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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골을 건너는 치유 -화합의 다리로(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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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의 골을 건너는 치유 -화합의 다리로(下)

그들과 진정으로 공감하고 소통

[편집자 주] 한국기독한의사회 회원과 가족 등으로 구성된 기독한의사회 봉사단은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7박8일 일정으로 레바논 중부 자흘레와 베이루트를 찾아 시리아 난민들과 레바논 현지인들을 위한 인술을 펼쳤다. 최변탁(김포 생명수한의원) 원장 또한 봉사단 일원으로 참여해 의료봉사를 했다. 매년 추석 연휴기간이면 휴가를 반납하고 단기의료봉사에 매진하는 최변탁 원장.   레바논 현지서 느낀 시리아 난민의 삶과 의료봉사 과정, 소회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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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변탁 원장 김포 생명수한의원

땀과 눈물, 기적과 축제로(sweat and tears)

9일(월요일)엔 팀이 6개조로 나누어 인근 시리아 난민들이 모여있는 텐트촌을 방문하기로 했다. 8년전 아사드정권의 폭압을 피해 사선을 넘은 이들은, 초라한 막사에 모여, 막노동과 허드렛일, 그리고 유엔이 제공하는 식료품 쿠폰에 기댄채 6~8년여 걸친 신산한 삶을 살고 있다. 어떤 이들은 시리아 정부와 종파가 달라서, 어떤 이들은 집이 파괴되고 갈 곳이 없어서, 어떤 젊은이들은 시리아에 있으면 군대에 징집될까 두려워서, 정든 고향을 떠나 절망하며 탄식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마음은 따스했고 순수했다. 우리 방문을 반기며 홍차도 끓여내고, 사과도 깎아주기도 했다. 어느 조는 두어 시간을 기다려 그들의 정성이 담긴 화려한 점심식사를 대접받기도 했다. 우리가 가져간 비타민과 간단한 한약, 파스 등에 그들은 한없이 고마워했고 서로 마음과 마음이 연결되는 찐한 감동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이어서 10일(화요일)~12일(목요일)은 인근 즙잔닌 시청과 카라운 보건소, 레바논 난민교회에서 한방진료를 하였다. 지역을 둘로 나누고, 다시 각 팀은 남녀조로 나눠 진료에 돌입했다. 대부분이 이슬람인 이들에게 침구치료는 낯설지만 무척 신기한 체험이었다. 350여명의 인원을 대상으로 침을 놓도 뜸도 뜨고 부항술도 했다. 때론 도침치료와 교정추나치료, 고타요법(망치교정)도 선보였다. 엑스제 한약도 나눠주었다. 

그들은 때론 무서워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풀어지는 통증 앞에 신기하고 놀라워 했다. 이슬람들은 남녀간의 장벽이 심해서, 남자환자 진료팀과 여자환자팀을 엄격히 나눠야 했다. 어떤 여성들은 남자의사의 진료를 거부해서, 여자환자팀에선 또하나의 별도공간을 꾸미지 못한채 화장실 안으로 베드를 옮긴 채 진료받는 해프닝도 있었다.

셋째날 일어난 커다란 사건. 카라운 보건소 두번째 진료때다. 13세의 심한 소아마비 소녀가 어른들의 부축에 거의 끌려나오다시피 누웠다. 태어나서 전혀 걷지 못했다고 한다. 진료팀도 깜짝 놀랐다. 이렇게 심한 친구들 어떻게 치료한단 말인가? 그러나 피할 수는 없었다. 목근육의 경결을 풀어준 후 중풍칠처혈 등 중요혈에 침을 놓았다. 그리고 사랑과 정성이 담긴 뜸을 한 시간이상이나 여러 차례 떠 주었다. 두어 시간 후에 일어난 기적이란? 그 소녀가, 처음과는 너무 달라진 환한 표정으로 혼자서 막 걷기 시작한 것이다. 이럴 수가? 이게 뭐람? 현지인 뿐만이 아니라 진료진도 깜짝 놀랐다. 이게 사랑의 힘인 것을!

그러나 이런 기적적 치료만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그들을 위해 땀방울을 흘리면서 진료하고 보조한 모든 이들, 페이스페인팅을 통해 웃음을 선사한 미대생 예진이, 이리저리 뛰면서 약을 나르던 여진이, 중학생 고은이, 그리고 팀원들을 위해 두 시간 일찍 일어나서 식사준비를 해주신 여집사님, 히잡속에 감추어진 이슬람 여성들의 아픔을 내 것인양 안아주며 눈물 흘리던 선교사님들... 이들 모두가 기적의 주인공이었다. 

아울러 카라운 지역에선 시장님과 관계자들이 반갑게 맞아주면서, 가족들이 진료에 만족해하고 현지 최고의 점심식사라는 ‘만섶’을 제공해 주기도 했다. 레바논 베카지역 중남부에서 공공기관에서 인정하는 한방진료를 시행한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벽을 넘어, 지경을 넓히며(beyond the barrrier)

13일(금요일)은 비전트립의 날이었다. 레바논 산맥의 최고봉인 크루네트 아스사우다봉(3,086m)으로 차를 타고 올랐다. 겨울엔 눈이 쌓여 수많은 스키관광객으로 붐빈다고 한다. 인근에는 유명한 백향목 군락지가 있다. 백향목은 레바논 국기에도 등장하며 구약성경에도 여러번 인용되는데, 레바논 고산지대에서만 자라는 ‘나무의 왕자’이다. 1년에 1cm밖에 자라지 않으며 뿌리가 땅속 깊이 내리며 향기가 나서 썩지 않는다고 한다. 다 자라면 높이 40m, 둘레 10m의 위용을 자랑한다. 위엄, 번영, 영광을 상징하며, 솔로몬 시대 성전건축에도 이 나무가 사용되었다. 

레바논. 이스라엘과 인접해서 구약성경 가나안 땅의 일부였던 땅. 알파벳이 처음 태동한 페니키아 땅이자 두로와 시돈, 베니게를 중심으로 한 지중해 교역의 중심지. 바알의 성전이 세워질 정도로 풍요와 번영을 자랑하던 땅. 하지만 제국주의 열강의 틈새에서 프랑스의 식민지로서 영욕이 겹치던 ‘아랍의 파리’. 기독교와 이슬람의 대결, 이슬람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 속에서 수십년간 내전과 난민들로 인해, 삶의 소망을 잃은 땅. 오늘도 종파갈등과 열강의 각축전까지 겹쳐 드론과 미사일공격의 두려움 속에서 하루하루를 숨죽이며 살아야 하는 땅. 특히 여성들은 13세만 되면 어떤 남자의 넷중 한 아내로 묶여, 히잡속에 숨어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억압과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땅.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은 소박했고 마음은 천진했다. 우리가 짧게 뿌린 한의진료의 작은 씨앗이 그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한국사회에 ‘레드 콤플렉스’ 만큼이나 강력한 것이 ‘이슬람 포비아’이다. ‘이슬람=테러집단’이고 상종해선 안될 사람들이란 잘못된 인식이다. IS의 테러에 포로와 인질로 잡혔던 수년전 한국선교사들의 상처와 아픔이 여기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중동선교의 시작과 끝을 묻다>란 책을 쓴 김동문 선교사는 주창한다. 

“한국교회 선교운동의 대표적 문제는 무지(현지인을 볼 때 종교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며 단지 예수 안 믿는 불신자라는 시선으로만 바라보는 것), 무모(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단체 혹은 그 지도자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선교의 방법이나 지식 경험 훈련을 무시하고 무모하게 돌진하는 것), 무례(현지인들을 단지 예수 믿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조건 무시하거나 비웃는 경향)의 소위 3無 현상이다.”

그렇다. 우리가 이슬람 사람들의 아픔과 고난에 동참하면서 그들과 진정으로 공감하고 소통해야 한다.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어 그들을 형제로 끌어안아야 한다. “레바논의 잠자는 영적 거인들의 후손을 깨우라!” 한국의 편안한 직장을 뒤로 하고, 현지서 난민들을 위해 NGO사역을 하고 있는 반준화 선교사님은 그렇게 우리 봉사팀를 깨우고 있다. 성공과 풍요에 도취되어 생명력을 잃어가고 있는 한국기독교를 깨우고 있다. 

우리의 1주일간 여정은 작은 날개짓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런 날개짓을 통해, ‘가난한 자에게 복음이 전파되고,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보게 함을, 눌린 자를 자유롭게 한다(눅4:18)’ 면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랴! 고난당하는 레바논이 ‘백향목의 영광’을 회복하길 간절히 소원해 본다.

이번 의료봉사에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서울시한의사회, 중랑구한의사회 및 동방메디컬, 경방신약, 영일엠 등 유관단체, 관련교회 등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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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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