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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와 앙가주망(engage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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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와 앙가주망(engagement)

한의약 관련 가짜뉴스에 시의적절한 대응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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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미숙

국회사무처 부속한의원 원장

(前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1월19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우한 거주의 중국인 여성(35)이 공항 검역소에서 증상이 확인되어 인천의료원으로 격리 후 신종코로나 확진을 받은 날이 1월20일이었다. 그리고 이 환자는 2월6일 완치판정(△체온이 3일 연속 정상을 유지해야 함 △호흡기 증상에서 호전이 있어야 함 △흉부 염증이 사라져야 함 △24시간 간격으로 두 차례 시행한 핵산검사에서 음성이 나와야 함)을 받고 무사히 퇴원을 했다. 국내 신종코로나 ‘환자 1호’의 짧은 경과보고이다. 치료약은 성분명 로피나비르(Lopinavir)와 리토나비르(Ritonavir) 성분이 조합된 칼레트라(Kaletra)라는 HIV/AIDS의 치료제, 경구용 항바이러스제이다.   

“통마늘 7통을 7컵의 물에 넣고 7분간 팔팔 끓여서 그 물을 하루에 3번, 커피처럼 마신다.” 어르신들의 카톡방에서 대유행 중인 일명 ‘777요법’이다. 현직 국회의원 한 분이 2월1일 개최된 광화문의 모 집회에서 시위참가자들에게 신종코로나를 너무 걱정할 것 없다고 마늘 잘 먹고 이 위기를 이겨내자고 격려사를 읊었던 것이 이 마늘요법의 출처이다. 나중에 이 발언이 화제가 되고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받자 해당 의원님은 면역력에 탁월한 마늘을 많이 먹어서 문제될 것은 없지 않느냐고 답했다. 

그러나 WHO는 2월2일 공식 홈페이지에 Myth Busters(신화 깨부수기) 섹션을 따로 만들어 생리식염수 코 세척, 가글액 입안 세척, 마늘, 참기름, 항생제 복용 등이 신종코로나의 예방을 돕는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언급했다(https://www.who.int/emergencies/diseases/novel-coronavirus-2019/advice-for-public/myth-busters).

 

 

정보감염 세계, 또 하나의 pandemic 되고 있어 

사스(2002), 에볼라(2013), 메르스(2015)에 이어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2019-nCoV)다.

신종 전염병이 등장할 때마다 병의 원인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은 당장이라도 인류 전체가 멸망할 것 같은 전지구적 공포로 이어진다. 또한 발병지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들을 통으로 묶어 미개하게 생각하는 인종차별적인 증오심이 표출되기도 한다. 특히 이번 신종코로나의 경우 유럽에서 마스크를 쓴 동양인들이 지나가면 그 많은 인파가 홍해처럼 양쪽으로 쩍 갈라지는 진풍경마저 나타났었다고 한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러한 현상은 많이 개선된 상태라는 현지 유학생의 인터뷰도 있었다. 

하루 종일 하이톤으로 광광대는 공중파 뉴스들과 팩트체크가 프리패스된 유투버들의 개인방송 그리고 법적 책임을 요구받는다면 가장 먼저 도망을 칠 것 같은 가짜뉴스 생산자들은 오늘만 사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도 마이크 앞과 키보드 위에서의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전 세계에서 유입된 민간요법을 중고나라와 연계한 눈치빠른 장사꾼들은 ‘물 들어올 때 노젓자’는 심산으로 카톡방,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등을 이용하여 불안심리를 돈으로 바로바로 환전해내는 놀라운 사업수완을 발휘중이다. 이 놀라운 정보감염(infodemic)의 세계는 또 하나의 판데믹(pandemic)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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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한의약 종기 치료 역사

2012년 가을 ‘조선시대 왕들의 질환과 양생’을 주제로 부산MBC 방송을 준비하면서 참고문헌으로 <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라는 책을 구입했었다. 외과수술이 없었던 시절, 왕실과 민간에서의 치열했던 종기치료의 실패와 성공사례를 현대의학적 진단 그리고 한의학적 관점으로 잘 해석한 책으로, 현직 한의사면서 피부질환의 원전의사학적인 문헌 연구와 관련 저술을 지속적으로 하고 계시는 방성혜 선생님의 저서이다.  

발생 부위에 따라 창양(瘡瘍), 옹(癰), 저(疽)라 불리웠던 종기(腫氣)는 현대의학에서 염증에서 암증까지를 아우르는 병명으로 조선의 왕들을 종종 사지로 내몰았던 위중한 질환이었다. 종기 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원을 치종의(治腫醫)라 불렀는데 침으로 환부를 직접 자극하는 외과술부터 다양한 단일약물 혹은 복합처방을 활용한 내복약과 거머리나 두꺼비까지 응용한 외치법을 동원해야 했었다. 

성종은 점액변과 배꼽 아래 종기, 평소 하얀 얼굴의 허약체질이었던 연산군은 세자 시절 온 얼굴을 뒤덮는 부스럼과 진물, 광해군은 화병, 눈병 그리고 뺨의 종기로 고생을 하였다. 또한 소갈병을 앓던 효종은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의 눈꺼풀 종기에 여러 가지 침 치료를 시도했었고 평소 의학에도 식견이 상당했던 정조는 고름이 쏟아지는 등 부위의 종기를 치료하는 처방을 의관들과 직접 논의하였고 본인의 의견을 적극 피력하였다는 기록도 남아있다. 실제로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27명의 조선의 군왕 중 12명이 종기를 앓았던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 시절에는 한의사들이 왕들의 주치의로서, 그리고 일반 민중들의 치종의로서 핵심적인 역할들을 수행해냈다. 어떤 치료들은 다행히 왕을 구했을 것이고 또 어떤 경우에는 참담한 결과에 대한 처벌의 의미로 치료를 전담했던 어의들이 사형에 처해지기도 했다. 최근의 신종코로나의 다양한 뉴스들을 접하며 <대한민국, 신종코로나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다>라는 책이나 백서가 나중에라도 출간된다면 한의학의 역할이 조금이라도 언급될 챕터가 과연 있을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의계의 신종코로나 참여, 곱지 않은 양의계 시선

지난 1월29일 한의협은 신종코로나에 한의약 치료를 참여시켜야 한다는 기자회견을 하며 사스(SARS)와 메르스(MERS) 사태 당시 중국이 한의·양의 협진으로 치료 효과를 봤다는 언급을 했다. 

사스 사태가 종료된 뒤 홍콩중국대학 중의학연구소가 발표한 ‘한약처방의 사스전파 억제효과 연구’에서는 사스를 진료한 병원 의료진 가운데 한약 복용을 원한 의료진과 나머지 의료진의 사스 발병률을 비교한 결과 한약을 복용한 의료진의 발병률은 전무했으나 미복용 의료진 중 64명이 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는 사실도 근거로 제시되었다. 

이에 대해 의협, 청년의사, 의료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한의협을 향해 일제히 비난을 퍼부으며 이 국가적 위기에 한약효과 운운하냐며 분위기 파악 좀 하라는 힐난과 조롱을 이어갔다. 특히 의협 대변인은 “지금이야말로 전 국민이 함께 방역에 힘을 써야 할 때로, 한의계는 발열과 호흡기 증상을 가진 환자가 내원할 경우 1339로 신고해 올바른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도움”이라고 강조했다. 1월31일 의사신문은 “낄끼빠빠···코로나바이러스 걸리면 한의원에 가라구요?”라는 제목으로 만약 한의사들도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면 한의약으로 치료하겠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http://www.doctors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209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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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약이 민간요법(?)으로 거론…잘못된 관점 아쉬워 

신종코로나 관련 뉴스들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던 와중에 2월3일 ‘신종코로나 세계 각국 민간요법’이라는 연합뉴스 한 꼭지를 보게 되었다. 이는 2월2일의 워싱턴포스트의 지면 기사를 TV뉴스로 재구성한 것이었는데 그 민간요법에 거론된 것들은 다음과 같았다. 

한국에서는 김치가 사스 때처럼 다시 주목받고 있고, 중국에서는 솽황롄(雙黃連; 금은화, 황금, 연교로 구성된 중의약으로 疏风解表、清热解毒의 효능이 있어서 发热, 咳嗽, 咽痛 등을 동반한 外感风热로 인한 感冒에 처방되는 解表剂)이라는 중의약품이 전국적인 품절사태를 빚고 있으며 기생충 퇴치에 효과가 있는 빈랑나무 열매도 유행 중이라는 것이었다. 중국 우한의 한 의사는 닭고기 수프로 체온을 올리면 면역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고 하였고, 중국 국가보건위원회의 과학자 종난산은 아침 저녁으로 소금물로 가글하는 방법을 추천하였다는 것이다. 

심지어 인도에서는 소똥과 소오줌까지 신종코로나의 예방에 동원되고 있지만 김치에서 소똥까지 이 모든 방법들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니 함부로 맹신해서는 안되며 증상이 심해지면 반드시 의사를 찾아가라는 멘트로 뉴스는 마무리된다. 솽황롄과 빈랑이라는 한의약이 김치와 소똥 사이에서 민간요법의 범주로 구별지어지고 있었던 ‘편집자적 시점’에 나는 유독 신경쓰였다.

각국의 전통의학(traditional medicine)이 제도권 의학(orthodox medicine) 입장에서는 민간요법의 카테고리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대한 씁쓸함이 가시기도 전에 2월8일 주요포털의 실검 상위권에는 갑자기 ‘천산갑’(Pangolin, 穿山甲)이 등장했다. 천산갑은 유린목(有鱗目)에 속하는 동물의 총칭으로, 포유류 중에서 등껍질을 가진 동물이다. 이 천산갑의 비늘이 한약재로 유통되는데 동물 이름과 동일하게 천산갑이다. 2월7일 중국의 화남농업대학(华南农业大学)이 “천산갑에서 분리한 균주 샘플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99% 비슷하다는 결과를 얻었으며 천산갑이 중간 숙주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의미일 뿐 이번 신종코로나가 천산갑을 통해 인간에게 전파됐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발표를 한 것이다. 

2011년부터는 매해 2월에 World Pangolin Day를 정해 천산갑이 멸종 위기로 보호해야 하는 종임을 알리고 있고 2016년 9월29일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 the 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회의에서 100개 이상의 국가가 천산갑 거래 금지안에 동의했다. 이런 적극적인 국제규약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에서 천산갑은 정력 강화를 위한 약용으로, 천산갑을 통째로 끓인 천산갑 보신탕은 여전히 진미로 손꼽는 음식이라고 한다. 본초학 수업시간에 지나치듯 눈팅만 했을 뿐 금지약물에 해당되어 단 한 번도 처방한 적이 없는 한의사들이 절대 다수겠지만 이 천산갑의 중간숙주설 기사를 읽은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또 한 번 ‘허걱’했을 것이다. 

“중국의 사례처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과 치료를 위해 한의약을 적극 활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한의약 진료지침을 통해 예방 및 초기증상 완화, 병증 약화에 도움을 목적으로 한의약 치료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한의협의 기자회견으로부터 일주일 후 등장한 “비위생적인 전통시장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되는 멸종동물 천산갑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중간 숙주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중국발 보도까지의 이 시퀀스(sequence)는 상당히 당황스럽다. 신종코로나의 한의학적 치료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있는 와중에 신종코로나의 중간숙주로 의심받는 동물성 한약재 천산갑이라니…이 아이러니가 블랙코미디로 변질되지 않으려면 한의협은 그리고 일개한의사인 나는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신종코로나로 인한 혼란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면역 챙겨”, “홍삼 챙겨”라는 기사를 빙자한 광고가 또다시 넘실대고 있다. 다른 민간요법들에 대한 주의보와 달리 2015년 메르스 때도 그랬지만 “홍삼을 챙겨먹는 것이 면역을 올바르게 잘 챙기는 올바른 습관”으로 아예 자리를 잡은 느낌이다. 홍삼만 먹으면 다 해결되는 것일까? 면역 강화에 도움이 된다는 그 많은 한의학적 방법들은 그 어디에선가 숨은 쉬고 있을까? 

신종코로나 시국에 한의계가 앙가주망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일까? ‘앙가주망’(engagement)이란 용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장 폴 사르트르가 자주 사용했던 용어로 좁게는 학자나 예술가가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고 넓게는 인간이 사회, 정치 문제에 관계하고 참여하면서, 자유롭게 자기의 실존을 성취하는 일을 의미한다. 

한의협은 신종코로나의 진단키트 사용권한을 요구하거나 한의학적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고 긴급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감기, 독감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를 표준화하고 다가올 다른 많은 감염병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에 대한 문헌, 임상 연구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공유해야 한다. 중국에서 유행한다는 솽황롄이나 빈랑 혹은 천산갑 등 한의학과 관련된 키워드들이 대두되면 정확하고 발빠른 논평을 내어 신종코로나 관련한 한의학 분야의 가짜뉴스에 적극 대처하는 것이 바로 한의협이 할 수 있는 시의적절한 앙가주망이 아닐까 싶다. 

병 입구에 레몬 한 조각을 끼워서 병째 마셔야 제대로 맛이 나는 멕시코맥주 코로나를 무척 좋아한다. 오늘은 술친구 한 명을 불러내어 의료와 민간요법의 시소 위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애매모호한 한의사의 실존(實存)에 대한 고민으로 밤이라도 새야 할 것 같다. 종기와 사투를 벌이며 조선의 왕실과 민중들을 지켜냈었던 한의사들의 과거는 역사가 되었다. 2020년 오늘날의 한의사는 과연 어떤 현장에서 어떤 사투를 벌이고 있는지…나 스스로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는 유독 어깨가 무거워지는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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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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