올려야 함을 강조하면서, 연조직 손상 시에는 ‘계지복령환’을, 골조직 손상 시에는 ‘치타박일방’이 좋은 효과를 낸다는 것을 실제 임상 현장에서 경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교통사고 흉부타박으로 인한 늑골다발골절, 내과적 문제로 수술을 할 수 없었던 쇄골골절이나 슬개골골절 사례 등에 치타박일방을 활용, 성공적인 치료성과를 거뒀던 증례도 함께 소개하며 치타박일방의 골절에 대한 탁월한 효과를 강조키도 했다.
이밖에도 노화로 인한 근위축을 동반한 보행장애 사례에는 ‘팔미지황환’을, 동맥경화를 동반하여 혈류저하를 동반한 경우에는 ‘소경활혈탕’을 다른 처방과 함께 활용해 효과를 증진할 수 있다는 진료의 노하우도 공유했다.
토미자와 의사의 발표 이후에는 일본의 한약 활용에 대한 현황을 궁금해 하는 다양한 질의가 이어졌다.
근골격계 치료에 한약 치료 활성화돼야
특히 “발표를 보면 비교적 한약을 장기간 활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간이나 신장 기능에 대한 우려는 없는가?”라는 질문에 토미자와 의사는 “오히려 한약을 활용하며 간수치가 좋아지는 경우가 더 많았다”면서 “정형외과에서 많이 사용하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NSAIDs)가 오히려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을 경험해 왔을 뿐, 한약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빠른 회복을 위해서라면 NSAIDs를 오히려 피해야 한다”면서 “이는 NSAIDs가 오히려 치유반응을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를 준비한 권승원 대한한방내과학회 학술이사는 “토미자와 의사의 책을 한국에 번역해 소개한 당사자로서 오늘 강연에 많은 한의사 회원들이 관심을 갖고 호응을 보내줘 감사드린다”며 “이번 강연을 계기로 일선 한의임상에서 가장 자주 만나는 환자군인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한약치료가 보다 활성화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