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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한의학 ③ 작년 추석 때 지은 한약 먹어도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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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한의학 ③ 작년 추석 때 지은 한약 먹어도 됩니까?

“이제 유효 기한을 정하지 못한 의약품은 한의원 전탕액 뿐이다. 식약처 관리 대상
의약품도 아니고, 한의원에서 조제하고 전탕하였으니, 한의사가 답변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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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은 의약품이다. 의약품은 안정성, 안전성, 유효성의 3대 요소를 갖춘 화학 물질이다. 이중에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보는 시각과 상황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각 33.3%라고 생각한다. 물질이 안전하고 유효한데, 물질 농도가 들쑥날쑥하고 변화무쌍하면 안전한지도 유효한지도 알 수 없다. 물질이 물리화학적으로 안정되고, 효과는 우수한데 독성이 있으면 탈락이며, 물질이 균질하고, 안전한데 질병 치료에 아무 효과가 없으면 의약품이 아니다. 

식약처의 의약품 관리는 이들 3대 요소를 관리하는 것으로, 이에 관련된 법규와 시험 방법 지침들이 수천 쪽이 있다. 이중에 안정성은 <의약품 등의 안정성 시험기준>에 따른다. 이 84쪽에 달하는 기준의 목적은 의약품 저장 방법 및 사용 기간 등을 설정하기 위해 화학 물질의 경시(經時) 변화에 따른 품질의 안정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쓰레기통에 넣을 약들을 실험실로 들고 왔다


평가 방법은 ‘장기보존시험’으로 25℃, 상대습도 60%의 저장 조건 하에서 장기간에 걸쳐 의약품의 물리화학 및 생물학적 안정성을 확인하는 시험이다. ‘가혹시험’은 가혹 조건 하에서 의약품의 분해 과정 및 분해산물 등을 확인하는 시험이고, ‘가속시험’은 40℃, 상대습도 75%의 조건 하에서 단기간 의약품의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생물학적 제제나 점안제, 냉장된 액제 등 특수한 제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의약품 사용 기간은 제조일 후 36개월이다. 원료의약품인 한약재 포장지를 보면 보관 사용 기간이 36개월, 건강보험 급여 한약제제도 36개월이다. 이는 제조회사가 유효 기한을 36개월 보장해 주겠다는 뜻이다. 

한약은 합성의약품같이 활성물질 기준이 아닌, 지표물질 기준으로 정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어, 목단피는 3년 동안 지표물질 패오놀 1.0% 이상 함유를 보장한 것이고, 6종 한약재로 구성된 육미지황탕 엑스과립 1회 용량에서는 단 한 종 목단피의 지표물질인 패오니플로린 1.4mg 이상을 3년 동안 보장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으로 식약처가 3년을 공인해 준 것이다. 하지만 3년 기한을 넘겨 4년, 5년 되어도 패오놀 1.0% 이상, 패오니플로린 1.4 mg 이상을 함유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 

한 예로 미국의 약국 창고에서 수십 년 된 약들이 발견되었다. 28년에서 40년 전의 약들이다. 당장 쓰레기통에 넣을 약들을, 호기심으로 실험실로 들고 왔다. 이들 약은 누구나 아는 아스피린, 암페타민, 코데인, 페노바르비탈, 카페인, 아세트아미노펜 등이다.

실험에서 14개 약물 중에 11개가 설명서에 표시된 성분의 최소 90%이상 농도를 유지하고 있었고, 3개는 110%이상 존재해 결과적으로 사용 기한이 훨씬 지났어도 대부분의 성분들이 효력이 사라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실험 결과가 유효 기한이 지난 의약품을 복용해도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수 많은 의약품 자료를 요구하는 식약처이지만, 유효 기한이 지난 후에도 의약품 약효가 얼마 되는지 판단하는 자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제약회사 또한 이런 자료를 만들어 홍보하지도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성분의 변화 내지 농도의 감소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험이 나타날 수 있거나 덜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며, 또 경제적인 이해관계도 숨어있다. 약품 설명서에 기재된 사용 기한은 제약회사가 그 기간까지만 약효와 안전성을 법적으로 보장해주겠다는 것이다.


한약 전탕액의 유효 기한에 대한 기준은 어떠한가? 


80년대 말, 한의계에 한약 추출기가 나타났다. 환자가 1첩씩 달여 복용했던 시대에서, 한번에 10일분, 30일분, 그 이상의 전탕액을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한의계에 대변혁을 가져온 계기가 되었고, 한의학 역사상 과거, 미래 합쳐 어떤 한방진단 및 치료기기도 한약 추출기만큼의 혁신적인 성과와 변화를 이끌어 내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작년 추석 때, 며느리가 보약으로 지어준 한약 팩이 냉장고에 들어 있는데 먹어도 됩니까?”라고 6개월 지난 한약에 대해 복용 문의를 한다. 그러면 한약 전탕액의 유효 기한에 대한 기준은 어떠한가? 현재 약국에서 판매되는 갈근탕, 쌍화탕 액제들은 보존제없이 유통 기한 2년 혹은 3년으로 기재되어 있다.

이 전탕액들은 제약회사가 우수의약품제조시설기준(GMP)에서 제조하고 2년 혹은 3년 기간 동안 안정성 자료를 확보해 식약처에 제출 검토 승인 과정을 받은 의약품들이다. 그러면 이제 유효 기한을 정하지 못한 의약품은 한의원 전탕액 뿐이다. 식약처 관리 대상 의약품도 아니고, 한의원에서 조제하고 전탕하였으니, 한의사가 답변하여야 한다. 네이버 지식iN에 보면, 상담 한의사들이 2개월, 3개월, 6개월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한의학계도, 한의학연구원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금까지 십여 개 한약처방 전탕액의 유효 기한 연구를 해왔다. 한약의 활성성분을 알 수 없으니, 물질의 경시 변화보다는 세포, 동물을 통해 전탕액 투여 후에 약효(항균, 진통, 항염, 항산화 등)의 경시적 변화를 관찰했다.

결과적으로 영선제통음, 연교패독산, 대황목단피탕 전탕액은 9일, 소시호탕과 인진호탕 10일, 작약감초탕 11일, 곽향정기산과 반하사심탕 2개월, 마황탕과 가마소요산 3개월, 평위산 6개월, 청심연자음 12개월 이상이면 약리적 효능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지표물질 함량으로 경시적 변화를 실험하였는데, 작약감초탕 15일, 당귀수산 4주, 청심연자음 8개월, 그리고 장기보존시험 기준에 의한 통계 분석 방법으로 쌍화탕 14∼72개월, 평위산 24∼41개월, 보중익기탕 23개월까지 지표물질이 유지될 것으로 예측했다.


유효 기한 설정을 과학적 실험 결과로 정하기는 불가능하다


다른 방향의 실험이어서 각 결과의 차이가 발생될 수밖에 없지만, 평위산은 항염 실험에서 6개월까지 유효했는데, 지표물질 함량으로는 24∼41개월로 나타났고, 청심연자음은 항염 실험에서 12개월인데, 지표물질 정량에서는 8개월로 나왔다. 또 냉장 보관 전탕액이 오래갈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았다. 

해석할 수 없는 실험 결과로 전탕액 유효 기한을 정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수많은 한약처방 전탕액을 모두 약리 효과나 지표물질 함량의 경시 변화를 실험할 수도 없다. 제약회사가 우수의약품제조시설기준에 따라 제조하고 식약처 안정성 시험을 바탕으로 유효 기한을 정한다면, 소시호탕 한약제제와 전탕액 유효 기한은 3년이지만, 한의원에서 조제하여 끓인 소시호탕 전탕액은 10일이라는 딜레마적인 상황에 놓일 수 있다.

 한의원 전탕액의 유효 기한 설정을 과학적인 실험 결과로 정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면 한의학적 방법으로 해결이 가능한가? 아니면 정치적으로 풀어야하는 문제인가? 

 (본 글은 저자의 소속기관이나 한의신문 공식 견해가 아닙니다)

신현규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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