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신문] 수년째 들판에서 제주마의 삶을 내밀하게 카메라에 담아온 김수오 원장(제주 늘푸른경희한의원)이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제주돌문화공원 내 갤러리 누보에서 ‘가닿음으로’를 주제로 개인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제주마를 주제로 한 김수오 원장의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회에서는 제주마의 사계절과 생로병사의 서사를 담은 작품 35점을 공개, 작가 특유의 섬세함과 서정성을 선보였다는 평을 얻었다.
제주도에서 한의사이자 사진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김수오 원장은 낮에는 환자를 진료하고, 밤이 되면 카메라를 들고 제주의 오름과 들판을 다니며 방목된 제주마를 담아왔다. 특히 제주 오름을 담은 그의 작품 ‘신들의 땅’을 비롯한 여러 작품들은 제주의 자연과 평화를 위한 다수의 단체전에 공개돼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 원장에 따르면 말들은 그에게 단순한 피사체가 아닌 삶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는 경이로운 존재로, 제주마의 터전이 되어주는 제주 산야가 야생성을 잃어 가는 모습이 안타까워 카메라 가방을 메고 들판으로 나서게 된 것.
김 원장은 제주 산야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더는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깊은 밤 중산간 들판에서 제주마 곁에 앉아 그들의 시간들을 켜켜이 모았다.
특히 이번에 전시된 사진들은 제주마들의 사계절과 생로병사를 고스란히 담은 것으로, 들판에서 새 생명을 위한 짝짓기와 잉태, 분만의 순간부터 들판에서 서서히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까지 담아냈다.
김 원장은 “들판에서 태어나 비바람과 눈보라를 온몸으로 견디다 들판에서 생을 마감하는 제주마의 삶은 어린 시절 보았던 제주사람들의 삶을 떠올린다”면서 “사진 속 제주마는 척박한 제주섬에서 강인하게 삶을 일궈온 제주 민초들을 상징하는 것으로, 내게 곁을 내준 제주마들의 사계절과 생로병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어미젖을 먹으며 한창 뛰어놀던 어린 망아지가 하룻밤 새 앓다가 죽어 까마귀와 들개를 거쳐 흙으로 돌아가는 모습과 한겨울 눈 속에 파묻혀 생을 다하는 늙은 말의 모습은 우리의 삶과 다를 바 없다”고 표현했다.
2일 열린 오프닝에는 △작가와의 대화 △특별 공연(문지윤 첼리스트, 최창남 목사, 동백작은학교)이 진행됐으며, 오는 10일에는 고광민 제주생활사 연구자를 초청해 ‘산, 오름, 그리고 소와 말’을 주제로 특강도 가질 예정이다.
이번 전시회에 대해 소설가 현기영은 “밤의 어둠 속에서도 그는 달빛과 별빛을 끌어모아 촬영한 것으로, 그의 사진들은 저마다 ‘생왕쇠멸(生旺衰滅)’이라는 자연순환의 절실한 내러티브를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는 말을 기록하지 않고, 말을 그린 것으로, 밤 깊도록 말과 교감하며 나온 사진들은 단순한 재현이 아닌 심미적 표현물”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 원장은 아울러 “제주다움을 간직하며 제주마의 터전이 되어주던 제주 산야가 각종 난개발로 사라져갔고, 그 본래의 모습을 잃고 있다”면서 “그대로가 아름다운 제주섬의 자연환경이 더는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카메라 가방을 메고 들판으로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오는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사진전은 제주돌문화공원 제2코스 입구(돌박물관 출구)에서 관람(오전 9시30분부터~오후 5시30분, 매주 월요일 휴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