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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2일 (목)

“팀닥터 프로그램부터 침 치료의 세계화까지”

“팀닥터 프로그램부터 침 치료의 세계화까지”

40년을 이어온 대한스포츠한의학회, 새로운 길을 열다
“자연친화적이고 도핑 우려 없는 건강관리, 스포츠 한의학”

[한의신문] 지난 40년간 대한스포츠한의학회는 한의학과 스포츠를 결합해 새로운 길을 열어왔다. 그 중심에는 이민영 명예회장이 있었다. 한의사이자 세계복싱협회(WBA) 국제 심판으로 독보적인 족적을 남긴 그는 대한스포츠한의학회의 기반을 다지며 후배들에게 디딤돌을 놓아왔다. 본란에서는 학회의 40주년을 맞아 이민영 명예회장으로부터 그동안의 여정과 앞으로의 비전을 들었다. <편집자 주>

 

이민영 (1).jpg

 

이민영 대한스포츠한의학회 명예회장

백산한의원장

WBA 국제 심판


Q.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A. 1982년에 경희대학교를 졸업하고 한의사가 되었고, 1997년에는 세계복싱협회(WBA) 국제 심판 자격을 획득했습니다. 한의사와 국제 심판이라는 두 직업을 병행하며 지금까지 활동해왔습니다. 특히 대한스포츠한의학회의 회장을 역임하며 스포츠와 한의학을 연결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현재는 심판 활동을 줄이고 주로 감독관(슈퍼바이저)과 링닥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Q. 대한스포츠한의학회 창립 40주년 소감은?

 

A. 1984년에 창립된 스포츠한의학회는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수 치료와 경기력 향상, 그리고 도핑의 안전한 대안을 모색하며 지금까지 발전해왔죠. 학회의 초석을 닦았던 시절을 돌아보면, 당시에는 학회 세미나에 10명 정도밖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대한한의학회 산하 45개 회원학회 중에서도 메이저 학회로 자리 잡았습니다. 올해 40주년 기념 행사에서 후배들이 이룬 성과를 보며 가슴이 벅찼습니다.


Q. 학회장 역임 시 중점을 두었던 활동은?

 

A. 가장 큰 성과는 팀닥터 프로그램을 체계화한 것입니다. 학회 초창기에는 표준화된 치료 방식이 없어 이를 개선하고자 16주 과정의 팀닥터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처음 30명으로 시작한 팀닥터 프로그램은 2023년까지 1914명이 수료했고, 올해는 총 2000명 돌파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 프로그램 덕분에 한의사들이 객관적이고 통일된 치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됐습니다. 팀닥터 프로그램과 함께 봉독요법과 테이핑요법을 한의사들이 쓸 수 있도록 처음으로 학회를 통해 소개 보급했습니다.

 

또한 학술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장애인 체육대회, 마라톤 등 다양한 스포츠 행사에서 봉사를 시작한 것도 중요한 성과입니다.

 

이민영 (2).jpg

 

Q. 스포츠 한의학의 국제화를 위한 노력은?

 

A.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통해 한의학의 침 치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인정을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세계적인 스포츠 이벤트에 한의사들이 공식 팀닥터로 참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등 다양한 국제 대회에서 스포츠 한의학의 가능성을 증명했습니다. 지금도 학회는 스포츠 한의학의 국제적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Q. WBA 국제 심판 도전 시 가장 큰 장애물은?

 

A. 복싱 선수 출신이 아니었기에 심판 자격을 따는 데 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WBA 심판은 축구로 치면 월드컵 심판에 해당할 만큼 권위 있는 자격이라 도전의 벽이 높았죠. 하지만 꾸준한 준비와 영어 실력을 바탕으로 심판 자격을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까지 타이틀 매치 심판만 75회 이상 참여했으며, 이는 복싱 관련 공식 기록 기구인 BoxRec에 모두 등록돼 있습니다.


Q. 국제 심판으로 활동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A.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2003년 호주 최초의 복싱 챔피언 Anthony Mundine의 경기를 심판했던 순간입니다. 그리고 올해 9월, 호주 퍼스에서 열린 슈퍼 플라이급 타이틀 매치 심판으로 참가했을 때 Mundine을 21년 만에 다시 만난 일도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심판뿐만 아니라 WBA 메디컬 커미티 의무위원과 범아시아 의료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복서들의 부상 예방과 치료에도 기여했습니다. 특히 침 치료를 이용한 복서의 체중 감량을 돕는 연구와 복싱 경기 중 발생하는 펀치드렁크신드롬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한의학적 치료법을 제안했습니다.

 

한의사로서 복서들의 건강과 부상 방지, 경기력 향상까지 돕는 통합적인 기여를 할 수 있었던 점이 국제 심판 활동에서 가장 큰 보람으로 남아있습니다.

 

이민영 (1).PNG

 

Q. 대한스포츠한의학회와 한의학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A. 스포츠 한의학은 자연 친화적이고 도핑에 안전한 치료 방식을 제공하며 예방과 양생의 강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이 강점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 진출해 스포츠 한의학을 널리 알리고, 국제적인 신뢰를 구축해야 합니다.


Q. 개인적으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는?

 

A. 제 꿈 중 하나는 국내 선수촌 내 한방 진료실을 설치하는 것이었는데, 후배들의 열정과 헌신적인 봉사로 이뤄졌습니다. 다른 하나는 스포츠 한의학 교과서를 만들어 학부생 때부터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한의학이 단순한 치료를 넘어 예방과 건강 증진의 학문으로 널리 알려지길 바랍니다.


Q. 한의신문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린다.

 

A. 스포츠 한의학은 엘리트 선수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과 생활 체육인들에게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각 지역에서 중고등학교 스포츠팀이나 조기 축구회 등 생활 체육 동호회와 연계해 한의학 치료를 제공한다면, 국민 건강 증진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의학의 저변을 확대하고, 더 많은 이들이 스포츠 한의학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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