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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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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은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의학”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한의학 바라볼 때 실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질 것
15년간 연구 통해 한의학의 인류학적 번역서 ‘한의원의 인류학’ 출간
한의사 아닌 일반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한의학 표현 ‘눈길’
김태우 교수(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김태우.jpg

 

<편집자 주> 최근 의료인류학자인 경희대 한의과대학 김태우 교수가 ‘한의학이 몸과 질병을 이해하는 방식과 그 의미’에 대해 그동안 현장연구를 통해 얻은 결과물을 ‘한의원의 인류학’이라는 제목의 저서로 발간했다. 본란에서는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 및 의료인류학자의 관점에서 본 한의학의 발전방향,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 등을 들어본다. 


Q. 책을 집필한 계기 및 책 제목에 담긴 의미는?

“집필 동기는 몇 가지 있지만, 우선 한의학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게 영향을 미쳤다. 즉 한의학에 대한 편견과 오해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말하고, 그 이유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제가 가르치는 한의대생들 중에서도 자신들의 학문에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를 보면서 한의학의 논리에 대해 말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그동안 한의학에 대한 인류학적 연구를 통해 한의학의 논리를 직접 접한 사람으로서, 그에 대해 말해야 한다는 약간의 의무감도 있었던 것 같다. 이와 함께 저는 한의대를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한의학에 대해 외부자의 시선에서 말할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제가 전공한 인류학이 그러한 방법론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책과 같은 작업을 하면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책 제목은 위에서 언급한 한의학에 대한 이 책의 접근방식, 즉 인류학자가 현장연구를 통해 바라본 한의학에 대한 논의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그리고 책의 실제 내용은 부제인 ‘몸-마음-자연을 연결하는 사유와 치유’를 통해 표현하고자 했다. 그동안 한의학을 지켜보면서 ‘연결’이라는 말이 한의학의 중요한 키워드가 아닐까 생각을 했고, 그것을 표현해 보려했다. 예를 들면 경락이 가시화시키는 몸의 연결성, 바깥 기운과 몸 내부 기운, 몸과 마음을 연결성 속에 바라보는 관점, 본초와 처방에서 드러나는 자연과 몸의 연결성 등에 주목해 논의를 펼쳐보려 했다.”


Q. 책의 주요 내용은?  

“이 책은 한의학에 대한 인류학적 번역서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은 지금의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생경한 내용도 있고,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러한 내용들에 대해 장기간 현장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 독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언어로 한의학을 표현하려고 했다. 이 작업을 위해 제가 한의학 연구와 병행한 서양의학에 대한 현장연구가 많은 도움이 됐는데, 이는 두 의학을 나란히 놓고 각각의 작동 방식을 병치시키면서, 독자들의 의료‘들’에 대한 이해를 제안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 본문은 △진단(2장) △의학용어(3장) △침(4장) △처방(5장)에 관한 내용으로 되어 있다. 한의학 개론서 같은 구조지만 실제 내용은 현장의 장면들과 대화 내용, 그리고 때로는 미술사, 철학을 가져와서 한의학의 몸과 질병에 대한 이해에 관해 해석하고 기술하고 있다.”


Q. 저술하면서 어려웠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일은?

“인류학에서는 현장 섭외가 매우 어려운 이슈인데, 그 어려움을 잊을 수 있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분들이 기억에 남는다. 특히 한의사 선생님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또한 한의학을 열심히 공부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묵묵히 공부하면서 한의학에 대해 고민하는 분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 역시 기억에 남는다.” 

 

김태우1.jpg


Q. 한의치료에 대한 인류학자로서의 해석이 눈에 띈다.

“인류학에서는 인터뷰가 중요한 연구방법이지만, 한의학에 대해 전해들은 것만 서술한다면 의도치 않게 한의학의 내용을 왜곡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지난 15년 동안의 과정은 한의학에 대한 연구의 과정인 동시에 직접 한의학에 대해 공부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이는 한의학을 일반 사람들도 이해할 수 있는 말로 번역하는 작업을 위해 필요했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현장에서 만났던 많은 한의사들이 제 선생님 역할을 해주었다.” 


Q.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조언을 한다면. 

“제가 조언을 할 입장은 아닌 것 같지만, 그동안 인류학 연구를 통해 한의학을 접하면서 들었던 생각은 눈 앞의 문제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좀 더 넓고 멀리 보는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한의계 내부, 서양의학과의 관계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전체적 맥락에서 한의학을 위치시키고 바라보는, 나아가 지구적 안목에서 지금은 어떤 시대인지 그 시대에 한의학이 무엇을 요구받고 있는가에 대해 폭넓게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의학은 앞으로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의학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바로 눈앞의 문제뿐만 아니라 보다 폭넓은 관점에서 한의학을 바라볼 때, 한의학의 그러한 가능성은 보다 분명하게 나타날 것이며, 그에 관련한 토론과 활동의 필요성도 드러나게 될 것이다.” 


Q. 독자들에게 꼭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이 책은 한의계 내의 사람들만이 독자가 아니라, 한의계 밖의 사람들에게도 한의학에 대해 말을 거는 내용과 형식으로 돼 있다. 한의학은 몸과 질병을 바라보는 의미있는 관점을 제공한다. 그 관점을 돌아보면 건강의 문제와 함께 우리가 어떻게 세계를 대하고 세계 속에서 존재하는지에 관한 중요한 내용을 접할 수 있다. 책의 뒷부분에서 환경 위기,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 등에 대해 논의를 하는 것도 그와 관련이 있다. 이러한 문제들은 지금 인류가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살고 있는가의 문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이 몸과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을 통해 이러한 부분에서도 의미있는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에 대한 관심과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자는 것이 이 책을 통해 하고 싶었던 제안이다.”


Q. 앞으로의 연구계획은?

“최근 전 세계 학계에서는 서구의 사유 밖의 사유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것은 서양철학계 내부에서도 최근에 비주류 철학에 대한 관심이 높은 상황과 맥을 같이 한다. 그동안 서구의 주류 사유에 바탕한 근대 문명을 통해 근현대사가 진행됐는데, 기후변화와 환경위기에서 드러나듯이 그 철학적 바탕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반성과 함께 비서구의 사유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의학은 의미 있는 연구 주제이다. 동아시아 국가들의 빠른 근대화 속에서 동아시아 사유의 많은 부분이 사라지거나 급격한 변화 뒤로 숨어버린 상황이지만, 한의학은 진료행위 안에 그 사유의 중요한 내용들을 내재한 채로 지금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 제목에서도 ‘사유’라는 말을 넣어 강조하고 있다. 동아시아 사유와 같은 비서구 철학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저는 한의학을 통해 이러한 관심에 화답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 대한 연구를 지금까지 해왔고, 앞으로 보다 심화된 연구를 진행해 보고 싶은 바람이다.”


Q. 남기고 싶은 말은?

“이 책이 발간되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의료 현장에서의 참관을 허락해주고, 한의학에 대한 설명을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지 않은 많은 분들이 있어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다. 지면을 통해 깊은 감사의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강환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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