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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12일 (목)

공중보건의라서 할 수 있는 것

공중보건의라서 할 수 있는 것

제13회 통합의학박람회 부스를 운영하며

공보의1.png

 

2024년 10월 열리는 통합의학박람회에 참여해 줄 수 있겠냐는 근무 중인 보건소에서 요청에 참여하겠다고 답했다. 10월18일부터 10월22일까지 5일간 주말을 포함해 장흥군까지 오가야 하기에 귀찮음과 부담감이 없다고 할 순 없었다.

 

하지만 22개의 지자체가 참여하는 박람회 중 건강증진관에 의료인이 참여하는 부스가 적고 인바디, 체형 분석, 혈관 건강도 측정, 보행 검사, 치매 검사 등을 제공하는 부스들은 있으나 한의학적인 내용으로 참여하는 지자체가 없다는 말을 듣게 됐다. 통합의학박람회라는 이름에도 한의학 부스가 없는 건 말이 안 된다는 생각에 참여를 결심하게 됐다. 한의사인 나는 한의학적인 콘텐츠로도, 의료인이라는 입장으로도 좋은 자원이었고 바로 무엇을 준비해 가야 할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 통합의학박람회 준비 과정

 

참여에 있어 좋은 취지만을 보고 참여를 결심한 것은 아니었다. 2023년 겨울, 국가고시를 보고 졸업을 한지 실감도 채 나지 않을 때 정신을 차리니 훈련소를 가고 근무지 추첨을 앞두고 있었다. 결과는 본가인 인천과 정반대인 전라남도 진도군. 지도를 보면 아찔함만이 느껴졌다. 애써 웃으며 내려가 적응하며 마냥 시간을 죽이고 있으면 항상 생각이 난다. ‘시간이 너무 아깝다.’ 주변 바쁘게 살아가는 지인들을 만나고 연락하다 보면 시간이 이렇게 많은데 나도 뭐라도 해야지 생각한다.

 

‘재밌게 놀아야 한다’, ‘여행을 가라’, ‘공부를 해야 한다’, ‘운동을 해야 한다’ 등 들려오는 조언들은 많지만 막상 하려 보면 근무지가 오지라서, 귀찮아서, 나중에 해도 되지 않나, 이 정도면 잘 지내고 있는 게 아닐까 등 변명이 하나둘 늘어가고 나태해져 결심하고 실천하기 쉽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 공보의 선배 한 분과 식사하다가 도지사 표창 혹은 장관 표창을 받으면 근무지 변경을 할 수 있고 이전에 표창을 받은 선배들의 얘기를 들으며 내년에는 기회가 된다면 이거나 해볼까 하는 가벼운 생각을 했었다.

 

1년이 지난 후 박람회 건에 대해 듣고 좋은 취지와 함께 수상을 받는다면 향후 실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일단 참여하겠다고 한 것이다. 후에 알게 된 것이었으나 이전에 이 박람회에 참여한 선배 중 도지사 표창을 받은 사례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됐고 보건소 직원분들도 고마워하며 적극적으로 표창을 받도록 도와주시겠다 말씀도 해주시며 대체휴무, 숙식, 추가적인 출장비 등 또한 바로바로 지급해 주셨다. 근무지에서의 관계도 좋아지는 효과를 보아 점점 주말을 포함한 일정임에도 참여한 것에 대한 부담과 후회가 적어졌다.

 

◇ 5일간 5410명 부스 방문

 

그렇게 통합의학박람회에 참여하기로 한 나는 계속 관리가 힘들 테니 사이드가 적으면서 빠른 시간에 다수에게 한의학을 가볍게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하다 피내침을 생각했다. 아시혈뿐 아니라 경락도와 함께 팔회혈, 육부하합혈, 육총혈의 그림과 가벼운 설명을 더해 홍보물을 전시하며 이를 기반으로 피내침을 행사 참여자들에게 노출시키고 적용시켰다. 공중보건의 생활을 하며 피내침을 써보지 않았으나 생각보다 박람회 기간 매일 기억해 찾아와주시고 선물까지 들고 오시는 분들도 보면서 스스로도 재밌고 보람을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 됐다. 짧은 시간에 많은 사람을 응대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박람회 5일간 약 5410명의 사람이 진도군 부스에 오가며 진도군에서 준비한 다른 콘텐츠와 함께 내가 제작한 한의학 홍보물을 봤다. 그중 약 1100명에게 피내침 시술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22개의 전남 지자체 중 상위 5개의 지자체에 들어 진도군 보건소는 도지사 표창까지 받게 되었다.

 

다만 아쉽게도 보건소에서 나에게 도시사 표창을 주려 했으나 결론적으로 직접 표창을 받지는 못하게 되었다. 바로 작년 공보의가 행사에서 받은 표창을 직접적으로 받았던 사례가 있었으나 그때와 바뀐 관계자들이 원인인지 같은 행사에서 2년 연속 표창을 공보의에게 주는 것은 부담이어서 그런지는 확실하지 않다.

 

공보의2.png

 

◇ 결과적 아쉬움 속 남은 성과

 

결과적으로 아쉬웠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아쉽지 않았다. 이미 5일의 기간 얻은 바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그 얻은 바를 정리해서 기록하는 행위 자체의 의미와 혹시 다른 선생님들이 이를 참고하여 나와 비슷한 바를 얻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해 이런 글을 쓰기로 했다.

 

가장 큰 것은 경험이다. 먼저 공중보건의 기간만큼 공익적인 일을 하기 쉬운 기간이 없는 것 같다. 시간적인 부분도, 공무원들과의 거리감도, 활동을 기획하기에 좋은 환경이다. 개인적으로 요즘 공중보건의를 통해 비교적 쉽게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영역이 많다고 생각한다. 도시가 아닌 오지에 있는 의료인으로서 의료취약지역에 있기에 한의사의 진료영역을 늘리고 참여하는 분야를 늘리고 전국적으로 통계를 내리고 조사하기에도 용이한 위치라고 생각한다.

 

사회에 나가서는 무엇 하나도 쉬운 것이 아니기에 공중보건의 기간 개인적인 발전도 좋지만 이런 박람회와 같이 공익적인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그런 생각에 나는 올해 반년 좀 넘는 기간 동안 박람회와 함께 보건소에서 하는 각종 사업과 교의의사로서 학교에서 강의도 몇 번 진행하였는데 실제로 큰 부담이 된 것은 없었으나 나중에는 이런 것은 잘 경험해 보지 못하겠다는 생각은 자주 들었다.

 

실질적인 부분도 있다. 비록 공직인 자리로 나아가지 않을 선생님들이라면 큰 효력도 없고 별 매력이 없다고 볼 수 있어도 비교적 적은 투자로 표창을 받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공중보건의는 이러한 것에 참여하기에 위와 동일한 이유로 아주 적합하다. 이미 본 박람회 하나로도 도지사 표창을 받은 공보의의 사례도 있고 나 또한 후보에 올랐었으며, 이번에 받지 못하여도 이후 표창을 받는 데 실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표창은 공보의에게는 보다 나은 근무지로의 이동에 쓰이기에 하나의 목표가 될 수 있으며 후에 자기 PR에도 원한다면 쓸 수 있다.

 

공보의3.png

 

사실 이런 행사에 참여하거나 기타 보건사업을 비교적 한산한 보건지소에서 보건소로 근무지를 옮겨가며 진행하는 행위를 타 공중보건의 동기 선후배나 친구 중 꽤 많은 이들에게 왜 그렇게 하는지는 모르겠다, 사실 큰 의미는 없다, 마음껏 쉬다 나오라 하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틀린 말이 아니라 생각도 하고 하면서 귀찮음에 후회도 했었다. 그럼에도 이때가 아니면 언제 해보겠느냐는 생각에 거창한 것들은 아니지만 해보기로 한 활동들을 하나하나 했던 경험들은 공중보건의 때만의 경험으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이런 활동에 참여했다는 기록과 그로 인해 얻을 수 있는 바들을 기록함으로 후에 좀 더 많은 선생님이 다양한 영역에 참여하고 경험적으로, 실질적으로 얻어가는 바가 있으셨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다른 선생님들도 기록해 가며 발전한다면 공중보건의의 의료영역 확대와는 또 다른 방향으로 보다 넓은 영역으로의 참여로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한의사가 조금씩 더 넓은 영역에서 활약할 수 있게 됨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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