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 한의치료의 과학적 근거 및 새로운 접근방식 제시”

기사입력 2024.12.20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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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 뇌 기능 이상 운동장애 아닌 ‘전신 시스템 질환’으로 바라봐야
    한의학은 전신적 접근 바탕으로 항상성 회복 원리 ‘장점’
    ‘ISAK 2024’, 최우수 포스터상 수상
    오주영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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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주영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 연구교수

     

    <편집자주> 대한침구의학회경락경혈학회대한한의영상학회가 공동 주최한 ‘2024 2회 침의 날 국제학술대회(ISAK 2024)’가 지난달 개최된 가운데 우수 연구 포스터 시상식에서 ‘Central role of hypothalamic circuits for acupuncture’s anti-parkisonian effects’라는 주제의 연구를 진행한 오주영 경희대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 연구교수가 영예의 최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했다. 본란에서는 오주영 연구교수에게 연구를 진행한 계기 및 연구 시 중점을 둔 부분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최우수 포스터상을 수상한 소감은?

    먼저 침의 날을 맞아 개최된 국제학술대회인 ‘ISAK 2024’에서 많은 국내외 연구자분들께 연구를 소개드릴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갖게 돼 감사하는 마음이다. 이렇게 좋은 상까지 받게 돼 영광이며, 아직 부족하지만 더욱 정진하라는 의미에서 주시는 상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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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이번 연구에 대해 소개한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파킨슨병 동물모델에서 양릉천(GB34) 침 자극이 운동 기능 및 기억 회복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새로운 신경회로 기전을 규명했다. 양릉천 침 자극은 파킨슨병과 유사한 운동 기능 및 기억 저하 증상을 동시에 회복하는데 효과적이었으며, 신경전도를 통해 외측 시상하부(LH)와 불확정영역(ZI)의 멜라닌 농축 호르몬(MCH) 분비 신경세포를 직접 활성화했다.

     

    침 자극으로 인해 증가한 MCHLH/ZI신경 활성은 최소 두 가지 주요 군집, 즉 각각 흑질 치밀부(SNpc)와 해마(HPC)로 축삭을 뻗어 신호를 전달함을 보여줬다. 침 효과에 관여하는 이 두 MCH 신경회로는 실제 해부학적 및 전기생리학적으로도 구분되는 것을 확인했다.

     

    그 가운데 흑색 치밀부로 뻗는 MCH(MCHLH/ZISNpc) 신경세포는 MCH 수용체(MCHR1)에 결합해 도파민 신경세포를 보호하여 파킨슨병 유사 운동 증상이 회복됐으며, 해마로 뻗는 MCH(MCHLHHPC) 신경세포는 시냅스 가소성을 증진시켜 기억력을 회복시켰다.

     

    또한 침에 의한 운동 및 비운동 개선 효과는 침 치료 대신 화학유전학적으로 MCH 신경세포를 활성화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재현됐으며, MCH 신경의 특정 투사 경로를 선택적으로 조절한 결과 침 치료에 의한 도파민 신경세포의 퇴행, 반응성 별아교세포, glutamatergic 시냅스 가소성 등과 관련된 병리적 변화를 신경회로 특이적으로 회복시킨다는 것을 규명했다.

     

    Q. 이번 연구를 진행한 계기는?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에 대한 침 치료 효과에서 시상하부 MCH 뉴런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우리 연구실에서 10년 동안 연구해온 주제다. 중추신경의 한 부분인 시상하부는 인체 내 항상성 조절 핵심 부위로, 여러 경로로 들어오는 정보를 받아들여 대뇌피질에 영향을 주고 다시 시상하부에 영향을 미쳐 내분비, 자율신경, 신경화학물질 및 인체 항상성 유지 기능을 조절한다. 파킨슨병 연구에서는 주 타깃 부위인 도파민 신경 분포 부위와 도파민 수용체 작용 경로 관점에서 주목받지 못했으나, 최근 환자의 시상하부에 뇌심부자극술을 통해 뇌 기능의 일부 회복이 보고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우리 연구실의 이전 연구 결과에서는 파킨슨병 동물모델에서 침 치료 후 Microarray를 이용한 시상하부 유전자들의 발현 분석을 통해 MCH가 특징적으로 많이 발현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systemic하게 MCH 수용체를 막았을 때 침의 효과가 사라진다는 것을 확인해 MCH뉴런이 침 치료 효과에 관여함을 알 수 있었다.

     

    MCH뉴런은 시상하부에서 특이적으로 분비하는 신경펩타이드 중 하나로, 해당 영역에서 가장 많이 발현되는 뉴런 집단 중 하나이며, 뇌 전체 여러 부위로 투사하고 있는 특징을 갖고 있다. 따라서 여러 뇌 영역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전신의 기능 조절에 관여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가장 잘 알려져 있는 MCH의 기능으로는 수면, 음식의 섭취, 보상 등이 있다. 기존에 잘 알려져 있는 MCH와 파킨슨병과의 관련성은 환자에게서 MCH가 감소돼 있는 것만 보고되어 있고, 파킨슨병 상태에서 MCH의 구체적인 역할, 혹은 치료에의 적용 가능성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에서 침 치료가 운동 증상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운동 증상을 개선하는 데 있어 시상하부 MCH의 역할을 규명하고, 특히 MCH가 투사하는 뇌 영역에 따라 그 조절 기능이 달라지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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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연구에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한의 임상에서 오랜 기간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침 치료가 활용돼 왔으며, 침 치료의 신경보호 효과 경로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이뤄져 왔지만, 인과관계 및 신경 경로에 대한 구체적인 기전은 잘 밝혀지지 않았다. 이번 연구에서는 침 치료가 파킨슨병의 증상 개선에 미치는 영향을 뇌신경 회로를 중심으로 설명하기 위해 시상하부 MCH 뉴런과 그 투사 경로에 주목했다. 이를 통해 침 치료의 신경생물학적 기전을 규명하는 데 중점을 뒀으며, 이는 파킨슨병 치료에 대한 한의치료의 과학적 근거 및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

     

    Q. 향후 연구 계획은?

    파킨슨병은 일반적으로 운동기능장애를 유발하는 질환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운동장애가 나타나기 훨씬 이전부터 인지기능 저하를 포함해 변비, 후각 인상, 우울과 불안, 자율신경 이상 등 다양한 비운동 증상이 나타나 환자의 삶을 저하시킨다. 따라서 파킨슨병은 단순히 뇌 기능 이상에 의한 운동 장애 질환이 아니라 전신 시스템 질환으로 바라보고 환자를 관리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뇌만을 타깃으로 하는 치료는 효율적으로 파킨슨병을 관리치료하고 예방하는데 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만큼 파킨슨병을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적절한 치료법 개발이 필수적이다. 한의학은 전신적 접근을 바탕으로 항상성을 회복하고 신체정신적 평형을 이루게 하는 원리가 기반이므로 다양한 증상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정점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침 치료의 장점에 기반해 실제로 파킨슨병 모델에서 경혈 자극이 다양한 기능을 조절하는 것이 실재한다는 것을 규명하고, 앞으로도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한의학의 과학적 기전 연구를 이어 갈 계획이다.

     

    Q. 이외에 하고 싶은 말은?

    지난날을 돌아보면 옆에서 힘이 되어 주고 격려해 주신 분들께 감사할 일들만 가득한 것 같다. 특히 이번 ‘ISAK 2024’에서 소개드린 연구는 박사학위 주제로 시작해 올해 출판이 되기까지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을 정도로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연구를 계속할 수 있도록 항상 아낌없이 열렬히 지도해주시는 박히준 교수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또한 연구를 함께해 온 남민호 박사님과 이효원 선생님, 그리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의지가 되어주는 연구실 동료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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