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초록만 보고 의견 내는 것 부적절...'연구 윤리 위반'
학술지 논문 탈락, 학회지 방향이나 심사자 특성 따라 흔히 있는 일
동국대 김동일 교수, 개인적 의견일지라도 여과 없이 언론 노출은 문제 있어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 생물통계센터(The University of Manchester · Centre for Biostatistics) 소속 생물통계학자인 잭 윌킨슨(Jack Wilkinson) 박사가 지난 4일 자신의 트위터에 한방 난임치료 관련 논문 심사를 거부했다는 의견을 올리자 양의계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한의약을 폄하하는데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윌킨슨 박사의 이번 행태를 두고 연구 윤리를 위반한 것으로 논문 심사자로서 부적절한 행동이었다는 비판과 함께 그동안 한의약과 한방 난임치료를 악의적으로 비난해왔던 국내 의료단체나 관련 기관으로부터 정보를 제공받았거나 상호 의견을 공유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사고 있다.
윌킨슨 박사의 트윗을 이용해 양의계가 이른바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사실과 다르게 오해될 소지가 커지자 10일 해당 논문 저자인 동국대학교 김동일 교수가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나섰다.
먼저 김 교수는 투고된 리뷰 거절과 심사 탈락이 연구의 부실함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했다.
김 교수는 “연구와 관련된 논문 투고는 국내 학술지와 국제 학술지에 게재하게 되는데 이미 연구계획서를 정리한 논문을 ‘Medicine’지에 투고한 바 있으며 연구 결과를 정리해 재투고했으나 결과적으로 심사에서 탈락했다. 리뷰를 거절한 심사자는 논문 전체를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고 논문 탈락은 학회지의 방향이나 심사자의 특성에 따라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며 “개정 후 재투고 혹은 개정 후 타학회지 투고를 반복할 수 있다. 투고된 리뷰 거절과 심사 탈락은 연구의 부실함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투고 논문의 게재 탈락 이유에 대해 김 교수는 “이미 기자회견 등을 통해 밝힌 바와 같이 제 연구의 디자인이 ‘무작위배정의 대조군’ 연구가 아니고 난임 연구 특성상 치료 후 임신 결과를 보는 ‘전후비교 연구’인 점, 그리고 연구자의 의지와 무관하게 설정된 연령 기준별 대상자 선정기준 등에 대한 이견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또한 심사자들의 한의학 혹은 주류 의학이 아닌 대체보완의학에 대한 시각을 서양 주류의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것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김 교수는 현재 논문 수정 후 타 학술지에 투고를 했고 심사 중으로 그 결과에 따라 후속적인 연구 혹은 일상적인 논문 투고 작업과 같이 개정 후 재투고 혹은 개정 후 타학회지 투고를 할 계획이다.
다만 김 교수는 “투고 논문의 심사를 거절한 윌킨슨은 심사거절로 인해 ‘논문 초록’만을 보고 논문 전체를 보지 않고 연구 내용과 결과를 판단했을 가능성이 많다. 그런 상태에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가 ‘나의 의견도 이미 한방난임 연구에 대한 비판의견을 밝힌 다른 사람들의 의견(바른의료연구소, 대한산부인과학회, 과학중심의학연구원 등)과 유사하다. 이번 연구는 한약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했다’라는 메일 인터뷰 언급을 보면 이 심사자는 국내 의료단체들 혹은 그와 연계된 기관들의 정보를 제공받거나 혹은 상호 의견을 공유가 있었던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며 “설령 이러한 의심과 무관하고 심사를 거부한 그의 개인적 의견이라 하더라도 그는 심사자의 연구 윤리를 위반한 것이며 이를 여과 없이 언론에 노출시키는 것 역시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교수는 해당 학술지 에디터(편집자)에게도 이번 일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힌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한약(온경탕과 배란착상방) 투여 및 침구치료의 난임치료 효과규명을 위한 임상연구’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정책과제로 지난 2015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4년간 진행됐다.
3개 한방병원(동국대, 경희대, 원광대)에서 IRB심의와 승인을 받고 만 20세~44세 여성 중 난임전문치료기관(의과)에서 ‘원인불명 난임’으로 진단 받은 여성 100명을 대상으로 한의 단독치료를 한 이번 임상연구 결과 임상적 임신율은 14.44%(13명), 착상률 14.44%, 임신유지율 7.78%(7명), 생아출산율 7.78%의 성과를 거뒀다.
다만 치료를 마쳤어도 그 효과가 몇 개월 간 지속됨에도 불구하고 연구 후 2개월 이내 임신 및 출산에 성공한 3명은 결과에서 제외시켰다.
임신율 14.44%는 2016년 ‘난임부부 지원사업’의 임신확진 결과인 인공수정 13.9%, 체외수정 29.6%에 비춰보면 의과의 인공수정과 한의약 난임치료의 유효성은 유사하거나 그 이상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