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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의 약침에 한 치의 의심도 없게 만드는 것이 목표”[편집자주] 최근 메디스트림한의원 퇴계원 원외탕전실이 보건복지부 원외탕전실 인증(약침조제)을 받았다. 본란에서는 이번 인증과정을 총괄한 이두석 연구소장으로부터 중국의 중약 주사제 사례부터 시작된 약침의 미래 비전과 약침 브랜드 ‘아큐렉스(ACUREX)’에 담긴 철학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이번 인증이 갖는 개인적·사업적 의미는? “2023년부터 계획했던 약침 원외탕전 프로젝트가 드디어 큰 마일스톤을 달성했다. 개인적으로는 집중할 수 있는 연구개발 환경을 만들고 싶었고, 사업적으로는 한의계에 더 우수한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168개에 달하는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며 ‘인증서’를 손에 쥐게 되어 기쁘다. 무엇보다 평가인증을 준비해 온 팀원들의 노고가 보상받은 것 같아 뜻깊다.” Q. 약침 개발에 매진하게 된 계기는? “십수년 전 중국 출장에서 보았던 ‘중약 주사제(TCM injection)’의 현장이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당시 한국은 경구제 위주의 개발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당시 중국은 이미 임상 현장에서 다양한 질환에 주사제를 활용하고 있었다. 특히 최근 JAMA 자매지에 패혈증 치료 효과를 발표한 ‘혈색통(Xuebijing) 주사제’와 같은 성과를 보며, 약침이 한의계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유럽에서 개발된 은행엽이나 미슬토 추출물이 주사제로 허가받아 전 세계적으로 치매나 항암 치료제로 쓰이듯, 약침도 통증을 넘어 내과 질환과 피부 미용까지 응용 범위가 확장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Q. 메디스트림의 약침 브랜드 ‘ACUREX’는 어떤 철학을 담고 있나? “아큐렉스(ACUREX)는 단순히 조제된 약을 넘어, 우리가 추구하는 ‘재현 가능한 치료 효과’와 ‘표준화 된 조제 과정에 대한 신뢰’를 상징하는 브랜드다. 아큐렉스는 적합한 원료의 선정부터 공정 관리 및 성분 프로파일 도입까지 품질 일관성을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했다. 임상 현장의 한의사 회원들이 환자에게 주입하는 한 방울의 약침에 한 치의 의심도 없게 만드는 것, 그것이 아큐렉스가 지향하고 있는 브랜드의 본질이다.” Q. 제약회사 수준의 설비가 눈에 띈다. “약침은 전문 역량과 설비가 필수적인 분야다. 목표를 세운 뒤 유수의 제약 공장을 방문하며 주사제 공정 지식을 쌓았다. 특히 33년간 제약사에서 근무하며 GMP 공장장을 역임한 정현수 상무님을 모실 수 있었던 것은 행운이었다. 제약 전문가의 눈높이에서 만족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춰야 일반인과 전문 인력 모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설비 구축 과정에서 예산을 계속 추가하며 고가의 최첨단 기기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 Q. 인증 준비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사무실 장들을 가득 채운 서류들이다. 15종의 제품표준서부터 130종의 SOP(표준작업지침서), 198종의 각종 서식까지, 제약 공장의 GMP 규정을 원외탕전 조제에 그대로 이식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성실하게 기록하고 꼼꼼하게 관리한 결과, 지난해 12월18일 공식적으로 8번째 인증 약침 원외탕전실이 됐다. 최근 투자사 실사에서도 최신 설비와 연구 역량을 본 투자자들이 기존의 고전적인 한약 조제 이미지를 깨고 만족해하는 모습에서 큰 자부심을 느꼈다.” Q. 퇴계원 원외탕전실에서 조제되는 약침의 품질 경쟁력은? “적합한 원료의 사용은 기본이며, 공기·용수·청정도 관리와 함께 무균·발열성 물질·불용성 이물 등 주사제의 3대 요건을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다. 또한 추출약침의 경우, 정량 가능한 지표성분 설정과 성분 프로파일 도입을 통해 재현성 있는 품질을 제공하고 있다. 더불어 원외탕전실 최초로 도입된 자동이물검사기는 육안으로 확인하기 힘든 40μm의 미세 입자까지 잡아낸다. 마지막으로 열정 있는 팀원들이 모여 ‘신뢰할 수 있는 약침’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조만간 원외탕전실 투어 프로그램을 준비해 조제 현장을 직접 한의사 회원들에게 보여드릴 계획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듯,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큰 신뢰를 줄 것이라 믿는다. 메디스트림은 약침이 임상에서 더 넓게 활용될 수 있도록 연구개발과 인프라 투자를 지속할 것이며, 글로벌 표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준비해 나가겠다.” -
"노인·피부질환에 대한 통찰과 경험을 나누다 "[한의신문] 대한동의방약학회는 지난달 25일 명동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노인 환자 및 피부 질환’을 주제로 정기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총 4개의 세션으로 진행, 오전에는 ‘고령자 노쇠 및 다약제 사용(경희대학교 권승원 교수)’에 대해, 오후에는 ‘습진성 질환의 새로운 분류기준에 따른 진단과 치료- 지루성 피부염과 아토피를 중심으로(바른샘한의원 구재돈 원장)’, ‘아토피 피부염의 보약 치료(대한동의방약학회 이원행 회장)’, ‘온병 및 피부질환의 이해(대한동의방약학회 최인석 학술이사)’를 주제로 강의가 진행됐다. 임상의 대가들에게 전수받는 인사이트 나는 한약을 좋아하고, 잘 쓰고 싶은 마음이 크다. 공부는 열심히 해왔지만, 배운 내용의 대부분이 텍스트에 머물러 있다 보니 실제 임상과 맞닿는 지점에서 어딘가 연결 고리가 빠진 듯한 찜찜함을 자주 느꼈다. 그러던 중 학회의 학생 강의를 수강하며, 오랜 시간 임상을 이어오신 학회 원장님들의 통찰이 담긴 강의를 통해 이해되지 않던 부분들이 한 번에 이어지는 경험을 했다. 그만큼 임상 현장에서의 사투와 깊은 고민 끝에 건네는 한마디 한마디는 값지고도 무겁다. 이번에는 학생회 스태프로서 정기 학술대회를 참관할 기회를 얻었다. 정말 감사한 마음과 오늘은 어떤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될지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강의실 뒤편에 앉았다. 노쇠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첫 강의는 권승원 경희대 한방병원 교수님이 진행하셨다. 교수님께서는 노쇠를 정의하시며, 연령 그 자체보다 ‘얼마나 노쇠한가’에 따라 병리 전개와 예후가 달라진다는 관점을 제시하셨다. 일반적으로 노쇠한 환자에게 중강도 운동이나 충분한 영양 섭취 같은 생활요법이 제안되지만, 임상에서 마주하는 많은 환자들은 이를 실천하기 어려운 상태에 놓여 노쇠의 악순환에 빠져 있으며, 이를 끊어내는 개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핵심 메시지로 강조하셨다. 교수님께서는 악순환을 끊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는 세 가지 처방을 제시하시고, 원문을 바탕으로 현대 의학의 신체적·정신적·사회적 노쇠 영역과의 연결을 매칭해 설명해 주셨으며, 관련 임상 연구로 적용 근거를 구체화해 주셨다. 인상 깊었던 예시로 COPD 환자의 악순환이 제시됐다. COPD 환자는 기저 염증이 높아 소화 기능 저하와 만성 소모로 저영양 상태가 되기 쉽고, 이는 염증 대응 능력을 떨어뜨려 염증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만든다. 교수님께서는 보중익기탕이 영양 부족과 면역 저하가 동반된 환자군에 활용되는 처방임을 근거로, COPD 환자에서 보중익기탕이 전신 염증 지표와 영양 지표를 함께 개선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는 임상 연구 결과를 제시하셨다. 나는 할머니께 약을 지어드리며 함께 복용 중인 약물을 모니터링하는데, 많은 약물의 상호작용과 부작용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 의문이 들곤 했다. 교수님께서는 다빈도 약제의 주요 리스크와 처방 연쇄(prescribing cascade) 사례를 소개해 주시며, 그에 대한 대응 방법을 구체화해 주셨다. 약물 중지가 필요해 보일 때에는 평가 기준에 따라 신중히 검토하며 처방한 의사와의 커뮤니케이션과 약물 조정 후 경과 관찰을 강조하셨다. 또한 필요한 약임에도 용량을 지나치게 줄여 underuse(과소 사용) 상태가 되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이러한 현실에 대한 해결책으로, 다약제 처방 환자에서 약의 가지 수를 줄이기 위해 팔미지황환 같은 처방으로 한의약이 다약제 문제 해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주셨다. 습진의 새로운 진단과 분류, 치료 두 번째 강의는 바른샘한의원 구재돈 원장님께서 진행하셨다. 나는 평소에 피부과 공부를 하며 피부질환에는 너무 다양한 병태가 존재하고, 하나하나를 모두 감별하고 그에 따른 대응도 다양한 것 같아 매우 어려운 과목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원장님께서는 이러한 기존의 분류 체계가 가진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새로운 분류 체계를 제시해 주셨다. 이 새로운 분류 체계는 원장님의 오랜 고민과 사투 끝에 만들어진 무기이자 비법인데,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전수받을 수 있어서 너무나도 감사했다. 원장님께서는 지루성 피부염, 아토피 피부염, 화폐상 습진 각각을 분류하는 진단 요점 및 실수할 수 있는 여러 부분들에 대하여 실제 수백 장의 사진과 함께 임상 경험을 생생하게 전수해 주셨다. 원장님의 분류 체계와 케이스들을 열심히 따라가다 보니, 쉽지 않았지만 점점 감이 잡히는 느낌이었다. 이후 관리나 치료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과, 상용 처방들에 대해서 원장님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지혜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셨다. 보익제가 필요한 피부질환은 어떤 상황일까? 세 번째 강의를 진행하신 이원행 회장님께서는 많은 피부질환은 열성에 속하므로 청열약 위주로 접근하지만, 어떤 피부질환들은 청열제를 쓰면 오히려 악화되는 케이스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셨다. 보중익기탕과 당귀보혈탕의 원문을 인용하시며 이 처방들은 실제 허약한 환자의 면역계가 약화된 상황에서 발생하는 원인 불명의 발열 같은 상황에 활용할 수 있으며 이 개념이 ‘감온제열(甘溫除熱)’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실제 회장님께서 음허내열로 판단하고 피염탕을 처방하였으나 상황이 더욱 악화되었고, 환자가 기운이 극도로 허약해진 증상들을 호소하여 기허발열로 진단을 수정하여 보중익기탕 합 생맥산으로 전방하여 극적으로 호전된 케이스를 설명해 주셔서, 이론과 실제가 연결되어 해당 개념이 크게 와닿게 되었다. 온병학의 핵심 병리인식과 실제 마지막 강의는 최인석 학술이사님이 온병학의 핵심 논의들과 이를 확장한 관점들에 대하여 정리해 주셨다. 우리 학교에서는 온병학을 다루지 않아 공부하려면 따로 온병학 서적을 찾아 읽어야 했는데, 개념들이 다소 낯설었고 당시 내가 읽은 책은 외감 관점의 설명만이 이루어져 있어 처방들의 실제 활용 방식이 잘 와닿지 않는 문제점이 있었다. 최인석 이사님께서는 위기영혈 변증의 각각 매커니즘을 조소금 선생님의 관점에서 인체 내부 동태적 조절 체계의 인식으로 확장하고, 더 나아가 이를 현대의 면역 항상성과 염증 관점에서 바라본 해석을 제시해 주셨다. 이에 따라 내가 가진 기존 위기영혈 변증이 외감의 전변 과정이라는 인식에서 더 나아가 각 변증의 핵심 처방들의 관여하는 생리 및 병리축에 대한 이해가 확장되었다. 또한 이를 피부과 질환에서 응용하는 영역들을 보여 주시고 실제 사례와 함께 제공해 주셔서 해당 이론적 인식들을 어떤 식으로 실제에 응용하시는지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어갈 수 있었다. 고민들의 결실을 전해 받아, 씨앗을 키우다 역시 오랜 시간 치열한 고민과 통찰이 축적된 선배 한의사 선생님들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는 내게 지식 이상의 큰 울림으로 다가온다. 이번 학술대회를 통해 깨달은 점과 얻은 지식도 많았지만, 무엇보다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관심을 갖고 차근차근 공부해 나가야 할 주제와 관점들이 더욱 선명해지는 시간이었다. 좋은 마음으로 아낌없이 공부하고 고민해 온 소중한 결실의 열매를 나누어 주신 한의사 선배님들께, 그리고 귀한 배움의 자리를 마련해 주신 대한동의방약학회에도 감사드린다. 나 또한 오늘 마음에 새긴 배움의 씨앗에 꾸준히 물을 주고 가꾸어, 언젠가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는 한의사가 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
임상연수를 통해 경험한 한의학 세계화의 미래부산대학교 한의학과 재학생 6명(김수현, 박규태, 최동렬, 한지우, 홍성훈, 유찬섬)은 새로운 해를 맞이하는 활기가 넘치는 타이베이에서, 미래 중의학을 만들어가고 있는 대학과 의료기관에서의 2주간 임상연수를 국제한의학센터 주관으로 지도교수님(채한 교수)과 함께 진행했다. 강의실에서만 어렴풋하게 전해 들었던 중의학이 어떻게 교육되고 있는지,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중의학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몸소 체험하고, 이를 바탕으로 남은 한의학과 임상 교육에서의 마음가짐과 미래 진로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보는 시간이었다. 특히 이번 임상연수는 2주(1.18.-1.31.) 동안 타이베이를 대표하는 국립대와 사립대의 학교와 병원, 그리고 로컬 중의진소(中醫診所)까지 모두 한 번에 돌아보는 기회였는데, 부산대학교를 대표했던 특성화 실습이 없어진 빈자리를 훌륭히 메우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더욱이 대만 임상연수 일정과 연수단을 직접 만들고 현지 경험을 한국 현실과 비교해주신 지도교수님이 2주를 꼬박 함께 하셨기에, 이는 단순한 연수가 아니라 프로그램을 직접 설계한 총괄 디렉터의 해설이 곁들여진 고품격 중의학 기행이었다. 첫째 주에 연수를 진행한 세계적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장경대학교(Chang Gung University)와 장경기념병원(Chang Gung Memorial Hospital)에서는 사립대에서 전통의학의 깊이를 추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둘째 주에 연수를 진행한 국립양명교통대학교(National Yang Ming Chiao Tung University)와 타이베이 보훈종합병원(Taipei Veterans General Hospital)에서는 연구중심대학을 지향하는 국립대학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급작스레 추가되었던 마광중의진소(馬光中醫診所)는 기존의 로컬 네트워크 한의원과는 정반대의 전략 – 의료보험을 주력으로 한 성공적인 의료 모델을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다. 인본주의 철학과 실용적 임상을 지향하는 장경대학(CGU)과 장경기념병원(CGMH) 전통의 문턱을 낮춰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춰가는 중의학 부친(왕장경)의 장중첩증을 당시의 빈약한 의료 환경과 경제적 이유로 제때 수술하지 못하고 돌아가시게 했던 안타까운 경험에, 대만의 제조업 중심 산업화 모델을 확립한 성공한 기업가인 왕융칭 회장이 대학과 의료기관을 설립한 것이 장경대학교와 장경기념병원의 시작이었다. 장경대학교 중의학과(School of Traditional Chinese Medicine)는1998년, 장경기념병원 중의진료는 1996년부터 시작됐다. 설립자 왕융칭 회장은 사회에 대한‘봉사 정신’을 강조했는데, 당장의 수익성보다 의학적 가치와 공익적 가능성을 우선시하여 스포츠 재활이나 신약R&D 등 미래 지향적 영역에 과감히 투자하는 모습에서 지속가능한 한의학에 필요한 모델을 볼 수 있었다. 대만 최대 규모의 사립 의료기관인 장경기념병원에서의 실습은 중의학이 제도권 의료의 핵심 축으로 얼마나 견고하게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이곳의 교육 환경은 우리 예비 의료인들에게 임상의 본질을 일깨워주었다. 대만 연수의 첫날 일정은, 불면에 대한 강의로 시작했다. 음양으로 수면의 기전을 설명한 ‘양불입음(陽不入陰)’ 이론을 사용해서 복잡해 보이는 서양의학적 이론들을 맥진을 기반으로 침구 치료 전략으로 풀어내고 있었는데, 이는 대만 중의학이 가진 강력한 실용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특히 현대인의 고질병인 스트레스와 불안 장애에 대해서도 심리적 이완과 신체적 균형을 동시에 도모하는 정교한 임상적 접근법을 갖춘 것으로 느껴졌다. 정신적 피로감이 극에 달한 현대 사회에서 한의학이 심리·신체적 통합 치유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설명과, 신경계 조절을 통한 감정 관리까지 치료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한 오후의 약선(medicinal food) 실습은 앞으로 이어질 연수 과정 또한 새로움의 연속일 것이라는 예감을 갖게 했다. 한국에서의 약선은 그저 한정식 코스에 부수적으로 곁들여지는 구태의연한 광고 전략으로 느껴졌으나, 대만 중의학은 이미 혁신적인 방법으로 대중과 호흡을 같이하고 있었다. 특히 ‘약식동원(藥食同源)’의 현대적 재해석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중의학을 단순히 보양식이나 전통적인 기호식품, 혹은 쓴 한약의 한정된 이미지에 가두지 않고, 대중의 일상 영역으로 과감히 확장하고 있었다. 하수오를 활용해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브라우니’, 한약재를 조화롭게 가미해 젊은 층의 취향을 저격하는 ‘프리미엄 밀크티’ 등 매력적인 메뉴 개발은 중의학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원동력이고, 전통의학이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때 세대를 아우르는 건강 관리 수단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를 보며 우리 역시 너무 기존의 틀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자성의 시간도 가질 수 있었다. 임상실습 연수과정에서는, 단순한 참관을 넘어 임상 교수님의 배려로 진료실에서 직접 환자들의 맥을 짚고 뜸 치료를 시행하는 과정을 통해서 교과서에 갇혀 있던 기존의 지식들이 살아있는 임상 경험으로 치환되는 값진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진료 현장에서 만난 현지 의료진과의 교류 기회도 다양하게 가질 수 있었는데, 대만 인턴들과 소통하며 중의학의 높은 사회적 위상을 체감했으며 한의학-중의학 간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사회문화적 토대에 따른 임상 적용과정에서 국가별 독특한 차이를 비교해보면서 세계를 향한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연구중심 중의학을 지향하는 국립양명교통대(NYCU)와 타이베이 보훈종합병원(TVGH) 한약제제 엑스제를 중심으로 변화해 가는 대만의 전통의학 국립양명교통대학교와 연계된 타이베이 보훈종합병원은 국가적 차원의 연구 역량이 집중된 곳으로, 현대과학과 중의학의 정밀한 결합이 돋보였는데, 데이터와 시스템이 견인하는 미래형 중의학을 경험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수준의 대만의 학계를 선도하는 국립양명대와 첨단 반도체를 비롯한 최신 IT산업을 견인해온 교통대가 2021년 2월 합병하여 설립된 것이 국립양명교통대이며, 이 대학의 전통의학연구소(Institute of Traditional Medicine)는 1991년 다학제 의과학자 양성을 목표로 설립됐다. 흥미로웠던 사실은 전통의학연구소가 중의학 석·박사 학위과정을 모태로 하기에 높은 연구역량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으며, 2024년 설립된 중의계의 교육과정에서 첨단 IT산업과의 다학제적 접근이 구체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이었다. 또한 현지병원(TVGH) 수련 시스템에서 확인한 교육제도의 유연성도 인상 깊었는데,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인재들을 흡수하는 대만의 ‘학사후(post-bachelor)’ 과정은 중의학의 외연을 넓히고 타 학문과의 융합을 촉진하는 강력한 기반이 되고 있었다. 이를 보며, 과거 임상가 양성 위주의 6년제 틀을 깨고 ‘다학제 간 융합’을 목표로 출범했던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의 설립 비전을 타국에서 생생하게 재확인하는 듯했다. 병원 약제실 실습에서 확인한 대만 중의학은, 이미 80% 이상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농축 추출물(한약제제엑스제)’ 중심으로 재편되어 있었다. 특히 조제 유도 표시등(Light Signal)과 바코드검증을 통해 조제 오류를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은, 과거 원전 속 처방이 현대 기술과 만나 어떻게 효율적으로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임상연수 과정에서 경험한 ‘2인 의사 협업 시스템’도 특징적이었는데, 레지던트가 초진 문진을 전담하고 주치의가 최종 의사결정을 내리는 시스템은 몰려드는 보훈병원 환자들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관리하는 대만 중의학의 효율성과정확성을 모두 고려한 혁신적인 모델이라고 판단됐다. 한의학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시스템과 연구, 경영의 혁신 임상연수를 통해 경험한 한의학 세계화의 미래 이번 임상연수는 예비 연구자의 시각에서도 한의학계의 혁신이 나갈 방향성을고민하는 기회가 되었다. 대만 중의학의 경쟁력은, 전통의 가치를 고수하면서도 이를 전달하는 인프라와 시스템을 철저히 현대화한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우리 한의학계 혁신의 방향성을 다시금 되돌아봤다. 먼저, 무형의 임상 노하우를 유형의 데이터 시스템으로 규격화한 점이 놀라웠다. 장경기념병원의 뜸치료실은 특수 배기 시스템을 통해 연기와 냄새를 완벽히 통제하는 물리적 환경을 구축했고, 시술 과정은 엄격한 진료차트 시스템에 의해 표준화되어 있었을 뿐만 아니라, 중·양방 협진 시스템을 통해 고도의 데이터 연동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다양한 플랫폼을 아우르는 객관적이고 통합적인 관리가 시행되고 있었다. 이는 전통 치료법이 현대적 병원 환경에 어떻게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탁월한 사례라고 생각됐다. 다만, 지도교수님의 설명을 통해 한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된 전자 뜸 기술이 오히려 대만보다 앞서 있다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반전에 한 번 더 놀랐다. 둘째는, 임상과 연구의 즉각적인 선순환 구조다. 반도체와 AI 분야에서의 연구력이 입증된 교통대와 의학에 강점이 있는 양명대의 통합은 중의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고 자부하는 모습이 상당한 귀감이 됐다. 단순히 진단기기를 개발하는 차원을 넘어, 방대한 임상(협진) 데이터를 곧바로 연구에 연동하여 단기 및 중장기 임상연구를 상시 진행하는 체계가 흥미로웠다. 다학제적 연구를 선도하면서 우수한 연구시설을 기반으로 거침없이 과학적 근거를 창출하려는 모습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특히, 코로나 치료제 청관 1호(NRICM101)를 개발하여, 국가 시스템에 바로 활용했던 경험을 듣다 보면, 그들이 가진 저력과 시스템의 효율성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으로는 대만의 사회문화적 특징을 반영한 고도화된 의료 경영과 고객관계관리(CRM)의 정착이다. 환자 중심의 고품격 의료서비스와 표준화된 경영모델을 통해 대만전역에서 독보적인 신뢰를 구축해가는 마광의료망(馬光醫療網)의 경영 전략이 혹시 한의학의 대중적 확장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지도 교수님의 15년 지기이신 신의원(信義院) 정홍강 원장님의 각별한 배려 덕분에 대만 중심가 101 타워가 보이는 신의원(信義院)을 구석구석 살펴보게 되었고, 현장에서 직접 확인한 CRM 매니저의 세심한 환자 관리시스템과 효율성을 극대화한 예약 중심 보험 진료 프로세스는 의료 서비스의 질이 학문적 깊이 만큼이나 운영의 묘(妙)에서 완성됨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의료진과 행정팀 간의 긴밀한 협업 체계는 중의학이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세련된 전문 의료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는지 보여주는 모범 사례 같았다. 시대적 요구에 응답할 의료인으로 성장할 변곡점 이번 임상연수 프로그램에서의 배움이 한층 더 깊었던 이유는, 전 일정을 함께 하면서 연수 기관과 일정을 설계한 이유와 우리 학생들의 경험에 대한 설명을 더해 주신 전문 큐레이터, 지도교수님이 계셨다는 점이었다. 지난 수년간 ‘한의학의 세계화’를 학교의 비전으로 접해왔지만, 실천적인 방법론이나 나의 진로와 연결된 구체적 의미에 대해서는 막연함이 앞섰다. 그러나 이번 연수는 달랐다. 미국과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한의학 세계화 분야의 풍부한 실무 경험을 갖춘 채한 교수님께서는 프로그램의 설계 의도부터 현장 경험의 가치, 그리고 현실적인 한계까지 상세히 짚어주셨다. 무엇보다 이를 예비 한의사의 커리어에 어떻게 녹여내야 할지 함께 고민해 주신 시간은 실로 귀중했다. 비유하자면, 우연히 들어선 박물관에서 그 유물을 직접 발굴한 고고학자 및 문화해설사와 동행할 기회를 얻어 생생한 해설을 듣는 듯한 전율이 느껴지는 시간이었다. 아울러, 졸업 선배님(원광대학교 한상윤교수님)이 세계화 협력사업을 진행하시는 바쁘신 업무 일정 속에서도 대학 후배들에게 당신의 학교생활과 졸업 후 경험을 나누어 주신 것도 기억에 남는다. 해외 임상연수를 다녀온 것이지만, 어느새 강의실을 통째로 해외현장으로 옮겨 놓은 것만 같은 살아있는 수업을 진행해 주신 교수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교수님들께서 자비를 들여 마련해 주신 이런 특별한 수업을 경험할 수 있었던 우리는, 얼마나 운이 좋은 학생들인가. 이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는 의료인으로서의 사명감을 느끼게 해준 인생의 중대한 변곡점이었다. 이번 임상연수에서의 전환점을 후배들도 경험하기를 바라면서– 이번 경험을 토대로 나도 좋은 선배가 되어 후배들에게 한의학 세계화를 이야기하기를 소망하면서– 남은 방학 동안 진로에 대해 고민해 보려한다. 이번 임상연수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힘써 주신 한국과 대만의 교수님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
KOMSTA 제182차 라오스 의료봉사를 다녀와서 <1>제182차 WFK-KOMSTA 봉사단은 한의사 및 일반 단원, 사무국 인원을 포함한 총 19명으로 구성되어 라오스 루앙프라방 지역과 비엔티안 지역에서 의료봉사를 진행했다. 루앙프라방에서는 약 3일간의 일정 동안 1일 차 188명, 2일 차 360명, 3일 차 95명 등 총 643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봉사를 선택하게 된 이유와 마음가짐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마음가짐과 그 의미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나는 고등학교 시절 의료기관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환자 곁을 지키는 일의 가치를 처음으로 체감했다. 이 경험은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가치관을 형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봉사는 현재의 저에게 세계 시민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수행해야 할 책무로 자리 잡게 되었다. 한의과대학 진학 이전부터 관심을 가져왔던 KOMSTA 봉사단의 이념과 활동은 이러한 가치관과 맞닿아 있었으며, ODA 사업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뜻깊은 기회로 다가왔다. 그리하여 해외 의료봉사 모집 공고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지원해 왔고, 그 결과 이번 라오스 봉사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라오스로 떠나기 전에 나는 이번 봉사활동에서 환자분들과 봉사단원분들께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또 어떠한 자세로 현장에 임해야 할지를 깊이 고민하였다. 언어적 장벽이 존재하는 환경 속에서 한의학이 환자분들께 어떻게 다가가는지를 직접 보고 배우고자 하였으며, 의료진이 환자분들과 신뢰와 공감을 쌓아가는 과정을 몸소 경험하고 싶었다. 더 나아가 진료 현장뿐만 아니라 의료 시스템 전반을 경험하며,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더 나은 방향은 무엇인지 탐구하고자 하였다. 실제로 마주한 라오스의 의료 환경은 예상보다 더욱 열악했다. 연중 기온이 높은 기후적 특성으로 인해 환자분들은 대체로 체질적으로 열이 많고 피부가 얇은 경향을 보였다. 또한 조기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아 질환이 만성화된 경우가 많았으며, 약물 치료가 충분히 보급되지 않아 고혈압과 같은 질환이 적절히 관리되지 못한 환자분들도 다수 있었다. 이러한 환경은 치료 과정에서 각별한 주의를 요하는 요소로 작용하였으나, 동시에 의료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절실히 체감하게 하며 안타까움과 보람이 교차하는 이중적인 감정을 느꼈다. 언어의 한계를 넘어 마주한 진료의 순간들 예상했던 어려움 가운데에서도 가장 크게 다가온 난관은 언어적 제약이었다. 라오스는 동일한 라오스어를 사용하더라도 지역과 민족에 따라 성조와 억양, 사용되는 단어에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제한된 시간 안에 한 분이라도 더 많은 환자분들을 진료하기 위해서는 통역에만 의존하기보다 핵심적인 의사소통이 필수적이었다. 이에 한의사분들과 일반 단원분들 모두 각자의 시행착오와 경험을 공유하며 보다 효율적인 소통 방식을 모색했다. Touch-to-Touch 방식의 직관적인 진찰과 자주 사용하는 기본 어휘를 함께 익히고 공유하는 노력은 진료의 흐름을 한층 원활하게 하였으며, 점차 언어를 넘어 환자분들의 표정과 몸짓을 통해 소통하는 데 익숙해질 수 있었다. 침 치료에 두려움을 보이셨던 환자분들께서 다시 방문하여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 침 치료가 신기하다며 사진 촬영을 요청하시던 환자분, 필자가 성조를 반복해서 틀리자 웃으며 발음을 고쳐 주시던 어르신, 두 손을 모아 “컵짜이(감사합니다)”를 연신 말씀하시며 돌아가시던 환자분들의 모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우리에게는 익숙한 파스 부착 방법이나 약 복용법조차 정기적인 의료 서비스에 익숙하지 않은 라오스 주민분들께는 낯선 일이라는 사실은 의료 접근성의 격차를 실감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저희가 할 수 있었던 최선은 환자분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충분히 설명드리고 성심을 다해 진료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일회성 봉사로는 한계가 분명한 현장의 현실을 마주하며,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의료 지원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한의학이 열어준 또 하나의 시야 언어는 세상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이자 창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라오스 의료봉사 경험을 통해 나는 한의학적 치료를 바탕으로 형성된 신뢰가 언어적 장벽을 넘어 진정한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이번 경험은 단순한 선의의 실천을 넘어, 이전에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먼 나라 타인의 아픔까지 공감할 수 있는 시야를 열어주었다. 즉, 한의학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창을 얻게 된 뜻깊은 경험이었다.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주신 모든 봉사단원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한의학의 사회적 가치와 해외 의료봉사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봉사에 참여할 것을 다짐한다. -
한의약 세계화와 글로벌 통합의학오현민 국제/기획이사 (대한한의사협회) Ⅴ. 교육·임상·산업을 아우르는 실행 전제 논의 1. 교육 영역: 커리큘럼과 연수 구조 논의 교육 영역에서는 단순한 교류를 넘어, 실제 교육 프로그램과 연수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교육 대상, 교육 시간, 수료 기준, 연수 방식 등 구체적인 요소들이 테이블 위에 올랐으며, 이는 선언적 논의가 아니라 실행을 전제로 한 논의였다. 특히 전통의학을 기반으로 한 통합적 교육·연수 트랙에 대한 논의는 교육 영역에서의 협력이 단기 행사에 그치지 않고 정기적인 구조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 임상 영역: 임상 경험과 제도적 조건 논의 임상 영역에서는 전통의학의 임상 경험을 어떻게 공유하고, 제도적으로 정비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적으로 가능한 범위와 조건에 대한 의견이 교환되었다. 이 과정에서 임상 경험 공유를 가로막는 제도적 요소들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형성되었으며, 비교적 빠르게 정리 가능한 사안과 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한 사안을 구분해 접근하자는 방향이 논의되었다. 3. 산업 영역: 즉각적 실행 요청과 협회의 연결고리 역할 산업 영역에 대한 논의 역시 이번 방문에서 실행을 전제로 이루어졌다. 우즈베키스탄 제약산업개발청은 국가 차원에서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하며, 제약·바이오 산업 전반을 총괄하는 기관으로서 전통의학과 연관된 보건·바이오 분야에 대한 외국과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에는 전통의학과 연관된 보건·바이오·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 현장의 실무적 관점을 반영하기 위해 산업계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하였다. 제약 분야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장관수 이사와 의료기기 분야에서 현장 경험을 축적해 온 김종만 상무는, 제약산업개발청 관계자들과의 논의 과정에서 현지 제도 환경과 실제 산업 협력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행정·기술적 조건에 대해 산업 실무자의 관점에서 의견을 공유하였다. 이러한 논의는 개별 기업의 진출을 전제로 한 것이 아니라, 전통의학과 연관된 보건·바이오·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 전반이 안정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점검하고, 향후 협회 차원의 체계적인 연결 가능성을 검토하기 위한 실무적 의견 교환의 성격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논의를 계기로 제약산업개발청 측은 전통의학과 연관된 보건·바이오 분야의 한국 기업들이 현행 제도 범위 내에서 참여할 수 있도록 협회의 연결 역할을 요청했으며, 제약회사와 화장품 회사를 포함한 관련 분야 기업들이 진출할 경우 행정 절차와 제도적 환경 측면에서 가능한 지원을 제공할 의지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한국 측은 성급한 개별 기업 차원의 접근보다는, 협회를 중심으로 관련 정보를 정리하고 단계적으로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점을 공유했다. 이는 한의약 산업을 특정 영역으로 한정하기보다는, 한국 보건·바이오·제약 산업 전반이 우즈베키스탄의 제도적 틀 안에서 안정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환경을 함께 만들어 가자는 방향성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협회는 국제 교류와 협력의 조정자이자 연결 창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Ⅵ. 한–우즈베키스탄 공동 TF 구성 합의 이번 방문의 가장 중요한 실질적 성과는, 한–우즈베키스탄 공동 실무 TF를 구성하기로 합의한 점이다. 이 TF는 교육·임상·산업 각 영역에서 논의된 내용을 실제로 실행 단계로 옮기기 위한 실무전담체 구조다. 협회는 본 TF를 통해서 △현행 제도 범위 내에서 즉시 실행 가능한 사안의 정리 △단계적 제도 정비가 필요한 단기, 중기, 장기적 과제 구분 △교육·연수 공동협력 프로그램 구체화 △임상 경험 공유를 위한 조건 정리 △산업 협력 관련 정보 정리 등을 실무 차원에서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이번 방문이 단순한 합의나 선언이 아니라, 실행을 위한 출발점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Ⅶ. 속도와 단계의 균형 이번 논의에서 강조된 것은 속도감과 신중함의 균형이었다. 지금 당장 가능한 것들은 현행 제도 범위 내에서 빠르게, 그러나 구조적인 제도 정비가 필요한 사안들은 단계적으로 접근하자는 방향이다. 이러한 접근은 한의약 국제 교류가 지속성을 갖기 위해 필요한 현실적인 태도이기도 하다. 이번 방문은 그 균형점을 찾으려는 시도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Ⅷ. 한의사들에게 전하는 협회의 메시지 이번 우즈베키스탄 방문은, 대한한의사협회가 우리 한의사들을 위해 이전의 실크로드와 같이 유럽과 아시아 교류의 중심점인 국제 무대에서 실행 가능한 길을 실제로 정비하고 실현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직 모든 제도가 완비된 것은 아니지만, 논의는 분명히 실행 단계로 진입했다. 협회는 한의사 개인의 진출을 독려하기보다, 한의사들이 움직일 수 있는 제도적 길을 먼저 정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번 방문과 TF 구성 합의는 그 과정의 중요한 역사적 또 다른 큰 걸음이 될 것이다. -
醫史學으로 읽는 近現代 韓醫學 (560)김남일 교수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李文宰 교수(1934∼1990)는 경희대 한의대를 제7회로 졸업한 후 모교의 교수로서 경희의료원 한방병원장을 역임한 한의학자다. 1973년 제3차 세계침구학술대회가 열릴 때 학술위원회 부위원장으로 활동면서 「耳診과 耳鍼」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의 저술 가운데 『鍼醫學』(부제: 臨床 及 麻醉) (1975년), 『예백별총(䃜白別叢)』(간행년도 미상. 인용서적 가운데 가장 늦은 책이 1981년 간행이므로 1981년 이후로 추정)의 침구학 내용을 담고 있는 두 종류의 서적이 눈에 띤다. 『鍼醫學』은 제1편 臨床과 제2편 麻醉로 구성되었다. 제1편 臨床은 △제1장 鍼灸의 개요(침구의 특징, 침구발전의 개황) △제2장 經絡(경락의 의의, 경락의 작용, 십이경맥, 기경팔맥, 십이별락, 십이경근, 십오락맥, 경락계통의 표현) △제3장 腧穴(수혈의 명명, 수혈의 분류, 수혈의 작용, 수혈의 취법) △제4장 刺治療法의 일반상식(鍼의 유형, 자침의 수법, 시침의 수법, 자침의 시간과 간격, 자침의 기법, 보법과 사법, 시침상의 주의사항, 침의학의 금기) △제5장 灸治療法의 일반상식(구치요법의 종류, 구치료의 시간, 구치료의 금기) △제6장 經穴의 해설(正經穴의 해설, 奇經穴의 해설, 經外奇穴의 해설, 新穴의 해설, 耳部穴의 해설) △제7장 치료법(치료의 원칙, 처방의 기준, 문헌에서 본 異名과 別名) △제8장 치료의 처방(內因, 外因, 不內外因, 婦科, 幼科, 外科) △제9장 耳部의 치료(內科, 外科, 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구강과, 피부과, 기타 질환) △제10장 舍岩 陰陽五行鍼法(음양오행침법의 개요, 음양오행침법의 기본이론, 유주육십사혈, 음양오행침법의 치법, 음양오행보사취혈법의 원칙, 자침보사법, 음양오행의 진단법, 사암음양오행침법의 치료) 등으로 구성되었다. 제2편 麻醉는 △제1장 침마취의 특징(특징, 결점) △제2장 침마취의 發達略史(外國史, 韓國史) △제3장 침마취의 기본적 이론과 지식(장부경락학설에 관한 지식, 신경·체액·해부·생리에 관한 지식 △제4장 침마취의 이론과 원리연구(得氣에 관한 문제, 자침의 진통작용, 자침에 의한 진통과정, 자침의 조절작용, 정신요소의 작용, 침마취중 주의할 문제, 결론) △제5장 醫用電子와 생체공학(한의학에서 본 생체전기, 생체의 전기저항과 임피던스·전류성피부반사, 전기쇼크·감전사) △제6장 침마취 방법(침마취의 적응범위, 수술전의 준비, 경혈의 선택방법, 침의 선택과 수리, 경혈의 자극방법, 보조약품, 자침하의 외과적 조작, 수술후의 처치) △제7장 침마취의 常用穴(體鍼마취의 상용혈, 耳鍼麻醉의 상용혈) △제8장 침마취의 각종수술에의 응용(뇌수술, 眼部수술, 이비인후부의 수술, 구강·面部의 수술, 頸部의 수술, 흉부수술, 복부수술, 會陰·肛門部手術) △제9장 특수침마취(頭鍼마취, 鼻鍼마취, 面鍼마취, 耳根마취, 救急鍼마취, 無鍼電氣刺戟麻醉, 水鍼麻醉)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의 다른 침구학 연구서적인 『예백별총(䃜白別叢)』은 △卷之一 침구의 역사 △卷之二 실험적 電位差(Energy) 생성체계로 본 침의 작용(침은 왜 병을 고치는가?) △卷之三 새로운 鍼灸器機의 이론과 실제(路石 鍼灸器機의 新知見)으로 구성되었다. 이 연구 자료에서 그는 鍼의 역사와 灸의 역사를 대별해서 중국의 원시고대사회로부터 현대의 침의학에 이르기까지 간결하게 정리하고 있다. 卷之三에서는 이문재 교수는 그의 호를 따서 새로 이름 붙인 ‘路石生體鍼’과 ‘路石灸’라는 신개발 의료기구를 소개하고 있다. 이채로운 점은 이 책의 卷之二와 卷之三을 中文으로 번역해서 부록처럼 덧붙여 놓았다는 것이다. -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 12김호철 교수 경희대 한의과대학 본초학교실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김호철 교수(경희대 한의대 본초학교실)의 ‘과학으로 보는 한약 이야기’를 통해 임상 현장에서 자주 제기되는 한약의 궁금증과 문제들을 하나씩 짚어가며, 최신 연구 결과와 한의학적 해석을 결합해 쉽게 설명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독자들이 기존의 한약 지식을 새롭게 바라보고, 실제 진료 현장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코니틴, 왜 맹독인가: ‘꺼지지 않는 스위치’의 문제 부자의 독성을 이야기할 때 피할 수 없는 이름이 있다. 바로 아코니틴(aconitine)이다. 생부자(生附子)에 함유된 아코니틴은 강력한 신경독이자 심장독이다. 이 독성은 막연한 자극성이나 ‘열이 세다’는 인상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그 근원은 매우 구체적인 분자 수준의 작용 기전에 있다. 아코니틴은 신경세포와 심근세포의 세포막에 존재하는 전압의존성 나트륨 통로(Voltage-gated Na⁺ channel)에 결합한다. 정상적인 나트륨 통로는 짧게 열렸다가 즉시 닫히며 활동전위를 형성하고, 이 리듬을 통해 신경 신호 전달과 심장 박동이 정밀하게 조절된다. 그러나 아코니틴이 결합하면 이 통로는 열린 채로 고정되어 닫히지 않는다. 문을 열어버린 뒤 잠금장치 자체를 망가뜨리는 셈이다. 그 결과 나트륨 이온이 세포 안으로 끊임없이 유입되고, 세포는 흥분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신경계에서는 입과 혀, 사지의 저림과 마비가 나타나고, 심장에서는 통제되지 않은 수축 신호가 연속적으로 발생한다. 이 과정이 심방성·심실성 부정맥으로 이어지고, 심하면 치명적인 심실세동으로 진행한다. 흔히 비유하듯, 아코니틴은 ‘눌린 채 고장 난 초인종’과 같다. 한 번 울림이 시작되면 멈출 수 없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하나다. 아코니틴의 문제는 ‘강하다’는 것이 아니라, ‘조절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아코니틴은 부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 오두·초오·천오·진범이 공유하는 기전 이 지점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있다. 아코니틴의 이러한 독성 기전은 비단 부자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두(烏頭), 초오(草烏), 천오(川烏), 그리고 국내에서 진교 혹은 진범(眞芃)으로 불려온 Aconitum 계열 약재들 역시 모두 아코니틴 또는 구조적으로 유사한 디테르펜 알칼로이드를 함유하고 있으며, 기본적인 작용 기전은 동일하다. 이들 모두 전압의존성 나트륨 통로를 지속적으로 활성화시켜, 통제되지 않을 경우 치명적인 흥분을 유발한다. 따라서 특정 본초가 ‘유독 위험하다’는 인식은 약재의 이름 때문이 아니라, Aconitum 계열 알칼로이드라는 공통된 화학적 뿌리에서 기인한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부자만을 과도하게 두려워하거나, 반대로 다른 Aconitum 계열 약재의 위험성을 과소평가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독성의 실체는 본초의 이름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 있는 분자 기전과 그것이 얼마나 통제되었는가에 달려 있다. 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포제(炮製)다. 오두와 초오, 천오는 포제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아 강한 자극과 진통 작용이 중심이 되는 반면, 충분히 포제된 부자는 아코니틴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약성의 중심이 전신 반응성 회복으로 이동한다. 다시 말해 Aconitum 계열 약재들은 하나의 ‘독성 군집’이 아니라, 포제를 통해 단계적으로 설계된 치료 스펙트럼이며, 부자는 그 스펙트럼에서 가장 정밀하게 길들여진 지점에 위치한다. 포제, 독을 약으로 바꾸는 정밀 화학 – Diester에서 Monoester로 한의학은 오래전부터 이 ‘조절되지 않는 자극’을 포제라는 기술로 다뤄 왔다. 포제는 단순히 독을 씻어내는 세척 과정이 아니다. 그것은 분자 구조 자체를 바꾸는 정밀한 가수분해 공정이다. 화학적으로 아코니틴은 디에스터(Diester) 구조를 가진다. 이 구조가 강독성의 핵심이다. 부자를 가열하고 수침하는 포제 과정을 거치면, 먼저 에스터 결합 하나가 끊어지면서 벤조일아코니틴(Benzoylaconitine)으로 전환된다. 이 변화가 결정적이다. 디에스터가 모노에스터(Monoester)로 바뀌는 순간, 독성은 생부자 대비 약 1/200 수준으로 급격히 감소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점에서 약효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벤조일아코니틴은 여전히 진통, 항염증, 심근 수축력 개선 등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생리 활성을 유지한다. 이 단계가 바로 맹독이 ‘쓸 수 있는 약’으로 전환되는 경계선이다. 가열과 가수분해가 더 진행되면 최종적으로 아코닌(Aconine) 상태에 이른다. 이 단계에서는 독성이 생부자 대비 1/2000 수준까지 떨어져 매우 안전해지지만, 동시에 생리 활성 역시 크게 약화된다. 따라서 임상적으로 이상적인 포제부자는, 독성은 통제되었으면서도 약효는 유지되는 벤조일아코니틴 영역을 중심으로, 아코닌이 보조적으로 공존하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포제의 본질은 분명해진다. 포제는 아코니틴을 완전히 없애는 기술이 아니다. 독성의 ‘지배력’을 낮추고, 조절 가능한 약성만 남기는 과정이다. 다시 말해 포제는 독성 제거 기술이 아니라, 치료역(Therapeutic window)을 설계하는 기술이다. 효과와 독성은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다 아코니틴의 독성과 치료 효과를 전혀 다른 작용으로 이해하는 것은 흔한 오해다. 실제로 이 둘은 동일한 작용이 ‘어떤 조건에서’, ‘어떤 강도로’ 발현되느냐의 차이에 불과하다. 나트륨 통로를 활성화시키는 작용은 조절되지 않으면 부정맥과 마비로 이어진다. 그러나 반응성이 극도로 저하된 심근과 신경계에서는, 일정 수준의 활성화가 오히려 기능 회복의 시동이 될 수 있다. 이것이 고전에서 말한 회양(回陽)과 온심통양(溫心通陽)의 생리적 실체다. 포제는 바로 이 위험한 경계선을 임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범위로 넓혀 준다. 진짜 부작용과 가짜 부작용 – 독성보다 중요한 것은 병태다 임상에서 경험하는 부자 관련 ‘부작용’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진짜 중독이다. 포제가 불충분하거나, 약재의 품질이 나쁘거나, 용량이 과도할 때 나타난다. 혀끝과 입술의 얼얼함, 뚜렷한 심계항진, 오심과 구토는 대표적인 경고 신호다. 이는 아코니틴계 독성이 아직 지배적인 상태라는 뜻이며, 즉각적인 중단이나 감량이 필요하다. 둘째는 병태 불일치에서 오는 가짜 부작용이다. 이미 열이 성한 환자, 교감신경이 항진된 상태, 음허화동이나 습열 병태에 부자를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번조, 두통, 불면, 출혈 경향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것은 독성의 문제가 아니라 진단의 문제다. 불이 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결과다. 부자의 독성은 제거 대상이 아니라 통제 대상이다 부자는 분명 위험성을 내포한 약물이다. 그러나 그 위험성은 무작위적이지 않다. 정확히 포제된 부자를, 정확한 병태에, 환자의 반응성을 살피며 단계적으로 사용한다면, 부자는 그 어떤 온약보다 예측 가능하고 강력한 효과를 보여준다. 아코니틴은 악역이 아니다. 길들이지 않으면 맹수가 되지만, 조절되면 가장 힘이 좋은 말이 된다. 부자의 독성은 제거해야 할 결함이 아니라, 이해하고 통제해야 할 에너지다. 이 지점까지 이해할 때, 부자는 더 이상 “무서워서 피해야 할 약”이 아니라, 가장 깊은 저반응성 병태에서만 꺼내 쓰는 정밀한 도구로 제자리를 찾게 된다. 이것이 부자를 제대로 아는 길이며, 동시에 가장 안전하게 사용하는 길이다. -
“한‧중 전통의학 교육의 접점을 마주하며…”지난달 4일부터 19일까지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생으로서 중국 난징에 위치한 중국약과대학에서 진행된 ‘2025학년도 제1회 중국약과대학 겨울 단기 연수캠프’에 참여했다. 이번 캠프는 4일 중국 입국을 시작으로, 5일부터 18일까지 2주간의 교육과정으로 운영됐으며, 19일 중국 출국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연수에는 국내 6개 한의과대학이 참여했다. 대전대학교 9명, 원광대학교 8명, 상지대학교 6명, 세명대학교 16명, 그리고 동의대학교 한의과대학에서는 예과 1학년부터 본과 3학년까지 총 28명의 학생이 참여해 학년과 학교를 넘어선 교류가 이뤄졌다. 기초 단계의 예과 학생부터 임상 교육을 앞둔 본과 학생까지 함께 참여했다는 점은, 전통의학 교육을 연속적인 흐름 속에서 바라볼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전통의학을 현대적으로 ‘이해’하는 교육 프로그램 이번 겨울캠프는 단순한 해외 연수나 문화 체험이 아니라, 전통 중의약을 현대 과학기술과 연결해 이해하도록 설계된 교육 프로그램라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중국약과대학 측은 본 연수를 통해 전통 중의약의 이론적 기반과 임상 술기, 그리고 본초와 처방을 바라보는 현대적 연구 관점을 함께 제시하고자 했다. 프로그램은 중국약과대학 재학생 멘토들과 함께 총 5개 그룹으로 나뉘어 진행됐으며, 평일 오전에는 이론 중심 강의를, 오후에는 실습·참관·견학 중심의 일정으로 구성됐다. 강의는 영어로 진행되거나, 중국어 강의 시 영어 통역이 제공돼 언어적 장벽 없이 수업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론과 술기를 함께 익히는 전반적인 교육 구성 이번 겨울캠프의 수업은 특정 이론이나 연구 분야에 국한되기보다는, 전통 중의학을 임상과 생활 속에서 어떻게 활용하고 가르치는지에 초점을 맞춘 전반적인 교육 구성이 인상 깊었다. 설진을 중심으로 한 진단 교육,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중의약 지식, 침·뜸·부항·추나 등 침구 치료의 실제 적용을 다룬 수업들은 전통의학을 보다 실천적인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구성돼 있었다. 특히 침 자침 기술, 뜸 시술, 부항과 괄사, 추나 기법 등을 직접 체험하는 실습 수업에서는 술기의 원리뿐 아니라 환자에게 적용되는 실제 맥락과 주의점을 함께 설명했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는 술기를 단순히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임상 상황 속에서 어떻게 판단하고 적용해야 하는지를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방식이었다. 또한 설진과 생활 속 중의약 지식을 다룬 수업에서는 전통의학적 진단이 임상 현장뿐 아니라 일상적인 건강 관리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강조했다. 이러한 접근은 전통의학을 병원 안의 학문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생활 속에서 살아 있는 의학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교육 방식으로 느껴졌다. 이론에서 임상과 산업 현장까지 이후 강의에서는 설진과 생활 속 중의약 지식, 중약 자원과 약용 식물, 질량분석 이미징(MALDI-MSI)을 활용한 본초 분석,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한 중약·천연물 연구 등 전통의학과 첨단 과학기술을 연결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이러한 커리큘럼은 전통의학이 현재 진행형의 학문으로 어떻게 확장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참가 학생들은 중국 현지 중의원을 방문해 진료 과정을 참관하고, 침·뜸·부항·추나 치료를 직접 체험했다. 제약회사 견학을 통해 중약이 산업 현장에서 생산·관리되는 과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실습 수업에서는 침 자침 기술, 뜸 시술, 부항과 괄사, 추나 기법, 본초 포제, 전통 기공 등 전통 치료기술을 실제 임상 적용의 맥락 속에서 경험했다. 국제 교류를 통해 다시 생각한 한의학 교육 이번 연수 프로그램은 한커코리아 유영상 대표의 지원과 협조를 통해 성사됐으며, 이를 통해 국내 한의과대학 학생들이 중국 현지의 전통의학 교육·연구·임상 환경을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국제 교육의 장이 마련됐다. 프로그램 마지막에는 조별 성과 발표와 수료식이 진행됐고, 참가 학생들은 각자의 시선에서 전통의학 교육의 공통점과 차이를 정리해 공유했다. 이러한 과정은 단순한 비교를 넘어, 한의학 교육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를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 이번 중국약과대학 겨울 단기 연수캠프는 전통의학을 과거의 지식이 아닌, 현재와 미래의 학문으로 바라보게 만든 경험이었다. 특히 다양한 학년의 학생들이 함께 참여함으로써, 전통의학 교육이 기초에서 임상, 연구로 이어지는 하나의 연속선 위에 놓여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러한 국제 교육 프로그램이 지속돼, 한의학과 중의학이 서로의 교육 방식과 연구 관점을 존중하며 함께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해본다. -
한의약 세계화와 글로벌 통합의학(상편)오현민 국제/기획이사 (대한한의사협회) Ⅰ. 한의약 국제 교류, 이제는 ‘실행을 전제로’ 논의할 단계 한의약의 세계화는 오랜 시간 한의계 내부에서 반복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해외 의료봉사, 학술 교류, 단기 연수 프로그램 등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지만, 그 이후 무엇이 남았는지에 대한 질문은 늘 따라왔다. 교류가 교류로 끝나지 않고, 제도·교육·현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고 있는지에 대한 물음이다. 이번 우즈베키스탄 방문은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추진되었다. 이번 일정은 단순한 가능성 탐색이나 관계 확인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제도 정비와 프로그램 실행을 전제로 한 논의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특히 “지금 당장 가능한 것부터 진행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실행 단계로의 전환이 분명히 논의되었다. 필자는 대한한의사협회 국제/기획 이사로서 협회장과 함께 이번 일정에 참여했으며, 이번 방문은 우즈벡 보건부와 대한한의사협회의 공식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개인의 활동이 아닌, 협회를 중심으로 한의약 전반의 국제 교류 기반을 점검하고 실행 구조를 논의한 자리였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자 한다. Ⅱ. 협회를 중심으로 한 ‘대표성 있는 실행 구조’ 이번 우즈베키스탄 방문의 또 하나의 특징은, 한의약 분야의 다양한 현장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해 협의가 진행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동행이 아니라, 현실적인 실천을 전제로 한 역할 분담 구조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교육 분야 전문가로는 대전대학교 한의과대학 류호룡 학장이 참여하여 교육 체계와 학문적 기준의 관점에서 국제 교류와 협력 방안에 대한 논의를 자문하였다. 임상 분야에서는 한국바이오헬스학회 양유찬 회장이 동행하여 실제적인 일상 진료 현장에서 경험한 한의의료기관의 개업부터 경영까지의 모든 과정에 대한 부분을 임상의로서의 관점을 바탕으로 현실적으로 조언하고 점검하였다. 한의약산업 분야로는 한의약산업발전협의회 총회 최형일 의장이 참여해서 전통의학 및 현대 첨단 기술 기반의 보건·복지·바이오·제약 산업의 관점에서 우즈벡 산업 환경과 제도적 여건을 한국의 현황과 비교 분석하고 향후 한의약 세계화를 위한 기반 조성에 대한 논의를 함께 진행했다. 필자는 대한한의사협회 국제/기획 이사로서, 협회를 중심으로 교육·임상·산업 각 영역의 논의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조율하는 역할을 맡아 이번 일정을 함께 했다. 이는 개인의 성과를 부각하기 위한 구성이 아니라, 협회가 주축이 되어 각 직역 간의 필수적인 실행 구조를 책임성 있게 만들어 가기 위한 과정임을 분명히 하기 위함이었다. Ⅲ. 우즈베키스탄 전통의학, 역사적 기반과 제도화의 흐름 1. 중앙아시아 전통의학의 출발지 우즈베키스탄의 전통의학은 중앙아시아 지역의 민간 치료 경험과 함께, 중세 이슬람 의학 전통의 영향을 받아 형성되어 왔다. 이 지역은 그리스·로마 자연철학이 이슬람 문명권으로 흡수·재해석되는 과정의 중요한 무대였으며, 이러한 역사적 흐름 속에서 의학적 사유 역시 발전해 왔다. 특히 중세 이슬람 황금시대를 대표하는 의사이자 철학자인 이븐 시나(Avicenna)는 현재의 우즈베키스탄 지역인 부하라 인근에서 태어나 활동했으며, 그의 의학적 사유는 이후 오랜 기간 중앙아시아 전통의학 및 유럽의 서양의학 형성 과정에서 이론적인 구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으며, 오늘날 우즈베키스탄을 중심으로 한 이슬람권 의약에 이븐 시나가 위대하게 언급되는 것은 이러한 역사적·철학적 업적과 맥락 때문이다. 다만 현대적 의미에서 우즈베키스탄 전통의학을 하나의 고정된 체계로 단정하기보다는, 여러 역사적 요소와 다양한 문명의 의학적 경험이 교류하고 융합되어 형성된 독특한 전통의학 문화로 이해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하겠다. 2. 한의약 기반의 전통의학센터와 국가 보건의료 관리 체계 이번 방문에서 확인한 중요한 변화는, 우즈베키스탄 정부가 전통의학을 국가 차원의 관리와 제도 안으로 편입시키려는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보건부 산하 전통의학센터는 이러한 정책 방향의 핵심 기관으로, 전통의학 교육과 활동을 일정한 기준 아래 관리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교육 이수 시간, 수료 체계, 활동 범위 등에 대한 논의는 이미 실행 단계에 들어가 있으며, 완성된 제도라기보다는 실행과 보완을 병행하여 발전시키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 한의약 분야와의 협력이 단순한 선언에만 그치지 않고, 향후 실제적인 보건 제도의 정비를 위한 핵심적 가치로서의 논의로 이어질 수 있다는 현실적 기반을 제공하고 있다. Ⅳ. ‘배우고 싶다’에서 ‘함께 정비하자’로 전통의학센터 및 현지 관계자들과의 미팅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된 점은, 한국의 전통의학을 단순히 참고 사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배우고, 제도적으로 정비해 나가기 위한 보건의료체계 모델이라는 인식이었다. 이는 특정 치료 기술에 대한 관심을 넘어, 상호적인 교육·연수·제도 전반을 함께 논의하자는 적극적인 태도로 나타났다. 이러한 인식은 우즈베키스탄에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한국 한의사들의 의료봉사와 교류를 통해 축적된 신뢰 위에서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 논의에서는 장기 과제와 별도로, 현행 제도 범위 내에서 지금 당장, 오늘부터 바로 실행가능한 내용들을 확인해서 실천해 나가자는 데 의견이 모였다. 우즈베키스탄 측은 실행 가능한 사안에 대해서는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하며, 한국의 실무 추진 방식에 대한 이해를 표현했다. -
“현장에서 확인된 재택의료 수요, 한의 방문진료의 가치”홍석민 원장 (중랑구한의사회 이사/친절한홍한의원 대표원장) 기록이 말해주는 현장의 목소리: 환자가 기다리는 한의 주치의 초고령 사회의 파고 속에서 ‘방문진료’는 이제 우리 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보건의료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최근 집계된 ‘2025년 중랑구 의료취약환자 방문진료 주치의제 활성화 지원사업’의 실적 현황은 우리에게 유의미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지난 한 해 중랑구에서 수행된 전체 방문진료 중 한의사들이 담당한 비중은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주목해야 할 점은 단순한 건수가 아니라, 거동이 불편한 환자와 그 가족들이 한의 방문진료를 꾸준히 선택하고 의지하고 있다는 실질적인 ‘수요’의 흐름이다. 진료실 밖 현장에서 만난 환자들은 한의 치료의 효과뿐만 아니라, 환자의 전반적인 생활을 살피는 한의사 특유의 통합적 접근에 깊은 신뢰를 보내주었다. 이러한 기록은 우리 곁에 한의사 주치의가 꼭 필요하다는 현장의 절실한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다. 환자가 원해도 높기만 한 ‘재택의료센터’의 문턱 이처럼 현장에서의 높은 선호도와 필요성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보건복지부의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서 중랑구를 비롯한 서울 대다수 지역에서 한의계가 비 선정된 현실은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정부는 재정 지출의 효율성을 중시하겠으나, 진정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장기적인 요양 비용을 절감하는 길은 환자가 체감하는 의료 서비스를 적기에 제공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확인된 환자들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통합 돌봄이다. 보건복지부는 양의계 중심 행정에서 벗어나, 실제 현장에서 환자들이 누구를 필요로 하며 어떤 치료에 만족하고 있는지 그 실무적 수요를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할 시점이다. 결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한 정책 설계를 기대하며 한의사는 지역사회 돌봄의 핵심적인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며 환자 한명 한명을 통합적으로 돌볼줄 아는, 앞으로 이루어질 돌봄통합 사업에서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할 최고의 의료인력 자원이다. 보건복지부는 한의계가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국민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선정 및 제도 개편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 공급자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 환자 중심, 현장 중심의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재택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진정한 해법이 될 것이다. 맺음말 : 한의 방문진료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한의재택의료 학회와 협회 등 수많은 원장님들께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환자들을 돌보며 한의사의 가치를 몸소 증명해 주고 계신다. 우리 한의계가 재택의료의 중심에서 더 확고히 자리 잡는 과정에, 현재의 헌신과 더불어 앞으로 이런 방향들이 조금씩 더해질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선, 우리가 현장에서 이미 수행하고 있는 포괄적인 진료를 차팅과 통계에 온전히 담아내는 일이다. 우리 한의사들은 현장에서 근골격계 통증뿐만 아니라 불면, 소화기 장애, 정신 건강, 내과 및 부인과 질환 등 환자의 전신을 세심하게 돌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적극적인 상병 입력과 차팅으로 남지 않아 국가 통계에서 과소평가되는 현실이 늘 아쉽다. 우리가 행하는 다각도의 케어를 꼼꼼히 기록하여 한의약의 실제적인 기여도를 수치로 증명해 나갔으면 한다. 나아가, 혈액검사와 포터블 초음파 등 현대적 진단기기를 통한 보여주는 신뢰 강화에 힘을 싣는다면 방문진료 현장에서 더욱 탄탄한 데이터를 쌓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AI 기술의 도입으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부가 지향하는 다약제 관리 및 타 직역과의 유기적인 연계에 앞장선다면, 한의계는 방문진료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우위를 확고히 하며 통합 돌봄의 더 큰 주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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