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립보완대체의학센터’ 존재…우리나라는 환자 몫”
유화승 회장 “한의계 의견 반영·인력 활용, 적극 이뤄져야 할 것
[한의신문=강현구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암환자들이 현혹되기 쉬운 ‘보완대체요법’을 제도권으로 편입해 국가가 관리하게 하는 ‘암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10일 밝혔다.
현행법은 국가가 암의 예방·진료·연구 및 치료 후 사후관리 등에 관한 정책을 종합적으로 수립·시행함으로써 암으로 인한 개인적 고통과 피해 및 사회적 부담을 줄이도록 했다.
하지만 암환자가 현대의학으로 암을 치료할 수 없는 경우 보완대체요법을 활용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적절한 관리를 하지 못해 암환자에게 피해가 발생, 이에 대한 국가적 관리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오고 있다.
보완대체요법이란 현대의학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모든 의료 및 이와 동반된 이론, 신념, 진료 및 치료 행위, 제품 등 모든 치유 자원으로, 표준화된 치료 이외 식이요법, 민간요법, 약초요법 등이 있다.
지난 2020년 미국에서 한 암환자가 개 구충제 ‘펜벤다졸(Fenbendazole)’을 복용하고 암이 완치됐다는 사례가 알려지면서, 당시 폐암 투병 중이던 개그맨 故 김철민 씨는 주변의 권유로 펜벤다졸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후 암이 더 커지는 등 부작용이 발생해 복용을 중단했고, 결국 건강이 점점 악화돼 2021년 세상을 떠났다.
故 김철민 씨는 자신의 SNS 영상을 통해 “선인장 가루로 만든 액, 대나무 죽순으로 만든 식초 등을 먹으면 폐암이 사라진다면서 무료로 줄 테니 복용해보라는 제안도 받았다”며 “암환자들이 이상한 제품에 현혹되기 쉽고, 그걸 구분하지 못하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상담해주고, 몸의 변화를 매일 점검해 줄 수 있는 의사가 있으면 좋겠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앞서 신 의원은 지난 2020년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故 김철민 씨의 사례를 통해 보완대체요법의 국가 관리 필요성을 제기했으며, 당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많은 국민들이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권 내에서 연구하고, 결과를 다시 활용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공감한 바 있다.
또한 2017년 대한암학회 심포지엄에서 이상철 순천향대병원 교수가 발표한 ‘보완대체요법에 대한 의료인과 환자의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조사 대상자 중 37%가 보완대체요법을 경험했으며, 보완대체요법에 대해 의료진과 상담해 본 적이 있는 응답자는 26%에 불과했다.
이에 신현영 의원은 이번 개정안을 통해 보완대체요법 관련 정보 수집, 활용에 대한 교육 및 상담 등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보완대체요법의 실태를 파악해 국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개정안을 살펴보면 국가가 5년마다 세워야 하는 ‘암관리종합계획’에서 보완대체요법에 관한 사항도 다루도록 했으며, 보건복지부 장관은 보완대체요법에 관한 각종 정보를 생산·수집 및 관리하도록 하고, 보완대체요법 활용에 대한 상담·교육 사업도 실시하도록 했다.
신 의원은 “미국은 미국국립보건원 산하에 ‘국립보완대체의학센터(NCCAM, 현재 ‘보완통합건강연구소(NCCIH)’로 개칭)’를 두고, 보완대체의학에 대한 암 연구를 중점적으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보완대체요법에 대한 판단·부작용 관리까지 모두 오롯이 환자들의 몫”라고 지적했다.
신 의원은 “암환자들은 암의 고통 속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표준치료 외에도 여러 치료법을 고민하게 되는데 국가에서 이를 조사·연구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사이비 의료를 구분해 환자들이 잘못된 치료법으로 환자 건강이 악화되는 일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개정안에 대해 유화승 대한암한의학회장은 “이미 미국에서는 국립암연구소(NCI)를 중심으로 암 보완대체요법을 평가해 근거중심적 통합암치료 분야를 발전시켜 오고 있다”며 “늦었지만 국내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나오는 것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 회장은 또 “다만 이 분야의 전문가인 한의계의 의견 반영 및 인력 활용이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